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맨주먹 붉은피로 원수를"...文도 함께 불렀다

최만섭 2020. 6. 26. 05:15

"맨주먹 붉은피로 원수를"...文도 함께 불렀다

 

김형원 기자

 

 

입력 2020.06.25 22:26 | 수정 2020.06.25 22:59

문대통령 6.25 70주년 기념식서 제창
한때 금지곡이었던 '늙은 군인의 노래'도 울려퍼져

 

문대통령이 6·25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6·25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다. /KTV 캡쳐

 


25일 6·25전쟁 70주년 행사에서 ‘늙은 군인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 노래는 박정희 정권 당시 국방부 장관이 지정한 ‘1호 금지곡’이었다. 과거 이 노래가 금지됐던 주된 이유는 “군의 사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꽃피고 눈 내리기/어언 30년”이라는 노랫말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이날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행사장에서 가수 윤도현의 목소리로 다시 불렸다. ‘늙은 군인의 노래’는 가수 김민기가 1978년 발매한 앨범 ‘거치른 들판의 푸르른 솔잎처럼’에 수록됐다. 김민기는 군복무 시절에 30년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을 앞둔 선임하사의 요청으로 이 노래를 작곡했다고 한다. 김민기 본인은 이 노래를 저항가로 만들지 않았지만, 유신 정권 때 이 노래를 금지곡으로 지정하면서 반독재 투쟁 현장에서 많이 불렸다.

1978년 이 노래는 양희은의 앨범에 실렸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이 음반은 판매금지됐다. ‘허무주의적 가사가 군기해이, 사기저하를 불러 일으킨다’는 이유였다. 다른 해석도 있다. 노랫말에서 군인이 때로는 투사로 바꿔 불렸기 때문에 정권이 이를 의식했다는 것이다. 당시 대학가에서 ‘늙은 군인’은 군에 강제징집 당했다가, 전역해서 돌아온 운동권 간부들을 상징하는 단어였다. 노동자들은 김민기 작사·작곡의 ‘늙은 군인의 노래’를 ‘늙은 노동자의 노래’로 바꿔 불렀다. “나 태어나 이 강산에 노동자 되어/ 꽃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 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는 식이었다.

이날 유해 봉환식에서는 ‘6·25의 노래’도 제창됐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문 대통령은 이 노래를 참전 용사 및 현역 군인들과 함께 불렀다.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서 국군전사자들의 유해가 봉환되고 있다. /뉴시스

 



이날 6·25 70주년 행사는 ‘영웅에 대해 경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사회는 6·25전쟁 배경 드라마 ‘전우’의 주연배우 최수종씨와 국방홍보원 아나운서 정동미 대위가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70년 만에 조국의 품으로 귀환한 국군 전사자 유해 147구를 직접 맞았다. 유해는 ‘늙은 군인의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행사장에 들어섰다.

아래는 ‘늙은 군인의 노래’ 가사.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 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흙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 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런 군인의 자식이다
좋은 옷 입고프냐 맛난 것 먹고프냐
아서라 말아라 군인 아들 너로다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내 평생소원이 무엇이더냐
우리 손주 손목 잡고 금강산 구경일세
꽃 피어 만발하 고 활짝 개인 그 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 내 청춘 다 갔네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푸른 하늘 푸른 산 푸른 강물에
검은 얼굴 흰머리에 푸른 모자 걸어가네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우리 손주 손목 잡고 금강산 구경가세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5/20200625050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