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의 코로나 히스테리… 환전상까지 처형

최만섭 2020. 11. 28. 07:56

김정은의 코로나 히스테리… 환전상까지 처형

감염공포·경제난에 상식밖 조치

이용수 기자

최종석 기자

입력 2020.11.28 03:00

 

 

 

 

대북 제재, 코로나, 수해의 3중고를 겪는 북한이 물가는 폭등하고 환율은 급락하는 초유의 경제난에 직면했다고 국가정보원이 27일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국내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제재 장기화와 코로나 사태로 외화난이 극심할 텐데 북한 화폐 가치가 상승했다는 건 비상식적”이라며 의아함을 나타냈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지난 9월 말까지 8300~8400원 선을 유지하던 평양·신의주·혜산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부터 가파르게 떨어져 이달 중순 20% 가까이 급락한 6900~7000원을 기록했다. 이종규 한국개발연구원(KDI) 북방경제실 연구위원은 “70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원·위안 환율의 경우 10월 초순 1200원에서 10월 하순 750원으로 37.5% 폭락했다. 김정은이 거물 환전상을 처형했다고 국정원이 지목한 시점도 10월 말이다.

북한 함경남도 검덕지구에 들어선 새 주택 집들이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둘러보고 있다. 북한은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본 이곳에 주택 2300여 가구와 공공 건물, 공원 등을 새로 꾸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외화난에도 환율이 급락한 원인에 대해 서울대 김병연 교수는 “누군가 싼값에 대량의 외화를 매집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떨어뜨렸을 것”이라며 제재 장기화로 달러가 바닥난 북한 당국이 외화 사용 금지령을 내렸을 가능성, 거물 환전상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외환시장을 왜곡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야당 정보위 간사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북한 당국이 내수 활성화를 위해 외화 사용을 금지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하자 동요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거물 환전상’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는 국경 봉쇄로 시장에서 아예 외화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됐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외화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졌을 것이란 얘기다.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이처럼 극단적인 봉쇄 조치는 ‘코로나 포비아(공포증)’에서 기인한 것이다. 특히 외부 물자 반입에 대한 경계심은 히스테리에 가깝다.

 

하 의원은 “(북한 당국이) 외부 물자를 받지 않는 편집증이 얼마나 심하냐면 중국이 제공한 쌀 중에 10만t을 코로나 때문에 안 받고 있다”고 했다. 어업과 소금 생산까지 막은 데 대해선 “바닷물이 코로나19에 오염될까 봐 고기 못 잡게 하고, 염전 못 하게 했다는 얘기”라고 했다. 지난달에는 신의주에서 물자 반입 금지령을 어긴 간부가 처형됐다고 한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의 극단적인 봉쇄 정책으로 대중 교역 규모는 지난 1~10월 5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분의 1로 급감했고, 중국 물자 반입이 끊기며 설탕·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은 4배로 뛰었다. 하 의원은 “연초에 조미료가 1만6500원이었는데 요즘은 7만5900원으로 4배가 넘는다. 설탕도 연초 6000원에서 요즘 2만7800원”이라며 “가격이 오르니 밀수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 의원은 “원자재 설비 도입 중단의 여파로 산업가동률이 김정은 집권 이후 최저 수준이고, 쌀 생산량도 올해 20만t 감소할 전망”이라고 했다. 북한 스스로도 이 같은 어려움을 숨기지 않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이 경제난을 묘사하는 용어는 ‘최악의 역경’→'혹독한 격난’→'전대미문의 고난'으로 그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이날 국정원 보고에선 악화하는 경제난과 코로나 사태로 인해 북한이 내년 1월 개최를 목표로 총력 준비 중인 8차 노동당 대회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언급됐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당대회 준비가 지연되고 군중 시위와 횃불 행진도 중단됐다”며 “당대회 개최에 맞춰 아직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어 (당대회가)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용수 기자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