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35세 이상이면 제왕절개? "자연분만은 나이 상관없어", 임신 중 약 복용은 금물? "빈혈 등 지병 있다면 먹어야"

최만섭 2020. 7. 9. 05:26

35세 이상이면 제왕절개? "자연분만은 나이 상관없어", 임신 중 약 복용은 금물? "빈혈 등 지병 있다면 먹어야"

조선일보

박중신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입력 2020.07.09 05:00

[아이가 행복입니다] 임신·출산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인터넷 정보 홍수의 시대다. 온갖 전문 지식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접속해서 습득한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까지 가세했다. 그만큼 사람들이 똑똑해지고 있고 임신부도 예외는 아니다. 젊은 임신부들은 임신, 출산과 관련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다. 하지만 정보 홍수의 시대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입증되지 않은 사실 때문에 자신이나 태아의 상태를 오해하거나 기우에 신음하는 임신부도 많다. 코로나 사태로 병원을 찾는 일이 최근에 줄어들면서 이런 경우가 더욱 눈에 띈다. 임신부를 진료하며 가장 많이 맞닥뜨린 오해와 진실을 소개해 본다.

임신 중 먹던 약 끊으면 위험

먼저 '임신 중 약물에 노출되면 큰일 난다'는 오해다. 여드름약같이 임신 중에 절대 사용하면 안 되는 것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약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히 아주 임신 초기(수정 후 2주까지)에는 약물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또 빈혈 등 지병이 있어서 임신 전부터 철분제 같은 약물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함부로 약을 끊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임신 관련 예방주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임신 중에도 독감이나 백일해 예방주사는 맞는 것이 좋다. 그러나 풍진 예방주사는 접종 후 반드시 4주간은 피임해야 한다.

 

/Getty Images Bank

 

 

무통분만을 하면 태아가 마취되는 등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통분만법이 개발된 이후 질식분만(자연분만)을 하는 임부에게는 신천지가 열렸다는 말이 있다. 실제 진통을 겪다가 무통분만 시술을 받은 임부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온 것 같다는 표현을 한다. 병원에서 시행하는 다른 시술들과 마찬가지로 무통분만에도 낮은 확률로 합병증이 동반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이득이 있기에 무통분만을 피할 필요는 없다. 무통분만을 주저하는 임부에게 "우리 애를 낳을 때도 했어요"라고 설명하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바로 선택하게 된다.

35세 이상 임부도 자연분만 가능

나이 많은 임부는 반드시 제왕절개 수술로 분만해야 한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과서에 고령(35세 이상) 임부라고 반드시 제왕절개 수술로 분만해야 한다고 되어 있지는 않다. 임부의 의지만 있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질식분만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물론 나이 많은 임부는 진통 2기의 '힘주기' 과정에서 힘에 부칠 수는 있다. 하지만 나이 한 가지로만 분만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담당 의사와 충분히 상의해서 분만 방식을 결정하면 된다.

진통이 더 심하고, 결국에는 제왕절개 수술을 받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유도분만을 꺼리는 임부들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유도분만은 태아가 자궁 안에 있는 것보다 분만되는 것이 더 안전할 때, 인위적으로 약물을 통해 분만 진통을 유발하는 과정이다. 즉 분만 진통의 시작만 다를 뿐 그 이후의 과정은 자연 진통에 의한 분만 과정과 다를 바 없다. 과거에는 유도분만 때 제왕절개 수술의 빈도가 높다는 얘기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는 근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따라서 유도분만이 자연적으로 시작된 진통보다 더 아플 것도 없고, 제왕절개 수술의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도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 태아 기 형 치료 가능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산전 진찰 중 태아에게 문제점이 발견되어도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최근 의술의 발달은 상상 이상이다. 선천성 심장병을 비롯한 대부분의 태아 기형은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인터넷에 범람하는 정보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 때문에 낙담하지 말고 의사를 찾아 상담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9/202007090027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