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홍콩보안법 한달… 사라진 시위, 쫓겨난 교수

최만섭 2020. 7. 30. 05:59

홍콩보안법 한달… 사라진 시위, 쫓겨난 교수

조선일보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입력 2020.07.30 03:00

우산혁명 反中시위 이끌었던 홍콩대 베니 타이 교수 해임

홍콩 최고 명문대인 홍콩대는 1990년부터 이 대학 법대에서 헌법을 강의해온 베니 타이(戴耀延·56) 교수를 28일(현지 시각) 해임했다.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을 주도했던 교수다. 홍콩대는 해임 이유에 대해 "불법 시위에 참여하는 등 '부당 행위(misconduct)'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홍콩 야권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한 달 만에 홍콩에서 정치·사상의 자유가 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다.

타이 교수는 홍콩에서 행정장관 직선제 운동을 이끌어왔다. 행정장관은 현재 입법회(국회), 각계 대표 등이 추천하는 '선거인단'이 뽑는다. 그는 2014년 '우산 혁명' 시위를 조직하고, 입법회 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에도 관여해왔다. 2014년 시위와 관련해 지난해 '공공소란죄'로 징역 1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보석(保釋)으로 풀려났다.

 

짓밟힌 마지막 시위 -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틀째인 지난 1일 홍콩 경찰이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에 참가한 시민을 제압하고 있다. 이날 시위 이후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는 열리지 않았다. /EPA 연합뉴스

 

홍콩명보에 따르면 홍콩대 교수 등 내부 인사로 구성된 교무위원회는 타이 교수 해임에 반대했지만 이날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18대2로 해임을 결정했다. 이사회 의장 등은 행정장관이 임명한다. 중국 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은 29일 타이 교수 해임에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악(惡)에 대한 처벌이자 정의의 실현"이라고 했다.

타이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해임 결정의 배후에 대학 외부 세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구자가 정치나 사회적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밝히기 어렵게 됐다"며 "홍콩에서 학문의 자유가 끝났다"고 했다. 그는 해임 결정에 대해 캐리 람 행정장관을 상대로 상소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내 반중(反中) 행위를 감시·처벌하는 내용의 홍콩보안법이 30일 시행 한 달을 맞았다. 홍콩 거리는 평온한 모습이다. 홍콩 경찰이 즉시 진압에 나서는 데다 코로나가 재확산하면서 야권이 예고했던 대규모 반대 시위는 실현되지 않았다.

특히 학문·출판·언론 등 분야에서 사상의 자유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홍콩 매체들은 올 상반기까지도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시위 장면을 그대로 보도했지만 '홍콩 독립'이라는 표현이 홍콩보안법의 처벌 대상이 되면서 이런 구호를 '○○○○' 식으로 가려서 처리하고 있다. 일부 외신 기자는 홍콩을 떠났다. 지난 5월 중국에서 추방된 크리스 버클리 미 뉴욕타임스 기자는 홍콩에서도 취재 허가가 나지 않아 지난 25일 홍콩을 떠나 호주 시드니로 갔다. 홍콩 공공 도서관에선 홍콩 독립이나 자결론(국민투표를 통해 홍콩의 미래를 정하자는 주장)을 담은 책이 대출 금지됐다. 다음 학기 학교가 개학하면 '안보 교육'도 시행된다. 홍콩 야권·언론 관계자들은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의 23년보다 지난 한 달 더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했다.

기업 등의 헥시트(HKexit·탈홍콩) 우려도 커지고 있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다이와증권은 홍 콩 상황이 불안정할 경우 홍콩 사무소를 축소하고 중국 본토로 이전하는 계획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람들이 잡혀가는 일이 계속되면 (본토 이전을) 우선시해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조사에 따르면 홍콩 내 일본 기업의 10%가 사업을 축소하고 3분의 1 이상이 홍콩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거나 그럴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30/202007300018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