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兄’의 코로나 대처법 “적게 먹고 천천히 호흡하라”
퇴계 이황 逝世 450주년 맞아 이기동교수 국제학술회의서 발표
입력 2020.11.17 03:00
이유태 화백이 그린 퇴계 이황 영정,
한국사의 대표적 철학자로 꼽히며 ‘한국판 테스형’이라 할 만한 퇴계 이황(1501~1570)이라면 지금과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서 어떤 극복 방안을 내놓았을까?
이기동 성균관대 명예교수(국제퇴계학회장)는 16일 제28차 퇴계학 국제학술회의 ‘현대인의 삶, 퇴계에게 묻다’에서 이 문제를 다룬 ‘코로나 시대의 퇴계학적 극복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외 학자 30여 명이 참여하는 이 회의는 퇴계 선생 서세(逝世) 450주년을 맞아 국제퇴계학회 주최로 17일까지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다.
이 교수는 “퇴계는 일의 순서에서 말단인 치인(治人)보다 근본인 수양(修養)을 중시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퇴계라면 백신, 마스크, 거리 두기 같은 것은 당장 급한 말단의 대안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라야 제2, 제3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고 여겼을 것이란 얘기다.
이 교수는 퇴계학에 대해 ①악한 마음을 착하게 바꾸고 ②탁한 기(氣)를 맑게 바꾸며 ③엷은 몸을 두껍게 바꾸는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을 코로나 해결의 근본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악한 마음을 착하게 바꾼다’는 것은 퇴계의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과 연관된다. 퇴계는 ‘사단’(인·의·예·지)이 이(理·만물의 원리)가 발하면 기(氣·물질적 바탕)가 따르는 것이고, ‘칠정’(기쁨·노여움·슬픔·두려움·사랑·미움·욕망)은 기가 발하면 이가 올라타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정리된 마음의 내용은 하늘의 마음을 회복하는 최고의 이론”이라고 했다.
‘탁한 기를 맑게 바꾸기’ 위해서 퇴계는 호흡을 조절하는 조식(調息) 수련을 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정좌 수도할 때 주로 했던 수련법으로, ‘숨을 내쉴 때는 봄 연못의 잉어가 움직이듯 서서히, 들이쉴 때는 벌레들이 겨울잠을 자듯 조용히’ 호흡하는 것이다.
‘엷은 몸을 두껍게 바꾸기’ 위한 방법으로 퇴계는 평생 정갈하고 담백한 음식을 섭취했고, 과식 대신 소식(小食)을 했으며, 운동요법인 활인심방(活人心方)을 꾸준히 연마했다. 이 교수는 “퇴계학은 저술을 분석하는 것만 가지고는 부활되지 않으며, 이처럼 현재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석재 기자 편집국 문화부 기자
문화부에서 학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석재 기자의 돌발史전'과 '뉴스 속의 한국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메일은 karma@chosun.com 입니다. 언제든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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