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부글부글 "흙수저는 평생 전세로만 살라는거냐"
입력 2020.06.18 18:12 | 수정 2020.06.18 19:45
정부 부동산 대책에 와글와글
"현금 부자들만 더 부자로 만드는 정책"
전문가 "최대 피해자는 40대 이하 무주택자"
“편도 1시간 넘는 콩나물 열차를 타고 다녀도 서울에서 출퇴근 가능한 지역에 내 집 하나 마련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냥 전·월세 세입자가 되는 것이다.”
6·17 대책이 발표된 다음날인 18일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에 자신을 맞벌이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의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인은 “이번 대책으로 접경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거의 모든 지역이 규제지역이 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40~50%밖에 안 나온다”며 “열심히 모아도 집값은 계속 오르니 무주택자는 평생 집을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6·17 대책 발표 이후 3040(30~40대)층을 중심으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정부가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 등 투기 세력을 잡겠다며 수도권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전세 대출 요건을 강화하면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과 1주택자의 갈아타기에도 족쇄가 채워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거 사다리 걷어차인 3040대 흙수저
6·17 대책으로 3040대 무주택자가 느끼는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은 계속 치솟고 대출 한도는 줄어들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젊은 세대의 주거 사다리를 정부가 걷어차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맞벌이하는 직장인 김모(38)씨는 6·17 대책이 발표되자 “집값도 못 잡은 정부가 대출만 계속 규제하는데, 돈 없는 무주택자는 평생 전세로만 살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어린 자녀 때문에 성북구 처가 근처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그는 서울 집값이 계속 뛰자 향후 아이 학교 등을 고려해 성동구의 8억원대 아파트를 미리 전세 끼고 사 놓고, 전세 대출을 받아 당분간 기존 전셋집에서 계속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이런 계획은 불가능해졌다.
정부가 갭투자를 막기 위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이 넘는 집을 사면 전세 대출을 즉시 회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9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 때만 적용되던 규정이다. 김씨는 “내년 1월 만기가 되는 전셋값도 벌써 5000만원 올랐다”며 “미리 집 산 친구와 동료들은 자산을 불려가고 있는데 나는 집도 못 사고 전세 빚만 늘게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이 넘는 집을 사면 전세대출을 회수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6개월 안에 입주하도록 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수도권에서는 전세대출을 받아 집을 사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125만가구 중 3억원 이하 아파트는 4만3501가구로 전체의 3.5%에 불과하다. 서울 양평동에 사는 직장인 이모(34)씨는 “집값이 오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흙수저 무주택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일단 좋은 지역에 전세 끼고 집을 사놓는 건데 이런 방법까지 틀어막혔다”며 “내 집 마련 하려는 것뿐인데 정부가 죄인 취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서 접경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포함하면서 내 집 마련 자금 부담도 더 커지게 됐다. 비규제지역일 때 70%이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는 투기과열지구에선 40%, 조정대상지역에선 50%로 줄어들게 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 아파트 평균 가격은 5억3797만원이다. 최소 2억 1500만원의 자기 자금이 있어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한 30대 무주택자는 “돈 없는 30대가 집 사려면 규제가 없는 접경지역에서 출퇴근하란 말이냐”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은 미리 전세를 끼고 집을 사놓고 돈이 모이면 입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가 생애 첫 주택 마련까지 투기 개념으로 접근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점제 확대로 청약 당첨문 더 좁아져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에 추가됨으로써, 3040층에게는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도 더 어려워졌다. 가점제로 당첨자를 가리는 지역이 대폭 확대돼 청약 가점이 낮은 젊은 층이 청약할 수 있는 곳은 더 줄어들었다. 인터넷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는 “정부가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 “대출 없이 갭투자할 수 있는 현금 부자만 계속 부자가 되는 정책 아니냐”는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비규제지역은 30평대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청약 가점제 배정 비율이 최대 40%다.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이 비율이 75%, 투기과열지구가 되면 100% 가점제로 늘어난다. 부양가족 수가 적고 무주택 기간이 짧은 30~40대에겐 가뜩이나 낙타 바늘 구멍 통과하기인 청약 당첨의 기회가 더 좁아지는 셈이다.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자들의 평균 가점은 61.38점이었다. 30대 (3인 가족·만39세 기준)가 받을 수 있는 청약 가점 최대 점수는 52점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번 대책의 최대 피해자는 40대 이하 무주택 젊은 층”이라며 “정부는 재건축 공공임대 확대 등을 통해 이들의 내 집 마련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8/20200618041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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