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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선거개입·라임·옵티머스… 정권 급소 건드리자 尹 찍어냈다

최만섭 2020. 11. 26. 06:51

원전·선거개입·라임·옵티머스… 정권 급소 건드리자 尹 찍어냈다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秋라인이 수사팀 장악했는데도… 여권, 왜 총공세 펼치나

박국희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0.11.26 03:00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 정지를 당하면서 법조계와 검찰 안팎에선 “정권을 겨냥한 각종 수사가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추미애 장관은 몇몇 민감한 수사에서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했지만 모든 사건에서 그렇게 할 순 없었다. 검찰의 한 간부는 “그간 윤 총장이 버티고 있음으로써 정권 외압을 막는 역할을 해왔다”며 “이제 눈엣가시(윤 총장)가 직무 정지로 무력해지면서 권력 수사에 대한 압박은 더욱 노골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4일 추 장관의 전격적인 윤 총장 징계 청구 및 직무 정지 명령은 지난 5일 대전지검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을 전방위로 압수 수색한 지 19일 만에 이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원전 수사에 대해 “경고한다. 선을 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최근 여권(與圈)은 검찰의 칼날이 청와대까지 뻗어나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원전 조기 폐쇄 결정이 대통령의 ‘통치행위’라고도 했다.

 

실제 대전지검은 조만간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소환 조사해 원전 조기 폐쇄 과정의 불법성 여부와 이에 대한 청와대 개입 의혹을 들여다볼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이미 수차례 ‘정권 수사팀’을 공중 분해했던 추 장관이 대전지검 수사팀을 날려버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추 장관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켜 버렸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미애(맨 앞) 법무장관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추 장관은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내린 직무배제 명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덕훈 기자

여러 여권 인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펀드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추 장관은 라임 사건 지휘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고, 수사 과정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상태다. 라임 사건은 민주당 기동민 의원과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 청와대 강기정 전 정무수석과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등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또 로비 의혹의 핵심 김봉현씨가 ‘야권 로비’ ‘검사 술 접대’를 주장하자 추 장관이 이를 그대로 받아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이후 여권 수사는 공전 중이다.

 

옵티머스 펀드 사건 역시 여권 인사 관여 의혹을 보여주는 문건이 나오고, 옵티머스 관계자가 ‘이낙연 민주당 대표 측에게 1000만원대 가구와 사무실 집기 등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권 연루 의혹에 대해선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 장관은 2018년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옵티머스 펀드 사기 고발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과정을 오히려 문제 삼아 감찰을 지시했다.

지난 1월 송철호 울산시장을 비롯한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 등 여권 핵심 인사 13명을 기소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은 지난 4월 여당의 총선 승리 이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 대한 추가 수사가 답보 상태다. 수사팀은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기소를 검토했지만 이 역시 추 장관의 수사팀 해체와 잦은 인사로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일선 검사들이 이러한 ‘수사 뭉개기’ 행태가 앞으로 문제가 될 것을 대비해 외압 및 부당한 지시 등을 기록으로 남겨놓고 있다는 말도 있다.

 

이러한 추 장관의 ‘검찰 장악’은 주요 수사 지휘 라인마다 자리 잡은 ‘친정권’ 검사들의 적극적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대학 후배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옵티머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추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 출신으로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역시 추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이었던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과 그의 아내이면서 윤 총장 감찰을 직접 실행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채널A·한명숙 사건 때마다 윤 총장과 대립하며 추 장관의 감찰권 남용에 호응했던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등도 마찬가지다. 중앙지검 1차장으로 채널A 사건을 지휘했던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 중앙지검 3차장으로 KBS의 ‘한동훈 녹취록 오보’ 연루 의혹을 받은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현 대검 참모진은 추 장관이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인물이다.

 

박국희 기자

 

사회부 법조팀에서 검찰 이슈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류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