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文정부가 투기 꽃길 열었다” 집 부자된 임대사업자들 [이슈&탐사]

최만섭 2020. 7. 1. 06:01

 

 

 

“文정부가 투기 꽃길 열었다” 집 부자된 임대사업자들 [이슈&탐사]

[정부가 깔아준 다주택 꽃길] ①저가 아파트 매물 흡수한 임대사업자

 

입력 : 2020-06-28 17:56/수정 : 2020-06-29 10:01

 

 

사진=윤성호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52% 상승했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통계 과잉 해석을 주장하며 14.2% 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해당 기사에는 ‘둘 다 엉터리다. 100% 오른 곳도 많다’는 댓글이 적지 않다. 시민이 체감하는 부동산 가격 과열 온도는 수치보다 훨씬 더 숨 막힐 수준이라는 의미다.

저가 아파트인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가격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국토부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상 전용 31.98㎡는 문재인정부 출범 당일인 2017년 5월 10일 2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13일 5억7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상승률 111%다. 이 아파트는 최근 재건축 이슈까지 겹치며 현재 호가가 5억9500만원까지 뛰었다. 21번째 부동산 정책인 6·17 대책 이후에도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최근 학계 일부와 시민단체는 이 같은 상황을 언급하며 6·17 대책의 약발이 퍼지기도 전 벌써부터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집값 상승의 원인은 다양한데 특히 특정 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바로 ‘민간주택임대사업 등록 인센티브’ 제도다. 재정학 권위자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6·17 대책 발표 직후 “(이 제도는) 투기의 꽃길이다. 정부가 암덩어리를 남겨둔 채 항생제만 처방하고 있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왜 그럴까.

국민일보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서울 노원구와 강남구 일대에 등록된 임대사업자 보유 아파트 매물 1100여개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28일 전수조사했다.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과 주택임대사업 컨설턴트들도 접촉했다. 세무사에 의뢰해 그들의 절세 수준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정부의 ‘인센티브 꽃길’에 뛰어들어 새로 다주택자가 된 세력의 실체가 확인됐다. 정부 정책이 다주택자를 되레 키운 것이다. 그들은 신규 매물을 빨아들였고, 기존 매물을 잠갔다. 이는 집값 상승의 추동력이 됐다. 임대사업자들이 약속된 임대기간을 채운 뒤 기존 매물을 팔면 남는 막대한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은 제로에 가깝다. 다주택자들은 증여세를 아끼기 위한 방법으로도 이 제도를 활용했다. 반면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는 달성되지 않았다. 임대사업자 보유 주택 비중이 높은 곳에서 집값 상승률이 가팔라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었다는 세입자들이 많았다.

 

 

 

 

 


몸집 불린 다주택 임대사업자
“임대사업자들이 다 집을 쓸어갔어요. 돈이 한두 푼 오른 게 아니잖아요? 따지고 보면 집값은 다 임대사업자들이 올려놓은 거예요. 대출 받아 막 다 사놓고 가만히 앉아서 버는 거지. 지금은 돈을 들고 와도 매물이 없어서 못 사요.”

지난 23일 상계주공5·6단지 인근의 공인중개사 A씨는 상황을 설명하며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임대사업자 등록제도는 다주택자들이 지닌 매물을 양성화해 전월세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그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매물을 등록하는 게 아니라 새로 사들였다는 것이다.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해 보니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3486가구 규모의 상계주공5·6단지 중 임대사업자 보유주택은 625개(17.9%)다. 이 가운데 70.7%(442개)는 문재인정부가 시작된 2017년 5월 이후 임대사업자 매물로 등록됐다. 임대매물로 등록이 됐지만 임대의무기간 개시일이 기재되지 않은 58개를 포함하면 비율은 80.0%(500개)까지 높아진다.

