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국민 기본소득 "현실성 없다" 비판에… "저소득층만 주자"도 등장

최만섭 2020. 6. 13. 11:20

전국민 기본소득 "현실성 없다" 비판에… "저소득층만 주자"도 등장

조선일보

김민철 선임기자

 

입력 2020.06.13 03:00

[기본소득 논쟁] [3] 정치권 3개案 비교해보니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안심소득제'라는 방안을 제시하며 이 논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그나마 큰 그림이라도 그려볼 수 있는 기본소득안이 이재명 경기지사가 내놓은 안, 민간단체인 랩2050이 내놓은 안을 포함해 3개로 늘어났다. 여의도와 복지학자들 사이에서 각 방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모든 국민에게 주자는 안

이재명 경기지사와 민간단체인 랩2050이 내놓은 기본소득 방안은 모든 국민에게 주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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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가 주장하는 방식은 기존 복지제도를 그대로 두고 시행 첫해 연 20만원(월 1만6000원)으로 시작해 점차 50만원(월 4만원)으로 올리고, 증세를 통해 연 600만원까지 올리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시행 첫해에 드는 예산은 10조원, 연 50만원으로 늘렸을 때 25조원이 필요하다. 연 600만원으로 올렸을 때 드는 예산은 300조원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1만6000원, 4만원이라는 '푼돈'을 주는 것이고, 나중에는 대규모 증세가 필요한데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랩2050(대표 이원재)은 지난해 새로운 증세 없이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 월 3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필요한 예산 연 180조원은 기초연금, 아동수당, 기초생활보장 중 생계급여 등 현금성 복지제도와 근로장려금, 소득공제 등을 폐지하고 재정을 구조조정해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두 방안에 대해 여권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 김기식 정책위원장은 방송에서 "막대한 예산을 지출하면서도 급여의 하향 평준화로 정작 지원이 절실한 계층에는 충분한 지원을 못 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 지사가 주장하는 국토보유세(연간 15조원), 정의당이 주장하는 초부유세(연간 38.8조원)를 부과하더라도 기본소득제에 필요한 예산의 5~21%에 불과하다"며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했다. 그는 또 "기존 복지제도를 통폐합할 경우 실질적 복지 혜택은 오히려 감소하거나 지금 수준에 그치고, 기본소득을 논의하느라 정작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중요한 복지 이슈들이 묻힐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저소득층만 차등 지원하자는 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1일 밤 TV 토론에서 "모두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와 달리,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안심소득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기준소득(예를 들어 4인 가구 기준 연소득 6000만원)을 정하고 그 이하만 하후상박으로 차등 지원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득이 2000만원인 가구의 경우, 기준 6000만원과의 차액인 4000만원의 절반인 2000만원을 추가 지원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오 전 시장은 "이 방안은 소득 격차를 획기적으로 해소하고 근로 의욕 상실이라는 기초생활보장제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제도를 시행하는 데 53조원의 예산이 드는데, 11조원은 기존 근로장려금(5.5조원)과 생계급여(3.1조원) 등을 폐지해 마련하고 나머지 42조원은 앞으로 증가할 복지 예산으로 충당하자고 했다.


이 방안은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한 '음의 소득세'(최저소득 보장선을 설정하고 미달하는 금액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는 제도) 개념을 변형시켜 만든 것이다. 박 교수는 "기존 복지제도를 대부분 유지한다는 점 등이 '음의 소득세'와 다르다"며 "오 전 시장이 내 책을 읽고 연락해와 연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오찬에서 오 전 시장이 "우파 버전의 기본소득제"라며 이 방안을 소개하자 관심을 표하며 자료를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제도 또한 올해 우리나라 현금성 복지 예산(54조원)과 비슷한 거액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 도입 방안을 꺼내 논쟁의 불씨를 지폈지만 정작 구체적인 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 방안에 대해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는 "흥미진진한 얘기이긴 하지만, 기본소득제라기보다는 이미 우리도 시행하는 근로장려금을 확대하는 개념인 것 같다"며 "그 제도를 시행하려면 소득 파악이 중요한데 우리의 경우 국세청에 잡히지 않는 소득이 너무 많아 현실에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도 "실제로 국민이 원하는 복지 욕구와 필요한 재원을 정확히 분석하고 내놓은 주장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3/20200613001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