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29] 마음의 회복 탄력성과 헛된 희망 증후군

최만섭 2020. 11. 17. 20:01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29] 마음의 회복 탄력성과 헛된 희망 증후군

윤대현 교수

입력 2020.11.17 03:00

 

 

‘우리를 죽이지 않는 것은 우리를 강하게 한다’는 철학자 니체의 말은 스트레스의 공격을 받아 마음이 움츠러들었다가도 탄력적으로 회복하는 힘인 마음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설명할 때 인용하곤 한다. 회복 탄력성을 근육에 비유하면, 운동이 근육에는 스트레스지만 꾸준한 운동은 근육을 더 탄탄하고 탄력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래서 마음의 회복 탄력성을 근육처럼 키우는 여러 마음 관리 내용이 꾸준히 관심받고 있다. 예를 들어 수용(acceptance)은 마음을 조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두고 느껴보자는 것이다. 마음이 지쳤을 때 멍하니 산책하다 석양에 물든 하늘을 볼 때 ‘인생이 다 그런 거지’ 하는 느낌과 함께 잔잔한 긍정성이 마음에 스며든다. 이런 메커니즘은 수용을 통한 회복 탄력성이 작동하는 것이다.

 

마음이 스트레스에 눌리면 불안, 우울 같은 불편한 감정이 생기고 일하면서도 집중력이 떨어지며 업무 몰입도 등이 낮아진다. 회사 같은 조직 차원에서 명상 클래스 등 수용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이유다. 한편 자신감의 기반이 되는 회복 탄력성은 조직 내 리더의 중요한 자질로도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과도한 회복 탄력성의 어두운 면에 관한 주장도 있다. 우리 마음엔 강력한 자신감을 가진 영웅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리더를 뽑을 때 강력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사람에게 한 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과잉 자신감을 가진 리더(overconfident leader)가 무능한 리더(incompetent leader)인 경우다. 과잉 자신감은 헛된 희망 증후군의 원인이 된다. 성취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해 놓고 끝없이 나와 조직을 밀어붙일 수 있다. 객관적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데이터가 나오면 성취 가능한 목표로 재설정하고 거기서 회복 탄력성 엔진을 잘 작동시켜야 하는데, 잘못된 목표를 향해 긍정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은 나와 조직의 미래를 망친다.

 

 

과잉 확신 리더의 특징적 심리 방어 기제가 부인(否認)이다. 부인은 자기 반성의 결핍과 연결되어 있다. 자신을 만화 주인공의 수퍼 히어로로 착각해 자아를 팽창시키고 미래에 대한 예측을 긍정적으로 포장하고 주변의 비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한다

 

회사에서 리더를 선정할 때 또는 정치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서 한 표를 던질 때 강한 영웅을 향한 무의식적 동경을 잠시 누르고 과잉 자신감이 아닌 자기 반성과 합리적 목표 재설정이 가능하면서 적절한 회복 탄력성을 가진 리더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윤대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