정부가 인센티브를 대폭 늘린 2018년 임대주택 등록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2017년 15건에 불과하던 임대주택 신규 등록이 85건으로 늘어났다. 6단지에서도 2017년 34건에서 2018년 200건으로 6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런데 이 중 상당수가 임대사업자들이 새로 사들인 주택이었다. 2017년 5월 이후 등록된 임대사업자 보유주택 500개 중 133개(26.6%)에서 같은 기간 내 손바뀜이 확인됐다. 임대사업용 주택 거래가 넷 중 하나꼴이라는 말이다. 임대사업자가 보유 매물을 확대했거나 새로 매물을 사들여 다주택자 임대사업자가 된 사람들이 발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임대사업자들의 매물 ‘쓸어담기’는 전체 매수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8년의 경우 상계주공5·6단지 전체 매매거래는 총 202건이었는데 이 중 매수자가 임대사업자인 경우가 74건(36.6%)에 달한다. 매물 절반가량을 임대사업자들이 흡수한 것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전체 기간(721건)을 놓고 봐도 임대사업자 매수 비중은 18.5%나 된다.

 

 


그들은 누구일까
“그 사람들이 막 서너 채씩 사 쟁이니까, 벼락부자 만들어 준거지.”(공인중개사 B씨)

“최근 2~3년 사이 외부에서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왔죠. 전세 끼고 사들이고.”(공인중개사 C씨)

최근 3년간 거래 경험이 있는 상계동 공인중개사들이 신규 진입한 임대사업자들의 실체라며 설명한 건 대체로 비슷했다. 다주택자, 갭투자자, 외지인…. 특히 2018~2019년에 발길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 열풍이 한창일 때다. 투기 세력과 여유자금은 서울의 부동산 투자처를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그 흐름은 서울 강남구 일대와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을 거쳐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까지 이어졌는데, 이때 임대사업자들도 함께 들어왔다는 것이다.

전남에 사는 30대 조현성(가명)씨 부부도 그랬다. 이들은 2018년 8월 전용면적 58㎡, 59㎡ 아파트 한 채씩을 연달아 사들였다. 두 채 합쳐 8억5000여만원을 투자했다. 매입 직후인 2018년 9월 두 채 모두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임대사업을 위한 매수였던 것이다. 지난달 같은 크기의 아파트는 5억원 후반대에서 6억원 초반대 실거래가 이뤄졌다.

대구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고진환(가명)씨 부부는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전용 59㎡ 아파트 한 채를 3억3000여만원에 사들였다. 이어 다음 날 바로 전용 31㎡짜리 한 채도 2억8000여만원에 매입했다. 두 주택 모두 그해 8월 임대주택으로 등록됐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총 6억1000여만원의 부동산 투자를 감행한 결과는 어떨까.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두 아파트의 최근 실거래가를 더해 보면 11억3000만원 수준이다. 손 하나 까닥 안 하고 재산이 거의 2배가 됐다. 모두 서울 상계주공5·6단지에서 이뤄진 거래다.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은 등기부등본 분석 결과와 일치했다. 두 단지에서 2017년 이후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500건 가운데 명의 확인이 가능한 주택 수는 486건이다. 이 중 49세 이하(공동명의일 경우 첫 등기자 기준)는 146명으로 30.0%다.

매입 당시 등기상 주소지가 서울이 아닌 소유주는 136명(28.0%)이었다. 신규 임대사업자 셋 중 하나는 외지인이었다는 뜻이다. 서울에서도 노원구 외 사람들(175명)까지 합치면 외지인의 비율은 64.0%까지 올라간다.

중개업자들 얘기대로 쇼핑하듯 여러 매물을 사들인 임대사업자 존재 역시 확인됐다. 임대사업자가 해당 단지 매물을 복수 보유한 건수는 최소 62채 확인됐다. 이들이 소유한 다른 지역의 매물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과 거래했던 공인중개사들은 공통적으로 “임대사업자들은 보통 3, 4채씩은 갖고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탄식하는 실수요자
상계주공5·6단지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이하에서 거래되는 곳으로, 집값이 저렴해 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학원가가 잘 갖춰져 있어 자녀 교육을 위한 전세 수요도 많은 단지다. 그런데 이 단지 가격이 정권 출범 이후 2억~3억원 정도 상승하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부동산 업자들은 “오르기 전에 집을 사지 못해서 후회하고 가슴을 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중개업자는 “아파트 매입 시기를 고민하다가 집값이 올라버리자 ‘스트레스받아서 요새 잠이 안 온다’고 하소연하는 손님도 있었다”고 했다. 인근의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 D씨는 “새 아파트가 들어서지 않는 상황에서 돈 있는 사람들이 아파트를 매집해 수요만 늘어났다. 수요가 많아지니 아무래도 아파트 가격 인상을 견인한 측면이 있다”며 “결국 높아진 가격에 실수요자들은 집을 사지 못했고, 다주택자들의 배만 불리는 수단이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 E씨는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임대사업자들이 매물을 다 등록해서 묶여 있으니 물건이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물량 자체가 귀해지다 보니깐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나왔던 물건이 회수되기도 했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는 “집을 팔겠다고 내놨다가도 세금을 계산해보고는 그냥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겠다며 매물을 취소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그런 식으로 매물이 줄어드니깐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진작에 없애버렸어야 하는 제도인데, 결국 다주택자들이 집을 더 사들이게 만들어서 가격만 올려놨다”고 분통해 하는 공인중개사도 있었다.

