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경제 돌직구] '소주성' 특위는 국민을 속이고 있다
조선일보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
입력 2020.07.06 03:10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
지난달 초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뚜렷하게 긍정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게 네 가지로 쟁점을 나눠서 설명했는데 들여다보면 엉성하고 왜곡이 넘친다.
OECD 국가 중 예외적으로 실업 악화
첫째, 그들은 2018년 이후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경제가 어려워졌지만, 소주성 정책 덕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고용지표를 보면 다르다. 실업률은 경제 성과나 흐름이 좋은지 확인하는 대표적인 지표. 그런데 2017~2019년 OECD 국가 실업률을 보면 37국 중 터키, 아이슬란드, 한국, 멕시코, 스웨덴 5곳을 제외한 32국은 실업률이 줄었다. 한국만 예외적으로 고용이 악화한 국가였던 셈이다.
둘째, 특위는 '노동소득분배율'이 2018년부터 2년 연속 상승하면서 2019년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가계 소득이 증가했다고 공개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근로자들이 받는 보수(임금)를 기업 영업이익과 근로자 보수를 합친 숫자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생산된 부가가치 중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셈인데 이 지표는 임금이 많이 올라도 향상하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하면 분모가 줄기 때문에 증가한다. 우리나라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증가율은 박근혜 정부 시절 2015년 11.7%에서 2017년 30%까지 성장하다 소주성이 본격화된 2018년 0.32%, 2019년 -37.04%로 급락했다. 결국 분모가 줄어 오른 수치를 갖고 소주성 긍정 효과로 뒤집어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집권 세력이 자주 성토하는 한국 양극화 문제도 비슷한 배경이 있다. 지난 2015년 나온 'G20 국가 임금 격차와 노동소득 비율 보고서'에는 2000~2014년 사이 G20 노동소득분배율과 소득불평등 지니계수 변화가 나온다. 여기서 이 기간 노동소득분배율이 감소하고 지니계수가 증가한 나라는 호주, 중국, 독일, 인도, 미국, 한국. 그 반대는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 브라질이다.
장기적으로 경제가 노동 집약에서 기술·자본 집약으로 고도화하면 노동 비율이 줄고 자본 비율이 증가하기 때문에 노동소득분배율은 감소하지만 소득은 증가한다. 러시아를 제외하고 대부분 선진국은 1970~2014년 사이 노동소득분배율이 예외 없이 감소했다. 가장 빠르게 경제구조를 고도화한 한국도 마찬가지다.
반면 경제가 추락한 나라는 기업 이익이 급감하고, 영세 사업자로 고용 비율이 이전하면 다 같이 가난해져 역설적으로 평등 사회 실현에 성공한다.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브라질은 그런 경우다.
기업 수익성 감소로 통계 착시 현상
셋째, (단기)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인상 등 소주성 정책으로 임금소득이 늘어 GDP 명목증가율보다 높고 가계소득도 증가시켰다는 주장도 엉터리다. 이는 근로소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사업소득이나 재산소득 등 다른 소득 항목이 감소하거나 정체되면서 나타난 착시 현상이면서 기업 수익성이 급감하고 있다는 '비극의 이면(裏面)'일 뿐이다. 현 정부 아래 근로소득은 영세 사업자 최저임금 인상분을 정부가 부담하고 일자리라고 할 수도 없는 '알바' 위주로 근로소득을 부풀려 달성한 수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2018년과 2019년 4분기 공적 이전 소득(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정부가 지원하는 돈)은 각각 18.22만원, 19.56만원인 반면, 공적 이전 지출(세금과 사회보험료 등)로 가계가 지출한 규모는 28.33만원, 30.79만원이다. 국민이 낸 돈 중 63~64%만이 가계소득으로 돌아온다. 결국 전체적으로 정부를 거치면서 소득 분배 효과가 일부 있긴 하지만 2019년 기준 정부 공적 이전을 없애면 균등가처분소득은 오히려 4.56% 증가한다. 정부가 개입하면서 분배 효과가 일부 나타나긴 하지만 평균 가계소득을 낮추고 있어 소주성 성장론이 허구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2019년 가처분소득이 증가한 건 2017~2018년 가처분소득이 부진했던 기저효과를 반영하는 자료라 국민을 호도하는 내용이다. 이 정부는 2017~2018년 5분위 소득 격차를 사상 최대로 악화시켰고, 2018년 4분기엔 소득 1분위 빈곤 계층 처분가능소득이 19.5%, 2분위는 5.3% 감소하게 하는 등 빈곤층을 더 힘들게 했을 뿐이다.
통계왜곡, 가짜뉴스로가득한소주성특위
넷째, 소주성 정책이 가계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진작,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막았다는 주장도 근거가 약하다. 이는 1~2인 가구 비율이 증가하면 늘어나는 소비 비율 추세를 '소주성 효과'로 과장하고 있다. 민간 경제는 시들어가고 성장 규모 중 정부가 자리를 차지하는 비율이 75%를 넘어가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금 주도 성장'이 확산하는 걸 소주성 공(功)으로 각색하고 있다. 특위 자료는 2017~2019년 수출 주도 국가 독일과 홍콩, 싱가포르, 한국 중 한국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걸 소주성 정책 덕분이라고 강변한다. 우선 금융·서비스업이 중심인 싱가포르·홍콩과 한국을 수평 비교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또 과거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내수 주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 한국이 0.8% 성장하고 이듬해 6.8%로 V자 반등을 했던 건 과감한 재정 확충 덕분이지 소주성 같은 정체불명 정책과는 무관하다. 이번에 문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전보다 더 심각하게 파괴하면서 대응했다는 게 진실이다.
이번 특위 발표 내용은 통계 왜곡과 가짜 뉴스로 가득하다 . 임금 주도 성장론을 각색한 소주성은 시작 때나 지금이나 국민 경제를 두고 무모한 실험을 감행하는 이단적 가설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빌미로 기본소득세, 전 국민 고용안정기금, 비정규직 제로화, 해고 금지 등 이름으로, 그리고 더 과감한 한국형 디지털, '그린 뉴딜'로 각색되어 변이를 만들면서 정치권과 국민을 감염시키고 경제 바이러스가 돼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6/20200706000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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