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최대 '코로나 진단 강국'이 된 이유는]
전국 70곳서 드라이브 스루 검사
검사시간 5~10분으로 크게 줄고 검사기관이 검체 수거해 결과 통보
진단키트 임상시험 절차 없애고 제약사들은 발빠르게 키트 양산
진단검사전문의도 1200여명 달해
중국이 군대를 동원한 강력한 봉쇄령으로 방역 효과를 냈다면, 한국은 코로나 유전자 검사(RT-PCR)를 무기로 그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 신천지 사태가 터지면서 한 달간 약 25만건의 검사가 이뤄졌다. 하루에 일본 전국에서 그동안 했던 검사보다 두 배 많은 2만5000여건을 실시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율곡의 10만 양병설'에 비견될 준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이번에 진단검사의학과 의사들과 관련 업체들이 나라를 구했다"는 말이 나온다.
◇메르스 겪으면서 도입된 긴급승인제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7년 3월 신종 감염병 발생 시 신규 진단 시약과 검사법을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긴급사용승인제도를 도입했다. 식약처장 출신 김승희 의원이 주도한 법안이다. 미지의 감염병이 등장하면, 긴급성을 감안해 임상시험 등을 생략하고 새 진단법을 신속 심의해 바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뒤 일주일 만에 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는 긴급사용승인을 활용해 진단시약 공모를 했고, 그 일주일 뒤 진단 키트가 현장에 등장했다. 진단시약 제조 회사들의 기민한 대응도 있었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감염이 급증하자 이 바이러스가 한국에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에 시약 제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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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특유의 진단검사의학과 제도
국내에는 1200여명의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종합병원과 검사전문기관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우리처럼 별도의 진단검사의학과 의사 제도를 둔 나라는 드물다. 병리학 전문의의 업무 영역에 속해 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전국 곳곳에 150여개의 우수 기관을 양성해 놓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에 코로나 바이러스 검체 샘플(양성 4개, 음성 3개)을 검사 기관에 보내 알아맞히게 했다. 이를 다 맞힌 46개 검사 기관이 선정돼 지난달 7일부터 검사를 시작했다. 현재는 약 100개의 기관이 코로나 진단에 나서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겪은 뒤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분석센터와 진단관리과를 신설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권계철(충남의대)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은 "질본과 학회의 협업으로 진단 시약과 검사 표준화 시스템을 구축해 둔 것이 빛을 발했다"며 "미국과 일본 등은 검사 가능 기관이 적은 데다, 민간 검사기관과 연계된 표준화 시스템이 부족하기에 검사를 신속히 확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스루와 택배 방식 검체 수거
자동차에 탄 채 코와 입에서 바이러스 검체(시료) 채취를 하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는 2009년 신종 플루 유행 당시 미국 스탠퍼드병원서 처음 도입했다. 이번에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 제안으로 국내에 대거 도입돼 70여곳이 운영되고 있다. 선별진료소에서 한 번에 20~30분 걸리던 것을 5~10분으로 단축시켜 하루 검사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