 

사진=윤성호 기자

 


인센티브 확대의 역사
민간임대주택 등록을 본격적으로 장려한 건 이명박정부 때였다. 정부는 2011년 전월세 안정화 대책을 내면서 수도권 민간 임대사업자 세제 지원 요건을 기존 3가구 임대에서 1가구 이상으로 대폭 완화해 임대주택 사업을 유도했다.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세제 혜택 기준은 2가구였다. 수도권에서 1가구 이상만 임대해도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재산세 등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임대사업자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은 3년 이상만 보유하면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에서는 민간임대사업 세제 혜택 대상(전용면적 149㎡ 이하, 가격 6억원 이하)인 아파트가 노원구와 도봉구에 집중돼 있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임대주택법’을 개정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공포, 시행했다. 박근혜정부는 2013년 ‘준공공임대주택’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민간임대사업자가 1가구 이상의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정식 등록할 경우 의무 임대 기간,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는 대신 세제 종합선물세트를 던져줬다. 세금감면 인센티브는 대책마다 강화됐다. 2014년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에서는 준공공임대주택 재산세를 전용면적 40~60㎡는 감면율 75%, 60~85㎡는 50%로 확대했다.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신규 취득 후 3개월 이내 임대 등록하는 85㎡ 이하 주택에 대한 양도세 전액 면제 혜택까지 부여했다.

문재인정부도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18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임대등록제 전면 실시’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사적 임대주택 시장 양성화로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하겠다고 했었다. 19대 대선에서는 “자발적인 임대주택 등록을 촉진할 수 있도록 세제를 감면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2017년 12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공식 발표하면서 본격 실행됐다. 임대소득 과세와 건강보험료 부과를 2019년부터 시행하되, 등록 사업자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특히 장기 임대와 소형평수 위주로 혜택을 대폭 확대했다.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취득세·재산세 감면기한을 2018년에서 2021년까지 3년간 연장했고, 8년 이상 장기임대하는 소형주택(전용면적 40㎡ 이하)에 한해 1호만 임대하는 경우에도 재산세 감면 혜택을 부여했다. 서민이 주로 거주하는 다가구주택(40㎡ 이하)에 대해서는 8년 이상 임대 시 재산세 감면 혜택을 부여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그달 일몰 예정이었던 양도소득세 전액 면제 조항을 이듬해 12월까지 1년 연장했다.

정부의 유도대로 임대주택 등록은 크게 늘었다. 2016년 등록된 임대주택은 79만호였는데, 2020년 1분기까지 등록된 임대주택은 모두 156만8900호에 달한다.

하지만 정책 발표 뒤부터 혜택을 노린 다주택자들이 전국 곳곳에 투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장관은 정책 발표 1년도 채 되지 않아 “세제 혜택이 과하다”며 정책 오류를 시인했다. 결국 2018년 9·13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내 신규 취득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중과, 종부세 과세 조치가 취해졌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는 40% 줄였다. 하지만 기존 임대사업자들의 혜택이 그대로 유지돼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이번 6·17 대책에서 임대사업자가 새롭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게 제한하고 이들의 불법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은 건드리지 않았다. 임대주택사업자들은 여전히 취득세 면제 또는 50~85% 감면, 재산세 면제 또는 25~85% 감면, 임대소득세 30~75% 감면,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율 적용 3년 이상 시 6~70%, 8년 이상 임대 시 다주택자 중과배제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는 “임대사업자 특혜가 과도하다는 점을 정부가 인정했지만 양도세 중과 등은 신규 취득 주택부터 적용된다”며 “다주택자들의 투기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임대사업자 특혜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정부 정책의 실효성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740939&code=61141111&sid1=e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