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복잡한 복지제도 조정하고 전국민에 현금 주는게 낫다"

최만섭 2020. 6. 11. 05:37

"복잡한 복지제도 조정하고 전국민에 현금 주는게 낫다"

조선일보

허상우 기자

 

 

입력 2020.06.11 03:00

[기본소득 논쟁] [2] 전문가 인터뷰 - '우파 찬성론자' 서상목 前장관

 

 

 

국가가 전 국민에게 월급처럼 일정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는 흔히 진보 진영의 정치적 어젠다로 인식된다. 그런데 보수 정당 출신인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은 2016년쯤부터 "기본소득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왜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하나.

"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주면 최소한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서울 봉천동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탈북민 모자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 자살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고용이 불안해진다며 기본소득 논의가 불붙기 시작했는데, 코로나 사태까지 더해져 고용 불안 요인이 더 커졌다."

―그렇더라도 왜 저소득층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대상인가.

"현행 제도인 저소득층 공공부조는 소득이 생기면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는 방식이다. 수급자 지위를 유지하면 각종 의료 급여, 생계 지원이 이어지기 때문에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 또 제도 하나하나마다 새로 공무원, 공공 기관이 생긴다. 복지 제도만 수백 개지만 정작 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굶어 죽는 일이 생긴다. 복지 혜택 자격을 따지는 소득 산정 기준만 100여 개다. 복잡한 제도 사이에 사각지대가 생긴다. 이럴 바에는 모두에게 주는 게 낫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주면 근로 의욕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많다.

"오히려 근로 의욕 문제를 해결한다. 현행 기초생활보장 등은 수십 가지 혜택이 있다가도 일해서 소득이 생기면 하나도 못 받는다. 지금 제도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일을 하나 안 하나 30만원이든 일정 금액을 준다. 일해서 30만원 더 벌면 본인 소득이 60만원 되는데 근로 의욕이 떨어지겠는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존 복지 제도를 그대로 두고 30만~50만원 얹어주자고 하면 포퓰리즘이 맞는다. 하지만 북유럽에서 기본소득은 복잡하고 실효성 떨어지는 복지 제도를 개혁하는 수단으로 시도했다. 만약 기존 복지를 줄이지 않고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증세가 따라간다. 세금 더 걷자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 행위다. 표 떨어질 요인이 수두룩한데 어떻게 포퓰리즘인가."

―부자도, 빈곤층도 같은 액수 돈 받으면 역차별은 아닌가.

"복지 제도를 100% 통폐합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결국 어느 정도 증세가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누진세 세제 구조상 부유층은 세금을 더 내는 것이 불가피하다. 걱정 안 해도 된다."

―결국 재원 조달이 문제일 텐데.

"정치권과 언론에서 기본소득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 관심은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로 가야 한다. 복지 제도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중복된 제도를 조정하고 저소득층을 보다 실질적으로 보호해주자는 것이다. 효율적인 복지 정책 설계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는 일이다. 그렇다고 기존 제도를 놔두고 긴급재난지원금처럼 추가로 얹기만 하면 국가 재정이 망가진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 우선 20만~30만원의 적은 돈이라도 모든 사람한테 주되 가급적 새로운 세목을 만들거나 세율 인상 없이 복지 제도 개혁으로 시작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어디를 어떻게 조정해 재원을 조달할 것인가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1/202006110017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