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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흑인추모 시위대, 처칠 향해 "인종차별주의자" 외쳤다

최만섭 2020. 6. 9. 05:28

유럽 흑인추모 시위대, 처칠 향해 "인종차별주의자" 외쳤다

조선일보

파리=손진석 특파원

 

 

입력 2020.06.09 03:00

인종차별 시위 거세지며 식민지 역사 재해석 움직임

6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수천명이 참가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열렸다. 그중 일부가 영국 하원 옆 광장에 세워진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총리의 동상에 몰려들었다. 동상 아래 받침대에 새겨진 처칠의 이름에 검은색 스프레이로 줄을 긋고 그 아래에 그가 '인종차별주의자(racist)였다'라는 글귀를 써넣었다. 처칠 동상에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고 쓴 종이 포스터를 붙이고 테이프로 둘둘 감았다.

2차 대전에서 영국 구한 영웅을… - 7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옆 광장에 있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동상 주변에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모여 있다. 동상 받침돌에 적힌 '처칠(Churchill)'이름에 줄이 그였고, 아래에 "(처칠은)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낙서가 적혀 있다. 처칠이 1940년대 인도에서 쌀 수탈을 지시했고, 이는 인종차별적이라는 것이다. 동상 허리 부분엔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LivesMatter)'고 적힌 종이판이 테이프로 칭칭 감겨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백인 경찰에 의해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연대 시위가 유럽 곳곳에서 퍼져 나가면서 과거 역사를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으로 확산하고 있다. 2차 대전 때 영국을 구한 전쟁 영웅 처칠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세우는가 하면, 흑인 노예상인의 동상을 훼손하고 있다. 유럽판 '부관참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위대 중 소수의 행위이긴 하지만 이들이 처칠의 동상을 훼손한 것은 1943년 당시 영국 총리로서 2차 대전을 치르던 처칠이 인도에서 쌀 수탈을 지시했다는 주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인도의 일부 역사가는 처칠이 인도인에 대한 인종적인 증오심에서 쌀 수탈을 지시했으며, 결국 벵골 대기근으로 이어져 300만명을 굶어 죽게 만들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평화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은 처칠 동상을 훼손하는 이들을 제지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이브닝스탠더드가 보도했다. 영국의 유명 방송 진행자 피어스 모건은 트위터에 "오늘 같은 날 처칠 동상을 훼손하는 것은 (인종차별 해소라는) 포인트를 전달하는 좋은 방식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76주년 기념일이었다.

7일(현지 시각) 영국 브리스톨에서 시위대들이 에드워드 콜스턴 동상에 밧줄을 감아 쓰러뜨린 뒤 강물에 밀어넣고 있다. 콜스턴은 17세기 후반 아프리카인 8만명을 미국에 팔아 돈을 번 노예무역상이다. /AP 연합뉴스

 

영국 남서부 도시 브리스톨에서는 7일 역사적 논란이 있는 인물의 동상을 아예 파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위대는 17세기 사업가 에드워드 콜스턴(1636~ 1721)의 동상을 밧줄로 당겨 쓰러뜨린 뒤 강물에 빠뜨렸다. 콜스턴은 17세기 후반 아프리카인 8만명을 미국에 팔아 큰돈을 벌었다며 비난을 받아왔다. 반면 콜스턴은 브리스톨을 중심으로 널리 자선사업을 벌인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인도계 이민 2세인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은 "완전한 파괴 행위"라고 비난했다. 영국 경찰은 동상 제거 주동자들 검거에 착수했다.

벨기에에서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미를 새기겠다며 역사 속 인물의 동상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수도 브뤼셀의 일부 시위대는 왕궁 앞에 세워진 국왕 레오폴드 2세(1865~1909) 동상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수치'라고 적었다. 레오폴드 2세는 콩고가 벨기에의 식민지가 되기 이전에 사유지로 삼아 잔혹한 수탈을 일삼았다. 상아나 고무를 바치라는 명령을 제대로 듣지 않는 콩고인들의 손목과 팔을 잘라버리거나 살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프랑스에서는 플로이드 추모 시위를 과거 파리 근교에서 발생한 닮은꼴 사건의 진상을 재조사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2016년 아다마 트라오레(당시 24세)라는 흑인 청년이 경찰에 체포된 상황에서 돌연사한 사건을 놓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시위가 파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다. 유족은 경찰 가혹 행위로 트라오레가 숨졌다고 주장하고, 경찰은 그가 심부전증을 앓고 있었고 사망 당시 체내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며 반박하고 있다.

7일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대대적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1만5000명이 시내 알렉산더광장에 모였고,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포폴로광장에 수천명이 운집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스페인 마드리드,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에서도 미국 대사관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9/202006090014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