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보조금 받은 中기업들, 배터리·OLED까지 한국 바짝 추격
조선일보
입력 2020.06.01 03:05
[코로나 빅뱅, 위기와 기회] [2] 한국 선도 업종이 흔들린다
중국의 LCD(액정표시장치) 업체들이 지난해 점유율 42%를 기록하며, 한국(점유율 33.4%)을 사상 처음 역전했다. 2003년 현대전자의 LCD 부문인 하이디스를 인수해 거대 디스플레이 업체로 성장한 중국 업체 BOE(점유율 18.5%)가 역전의 선봉에 섰다. 업계 관계자는 "17년 전, 한국 LCD 라인 하나 뜯어간 업체(BOE)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거대 내수시장을 무기로 LG·삼성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1000개로… 中이 키운 ‘IT 나무’ -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0’에서 중국 IT 기업 로욜이 플렉시블(휘어지는) 디스플레이 1000개를 나뭇잎처럼 걸어놓은 거대한 조형물을 선보였다. /AFP 연합뉴스
지난달 글로벌 조선(造船)사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카타르 LNG선 120척 수주전' 첫 계약(최대 16척)은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따냈다.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은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조선사들 외에는 건조 능력조차 없다고 할 정도였기에 한국엔 엄청난 충격이었다. 중국은 정부·조선사·국영은행이 '원팀'을 이뤄 불가능할 것 같던 역전을 이뤄냈다. 곧 결과가 나올 2차 수주부터 한국 조선사가 차지한다고 해도 "세계 조선업 지형도에 큰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산업생태계가 흔들리는 와중에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며 우리가 세계 1위를 달리는 '선도 업종'마저 위협하고 있다. 미·중 갈등 심화로 '기술 민족주의' 바람이 불고, 중국이 '기술 자급자족'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어 우리의 핵심 산업에 대한 추격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보조금과 거대 시장으로 공세
최근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테슬라의 최다 판매 차종인 '모델 3'에 배터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곧이어 테슬라는 CATL과 배터리셀 수명을 기존보다 10배 늘린 '100만 마일(약 160만㎞) 배터리'를 개발해 연말에 선보이겠다고 했다. 2011년 설립 당시 이름도 생소했던 CATL은 9년 만에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으로 성장해 배터리 강자인 한국을 위협하는 '최대 라이벌'로 떠오른 것이다.
중국 정부는 세계 전기차 시장 50%를 차지하는 거대 내수시장을 자국 업체에 몰아주며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육성해 왔다. CATL은 테슬라가 탑재하는 원형 배터리가 아니라 각형 배터리를 만드는 업체지만, 테슬라는 CATL을 공급 업체로 선정하기 위해, 원형 배터리를 포기하고 각형 배터리를 채택했다. 전기차 보조금과 공장 건설 허가권을 쥐고 있는 중국 정부를 의식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디스플레이·반도체도 추격 가속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는 LCD를 중국에 내주고 차기 디스플레이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도 OLED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중국의 OLED 생산 라인은 18개에 달한다. 중국 BOE는 애플의 아이폰에 중소형 OLED 납품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내년쯤에는 BOE가 애플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 일정 물량을 따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LCD에 줬던 보조금을 OLED로 돌리고 있다"며 "LCD 시장을 차지했던 중국의 전술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가 대만 TSMC로부터 파운드리(위탁생산) 반도체 납품을 못 받게 되자, 중국 정부는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에 3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국고 펀드 자금을 투입했다. 업계에선 중국 정부가 SMIC의 차세대 생산 시설인 상하이 반도체 공장을 사실상 국유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은 현재 20% 정도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반도체 굴기(崛起·우뚝 섬)'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현재 반도체 외에는 중국에 대부분 추격당했거나 추월 직전인 상황"이라며 "AI·빅데이터·전기차 등 4차 산업 혁명을 주도면밀하게 추진 중인 중국의 실력을 제대로 보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 행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반도체 패권 전쟁을 벌일 때 등장했던 '기술민족주의'가 2020년 재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글로벌 산업 현장에서 기업보다 국익이 더 우선시되는 '신(新)기술민족주의'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1/20200601001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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