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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재명 '양강' 마뜩잖다"···윤석열 대항마로 뜬 '86'

최만섭 2020. 11. 18. 05:37

"이낙연·이재명 '양강' 마뜩잖다"···윤석열 대항마로 뜬 '86'

[중앙일보] 입력 2020.1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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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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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50대에게 기회가 온다.”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그룹이면서 친문재인(친문)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유독 “새로운”이라는 단어에 힘을 줬다. 현재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兩强)’ 구도가 “마뜩잖다”면서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여권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을 두루 만나 대선 관련 견해를 나눴다. 지난 4·15 총선 전략과 기획을 주도했던 양 전 원장이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친문 핵심이자 지난 4·15 총선에서 민주당 선거 전략·기획을 주도했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양강’은 물론 제3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여권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그중엔 이광재 민주당 의원,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김경수 경남지사 등 86 인사도 적지 않았다. 이 중 한 명인 A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A는 차기 주자로 다른 이름을 꺼냈는데, 그걸 들은 양 전 원장은 A에게 직접 대선에 출마할 것을 권했다”고 전했다.

‘86 후보론’을 띄우는 건 양 전 원장의 움직임만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민주당의 주류를 형성해 온 86그룹의 대선 도전은 필연”(수도권 의원) “86의 저변이 가장 넓은 정당에서 세대교체의 흐름이 형성될 기회”(충청권 의원)란 주장을 듣기 어렵지 않다.

여권 차기 대선주자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사진은 지난 7월 30일 경기도청에서 두 사람이 마주 앉은 모습. 중앙포토

 

◆못 미더운 양강=호남 기반의 이낙연 대표가 지난 8·29 전당대회에서 낙승한 데에는 친문 세력과의 ‘전략적 동맹’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정설이다. 당 대표 취임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애정 표현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가 친문그룹의 대표 주자로 안착했다거나, 독자 세력화에 성공했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당내 친문 의원들은 ‘민주주의 4.0 연구원’이라는 새 둥지를 틀었다. “적절한 시점에 당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기 위한 시도”(비주류 재선 의원)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지사도 당내 세력 확대엔 더디다는 평가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여전히 비주류 소수파에 머물러 있다. 이 지사의 개인기에 기대 상승세를 이어 온 지지율은 최근 박스권에 갇혀 있다.

실제 양강의 지지율은 지난 8월부터 공히 20% 안팎을 맴돌고 있다.(한국갤럽 기준)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15~16일 조사한 ‘양강 대 윤석열 검찰총장’ 양자 대결에선 이 대표 42.3% 대 윤 총장 42.5%, 이 지사 42.6% 대 윤 총장 41.9% 등 오차범위 내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양강 어느 쪽도 야권 유력 후보를 상대로 본선 승리를 담보하지 못할 거라는 신호로 인식될 수 있는 결과다. 비문의 재선 의원은 “마치 당내 여론을 보는 것 같다”며 “꼭 눈치를 봐서가 아니라 실제 어느 쪽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는 의원들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내 97그룹으로 차기 대선 도전을 시사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박 의원이 지난 7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본소득 어디까지 알아? 기본소득의 정의와 여러 쟁점에 관한 해답'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먼저 나선 후배=86이 주춤하는 사이 ‘세대교체’ 바람은 후배인 97(90년대 학번, 70년대생)그룹에서 먼저 불고 있다. 박용진(대선)·박주민(서울시장 보궐선거) 의원 등이 잠재 후보군으로 등장하면서다. 박용진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86을 향해 “미안하지만, 그분들은 자기 기회를 다 소진했다고 본다”며 “아직 나이는 젊으니 기회가 더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국민은 그들이 지난 20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평가할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체급을 올리려는 두 사람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들 ‘양박’의 움직임이 역설적으로 86 후보론을 뒷받침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97그룹에 속하는 한 의원은 “70년대 생이나 80년대 생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이번 대선이 86그룹의 마지막 도전장이 돼야 한다. 양박의 도전도 86그룹의 움직임을 재촉하는 차원에선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선 무대에서 86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가 끝나지 않으면 당내 주류 교체가 요원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민주당 내 86그룹은 4·15 총선 전 세대교체론에 잠시 위축됐지만, 결과적으로 대거 생환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간부’를 이력으로 단 의원만 20명이 넘는다. 그중 상당수는 초선이다.

더불어민주당 내 유력한 '86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광재 의원,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이인영 통일부 장관(왼쪽부터). 뉴스1

 

◆존재감 확보가 과제=당초 친문·86그룹 사이에선 친노무현(친노)·친문·86을 전부 아우를 수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를 주목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지난 6일 김 지사가 ‘민주당원 댓글조작 의혹 사건’(드루킹 사건) 항소심에서 실형(징역 2년)을 선고받으면서 다양한 후보군이 떠오르고 있다. 양 전 원장이 만났다는 이광재(83학번) 의원, 임종석(86학번) 특보를 비롯해 이인영(84학번) 통일부 장관의 이름이 비중 있게 오르내린다.

원조 친노인 이 의원은 9년이란 공백기에 다진 정책기획 능력과 강원이란 지역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당내 핵심 지지층인 호남 출신의 임 특보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비서실장 때 쌓고 현재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활동으로 이어오는 '한반도 평화 선봉' 이미지를 갖고 있다.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인 이 장관은 86그룹의 상징성을 가진 데다 원내대표와 장관을 거치면서 친문 세력과 거리를 좁혀 왔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양강보다 낮은 대중 인지도는 86 후보군의 약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86 후보의 각개전투는 무의미하다. 86 안에서 대표 선수를 가려 양강의 경쟁 상대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이낙연·이재명 '양강' 마뜩잖다"···윤석열 대항마로 뜬 '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