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코로나 시대엔···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최만섭 2020. 7. 7. 06:03

코로나 시대엔···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이혜인·박채영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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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06 20:48 수정 : 2020.07.0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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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전문가들 앞다퉈 촉구

 

‘집단·깜깜이 발병’ 다시 확산세
대구·경북 유행 때보다 더 심각
중대본 “아직 상향할 때 아니다”
‘세밀한 방역대책 시급’ 의견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50명 안팎을 오가고 있다. 전남·광주 등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지역은 자체적으로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수위를 2단계로 높였지만, 감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단발병, ‘깜깜이’ 발병이 많은 현재 상황이 대구·경북 유행 때보다 심각하다”며 전국적으로 거리 두기 수준을 2단계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8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흘 연속 60명대를 기록했던 확진자 수는 다소 누그러졌으나 여전히 수도권을 비롯해 광주, 대전 등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날 낮 12시 기준으로 광주 광륵사 관련 확진자는 7명 추가돼 총 87명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집단감염으로 인한 확진자가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 관련 36명, 경기 수원 교인모임 관련 20명, 서울 중랑구 일가족 관련은 9명까지 늘었다.

정부는 대규모 확산은 저지하고 있어 아직 거리 두기 단계를 전국적으로 상향조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최근 2주간(6월21일~7월4일) 환자 발생 양상을 보면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46.9명으로 직전 2주(46.7명)와 비슷하며, 국내 발생 확진자 수는 36.8명에서 31.1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하지만 감염 지역이 수도권에서 남쪽까지 내려가면서 전국 단위로 확산됐고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비율도 10.7%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당장이라도 거리 두기 수준을 전국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은 반나절 만에 전국 각지 이동이 가능한 ‘반일 생활권’이기 때문에 국소적으로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천지 중심으로 발생했던 대구·경북 유행은 확진자 숫자는 컸지만 지금보다 오히려 통제가 쉬운 측면이 있었는데, ‘깜깜이’ 발병 때문에 통제가 어려운 지금이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 확산의 여파가 제주·강원처럼 환자 발생 경험이 없고 공공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역으로 번지면 20~30명 환자 발생에도 해당 지역사회는 휘청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광주에서 며칠 만에 확진자가 빠르게 100명 가까이 늘었다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이미 시작된 확산이 이제서야 드러났다는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확진자가 급증한 후에 거리 두기 단계를 높이면 이미 늦다”고 말했다. 이어 “7~8월 여름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서 이동량이 늘면서 앞으로 더 급격히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거리 두기 단계 조절보다 방역 정책을 더 세밀하게 손보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전국적으로 조정하기보다 광주·전남처럼 지역별 상황에 맞게 빨리 조절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문제는 전국적으로 2·3단계로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이 그 조치에 맞게 호응을 할 것이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돌잔치·동호회 모임 등 시설 관리만으로 막을 수 없는 연결고리들이 자꾸 나온다”면서 “유행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경로 불분명 사례를 줄이려면 이런 모임들에 어떤 특성이 있는지, 특정 상황과 위험행동에 대해 정교한 분석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7062048005&code=940601#csidx964ddd4f65946a59f135eec7af3d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