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제3국 망명 성사안돼 한국행”
외교소식통 “스위스 등 거친 뒤 우리 정부 만나 입국 최종 결정”
입력 2020.10.08 03:01
망명한 조성길 전 북한 이탈리아 대사대리가 2018년 3월 이탈리아 베네토주의 트레비소 인근에서 열린 한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는 스위스와 프랑스 등 제3국 망명을 원했지만 성사되지 않아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이날 본지에 “조 전 대사대리가 북한에 남은 가족의 신변을 걱정해 미국과 유럽 등 제3국 망명을 타진했지만 여의치 않자, 우리 정부와 접촉해 최종 한국으로 행선지를 정했다”고 전했다. 프랑스어를 전공한 조 전 대사대리는 가장 원하는 명망지로 프랑스를 원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잠적 석 달 만인 지난해 2월 북한대사관이 없는 동유럽의 한 국가 주재 한국 대사관을 찾아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대사대리는 2018년 이탈리아의 북한 대사관을 탈출할 때 딸을 데리고 나오지 못했고, 현재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북한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이날 조 전 대사대리가 한국에 입국해 관계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밝히며 “조 전 대사대리는 자진해서 한국에 온 것”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조 전 대사대리가 한국으로 오겠다는 자발적 의사를 수차례 우리 측에 밝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조 전 대사대리가 2018년 11월 로마에서 잠적해 서방 국가 망명설이 돌았던 직후부터 한국에 입국한 작년 7월까지의 활동 내역과 동선 등은 밝히지 않았다. 전 의원은 “조 전 대사대리 본인은 한국에 온 것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에 있는 가족 신변에 대한 걱정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 전 대사대리는 현재 우리 정부의 안전가옥(안가)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정보 기관 관계자들은 전했다. 북한 최고위급으로 1997년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경우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안가에 거주했다.
이날 조 전 대사대리가 대북 연구 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2016년 7월 망명한 태영호 의원이 5개월 뒤인 그해 12월부터 근무했던 곳이다. 그러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관계자는 이날 “조 전 대사대리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오지 않았다”며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입국 사실도 관련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조 전 대사대리는 가족이 북한에 머물고 있는 만큼, 주영국 북한 대사관 공사였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처럼 공개 활동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왔다.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입국은 정치권에서도 ‘극비’였다. 전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은 뒤 국정원에서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를 맡은 의원들도 전날 관련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기 직전에서야 국정원에서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체류와 관련, “기사가 나와서 놀랐다. (보도) 경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고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태영호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내가 북한 외무성 유럽국 부국장으로 있던 시절 조성길은 같은 국 5과 이탈리아 담당 부원이었으며 20년 지기”라고 했다. 태 의원은 그러면서 “탈북 외교관이 북한 대사관에서 탈출해 한국으로 망명하면 배신자, 변절자로 규정한다”며 “가족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딸을 두고 온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 우리 언론이 집중 조명과 노출을 자제했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조 대사대리가 한국에 들어온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강성 친문(親文) 지지자들은 조 대사대리를 향해 “남북 관계에 재 뿌리려 들어왔느냐”며 비난을 쏟아냈다. 이날 트위터와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는 “한자리해 먹을 생각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조성길이 한국에 들어온 이런 정보를 누가 공개한 것이냐” “(조성길은) 태영호처럼 나대지 말고 조용히 살아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김명성 기자 편집국 정치부 기자
박상기 기자 편집국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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