가족 사면 꺼낸 트럼프 “4년 뒤에 보자”
美언론 “선제적 사면 논의” 보도
입력 2020.12.03 03: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 전에 가족과 측근을 ‘선제적 사면(赦免)’ 하는 방안을 참모들과 논의했다고 뉴욕타임스와 ABC방송 등이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트럼프는 “‘바이든 법무부'가 나를 응징하고자 성인이 된 세 자녀를 겨냥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측근들 중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정치적 수사에 나설 경우에 대비한 ‘보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트럼프 가족 회사의 탈세 의혹 수사 등에 강한 의지를 보여 온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과 사이러스 밴스 주니어 맨해튼 지방검사가 모두 민주당 소속이란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방카, 쿠슈너
뉴욕타임스는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 2명을 인용해 트럼프가 자녀들과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선제적 사면 문제를 참모들과 의논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의 선거 불복 소송을 이끌고 있는 줄리아니 전 시장은 자신에 대한 사면을 직접 트럼프에게 요청해, 지난주 두 사람이 이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줄리아니는 뉴욕타임스의 보도 이후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다.
ABC방송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선제적 사면 논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심리를 받았던 올해 초 시작됐다”며 “최근 트럼프의 측근과 가족들 사이에서 선제적 사면 논의가 다시 일어났다”고 했다.
기소나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선제적 사면을 하는 것이 통상적인 일은 아니지만, 선례는 있다.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자, 직을 승계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30일 만에 ‘닉슨이 대통령으로서 한 모든 행위'를 사면했다.
하지만 ABC방송은 “트럼프 가족에 대한 연방법 위반 혐의가 제기된 적 없는데 어떻게 선제적 사면을 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대통령은 연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앞으로 어떤 수사가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제적 사면으로 가족이나 측근을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 측과 내통했다는 의혹에 연루된 바 있다. 당시 이들과 함께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기소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5일 이미 트럼프가 사면했다. 차남인 에릭 트럼프나 맏딸 이방카 트럼프가 어떤 범죄 혐의를 우려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맨해튼 지방검찰청이 수사하고 있는 트럼프 회사의 탈세 의혹이 가장 큰 걱정거리로 보이지만, 이방카 부부가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내는 동안 쿠슈너가 가족 사업에 외국에서 거액의 투자를 받은 것 등이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
줄리아니의 경우, 우크라이나 정부에 바이든 당선인의 차남 헌터를 수사하라는 압력을 넣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이 혐의에 대한 사면을 원했을 수 있다.
이와 별도로 미 언론은 법무부가 ‘사면을 위한 뇌물 제공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한 수감자가 지난여름 변호사와 또 다른 대리인으로 하여금 백악관 당국자들을 만나게 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을 받아내는 대가로 정치 자금을 내겠다고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연일 2024년 대선 재출마설을 띄우고 있다. 그는 1일 저녁 공화당원들을 초청한 백악관 리셉션에서 “지난 4년은 놀라웠다”며 “4년 더 집권하려고 하지만, 그게 (이번에) 안 된다면 4년 후에 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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