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삼희의 환경칼럼] '전력 계획' 책임자가 털어놓은 그린 뉴딜의 실상

최만섭 2020. 7. 15. 20:57

[한삼희의 환경칼럼] '전력 계획' 책임자가 털어놓은 그린 뉴딜의 실상

조선일보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입력 2020.07.15 03:20

태양광·풍력 급증해도 국내 매출·고용은 줄어… 중국·유럽 기업만 장사
제주 풍력은 과잉… 툭하면 출력 제어… 동해 풍력 전기는 또 어디로 보낼 건가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어제 정부가 신재생 24조원 등 그린 뉴딜 분야에 73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66만개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보다 2주 앞선 지난달 30일, 한국환경한림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 주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그린 뉴딜'이라는 제목의 무(無)청중 온라인 포럼이 열렸다. 누가 귀띔해줘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마지막에 등장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8분짜리 토론이 인상적이었다. 유 교수는 5월 8일 공개된 정부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초안의 작성 책임자(워킹그룹 총괄위원장)였다. 그의 토론 내용은 정부의 '탈원전, 신재생 확충, 석탄 대신 가스'라는 그린 뉴딜 에너지 정책에 송곳을 찔러 넣는 느낌이었다.

유 교수는 우선 현 정부가 태양광·풍력을 그렇게 늘려왔어도 신재생 국내 기업의 매출·고용은 줄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 교수 슬라이드를 보면, 태양광 신규 설치는 2016년(909㎿)에 비해 2018년 2.6배(2367㎿)가 됐다. 그러나 국내 태양광 기업 매출은 2016년 7조1000억원에서 2018년 6조4000억원으로 되레 줄었다. 태양광·풍력을 포함한 전체 신재생으로 따져도 매출은 9.3%, 고용 인원은 5.1% 감소했다. 정부의 신재생 보조금은 2016년 1조7900억원에서 2018년 2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는데도 이렇게 됐다.

유 교수는 "태양광이 늘수록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중국산(産) 수입은 느는 반면 우리 기업들 매출·고용은 줄고, 풍력 역시 덴마크·독일 기업 매출만 늘려왔다"고 했다. 정부 보조금이 중국·유럽 기업 지원에 쓰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어제 그린 뉴딜을 통해 향후 5년간 태양광·풍력을 현재의 3.4배로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원자력·석탄을 대신할 LNG 발전소의 가스터빈은 전량 지멘스(독일), GE(미국), 미쓰비시(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다.

풍력·태양광은 바람·햇빛의 변동성 때문에 전력 수급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다. 유 교수는 제주 풍력의 경우 바람이 강할 때는 수시로 '출력 제어(curtailment)' 조치를 취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풍력발전이 과도할 경우 과부하를 막기 위해 일부러 전력 생산을 중단·감축하는 걸 말한다. 제주의 출력 제어는 2016년 6회였는데 작년엔 46회, 올 들어 6월까지는 벌써 44회에 달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2030년엔 1934회가 된다는 것이 한전 예측이다. 전력계획 워킹그룹은 '제주수급 소위원회'까지 둬야 했다.)

제주~육지는 두 해저 전력 연계선으로 연결돼 있다. 제주 전기가 모자라면 육지에서 전기를 보내주는 일방향 전력 케이블이다. 그런데 한전은 쌍방향 제3 연계선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제주의 풍력 전기가 넘칠 경우 전남 지역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3500억원이 소요된다. 유 교수는 "문제는 전남에서도 제주 풍력 전기를 받아봐야 쓸 곳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전남은 강한 햇빛과 싼 땅값 때문에 2018년 기준 전국 태양광 설비의 21%가 몰려 있다.) 제주에서 받은 풍력 전기와 전남 자체 생산 태양광 전기가 남아돌 경우 그걸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탑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제2의 밀양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수심 깊은 동해에도 부유식(浮遊式)으로 대규모 해상 풍력이 계획되고 있다. 현재도 동해 지역의 석탄·원자력발전소 생산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동해안~신가평 송전탑' 공사가 지역사회 곳곳의 반대에 부딪혀 도통 진척이 안 되고 있다. 동해의 해상 풍력 전기를 태백산맥 너머 서울·경기로 보낼 송전 설비를 어떻게 또 만드냐는 것이다.

유 교수는 "체계적 전략 없이 그린 뉴딜을 추진하면, 그린은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뉴딜은 어렵다"고 했다. 그린은 환경을, 뉴딜은 일자리를 말한다.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뉴딜도 어렵겠지만 그린도 이루기 힘들다. 환경부는 이미 산업부의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퇴짜 놨다. 같은 정부 내에서도 과연 '그린'이긴 한 거냐고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탄소 제로 전력인 원자력을 배제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 더구나 태양광은 부지가 원자력발전에 비해 100배 이상 필요하다. 태양광·풍력 때문에 국토 경관이 형편없이 망가지는 것을 국민 모두 목격하고 있다. 세계 최고 인구 밀도, 극도의 토지 부족 국가로선 원전 같은 고밀도 전력 생산이 친(親)환경 발전이다. 원자력발전은 수입 연료비가 발전단가의 8%에 불과한 '92% 국산(國産) 전기'이기도 하다. 일자리도 대부분 국내에 생기고 달러의 해외 유출도 거의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14/202007140458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