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법무장관이 검찰총장 겸임, 검찰도 장악

최만섭 2020. 2. 13. 05:14

법무장관이 검찰총장 겸임, 검찰도 장악

입력 2020.02.13 03:06

[포퓰리즘에 무너지는 나라] [1] 폴란드
판사해임권 사실상 여당이 행사… 정권 비판한 기자 200명 해고도

지난 1월 11일 바르샤바 시내의 폴란드 대법원 앞에서 열린 '사법 장악 반대 연대 시위'에 갔더니 시민들이 '헌법(konstytucja)'이라고 쓴 커다란 플래카드를 내걸고 "사법 독립"을 외치고 있었다. 참가자는 1만5000명에 달했다. 판사, 변호사 수백 명이 법복(法服)을 입고 나와 시위에 동참했다. 판사로 일하는 카타즈나 미에슈코비치(43)씨는 "집권 세력이 옛 소련식 법관 통제 장치를 만들어 법원을 지배하려 든다"며 "사법부 독립이 무너지면 다시 공산주의 시대로 돌아갈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법과정의당은 2015년 집권하자마자 사법부부터 장악했다. 전체 15명의 헌법재판관 중 전임 정부가 지명해 새로 임용될 예정이던 5명의 임명을 거부하고 친정부 성향의 법조인 5명을 새 재판관으로 밀어 넣었다. 위헌 결정을 할 때 정족수는 재판관 과반수 동의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로 바꿨다. 정부가 하는 일에 위헌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또 판사 임면(任免) 및 징계 권한을 가진 기구인 국가사법위원회의 관할권을 대법원에서 의회로 바꿔 사실상 여당 휘하의 기구로 만들었다. 이 같은 사법 개악에 대해 법관이 비판만 해도 정직·해임을 포함한 중징계를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겸직하도록 한 것도 사법 장악의 한 축이었다. 검찰 독립을 규정한 검찰청법을 한순간에 무력화시켰다.

미디어 장악도 치밀하게 전개하고 있다. 폴란드 최대 방송사이자 공영방송인 TVP의 메인 뉴스 '비아도모시치'는 민주화 바람이 불던 1989년 11월 첫 방송을 타며 공산당 기관 뉴스를 밀어냈다. 민주화에 앞장섰던 비아도모시치는 요즘은 법과정의당을 위한 홍보 뉴스를 집중적으로 내보낸다. 법과정의당은 2015년 정권을 잡자마자 친정부 인사를 공영방송사 TVP의 사장으로 앉혔고,
이후 두 달 만에 TVP는 비판 성향의 기자 약 200명을 해고했다. TVP의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가 여당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단체를 직설적으로 공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로펌 변호사인 파베우 켐파(34)씨는 "TVP가 예전 정권에서는 정부 6 대 야권 4 정도로 형식적 균형이라도 맞췄지만 지금은 99% 법과정의당의 논리만 전파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3/202002130025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