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12.21 06:00 | 수정 2019.12.21 13:29
매일 5백50명 먹이는 ‘안나의 집' 이탈리아 신부
"밥 한끼 나누는 것보다 더 큰 사랑 없어"
"나, 당신보다 잘 나서 밥주지 않아… 나, 너 존중해"
"환갑잔치도 동갑내기 노숙인들과 함께 치뤄"
"행복은 다른 데 있지 않아, 가진 것 나누는 것"
"우울증 겪었지만, 괜찮아… 그때마다 예수의 기적"
"밥 한끼 나누는 것보다 더 큰 사랑 없어"
"나, 당신보다 잘 나서 밥주지 않아… 나, 너 존중해"
"환갑잔치도 동갑내기 노숙인들과 함께 치뤄"
"행복은 다른 데 있지 않아, 가진 것 나누는 것"
"우울증 겪었지만, 괜찮아… 그때마다 예수의 기적"
겨울 해는 짧아 오후 4시만 되어도 어둑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성남시 모란역 뒤편 ‘안나의 집’ 앞에는 검은 점퍼를 입은 노숙인들이 수십 명 진을 치고 있었다. 수레에 짐을 실은 노인, 배낭을 멘 할머니, 트렁크를 끄는 아저씨… 어떤 이는 앉아서 신문을 읽고, 어떤 이는 넘어가는 햇살 조각을 붙들고 졸고 있었다.
"차 드세요. 귤도 하나 까 드시고요." 누군가 그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웃 주민이었다. 앞치마를 두른 김하종 신부가 그 모습을 보며 미소지었다. "참 아름답지요? " 그는 줄을 서는 노숙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신문 뭐 읽었어요? 재미있어요?" "차가 따뜻하지요? 우리 앉은 자리는 깨끗이 하기예요!" 친밀한 환대에, 한기가 가셨다.
"내가 말 걸어주면, 이 친구들 좋아해요. 집에서 아버지가 관심 가져주면 좋아하잖아요."
배식 시간이 다가오자, 김 신부는 나를 식당 입구의 줄로 이끌었다.
"나, 여기서 배식할 때 노숙인들과 전부 하이파이브해요. 한국문화는 눈 맞추는 거, 접촉하는 거 싫어해요. 하지만 여기 친구들, 이제 다 내 눈 보고 인사해요. "사랑합니다"하면서 눈 보면, 그 친구들 눈 너무 아름다워요."
탬버린을 치듯 그가 리드미컬하게 말을 이어갔다. "나는 눈으로 말해요. ‘너하고 나, 같은 인간이다. 나, 너보다 괜찮아서 밥 주는 거 아니다. 나, 너 존중한다. 너, 못나서 여기 오는 거 아니고, 같은 인간이고 가족이라 오는 거다.’"
그의 인도에 따라 나도 노숙인 한 분 한 분과 눈을 맞추고 하이파이브를 해나갔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눈과 눈, 손과 손이 맞닿을 때마다 좋은 에너지가 전해졌다. 손바닥은 거칠었지만, 우리가 36.5도의 체온을 지닌 같은 인간이라는 결속감이 벅차게 피어올랐다. 관계가 생기고 신뢰가 쌓이면 그 누구도 자신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채였고, 식당 안에서 흥겨운 트로트가 흘러나왔다. 벽면에는 ‘안나의 집'을 후원하는 후원자 명단이 빼곡했다. 낮은 자들의 산타는 반짝이는 눈으로 ‘아름다워요!'를 연발했다.
"차 드세요. 귤도 하나 까 드시고요." 누군가 그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웃 주민이었다. 앞치마를 두른 김하종 신부가 그 모습을 보며 미소지었다. "참 아름답지요? " 그는 줄을 서는 노숙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신문 뭐 읽었어요? 재미있어요?" "차가 따뜻하지요? 우리 앉은 자리는 깨끗이 하기예요!" 친밀한 환대에, 한기가 가셨다.
"내가 말 걸어주면, 이 친구들 좋아해요. 집에서 아버지가 관심 가져주면 좋아하잖아요."
배식 시간이 다가오자, 김 신부는 나를 식당 입구의 줄로 이끌었다.
"나, 여기서 배식할 때 노숙인들과 전부 하이파이브해요. 한국문화는 눈 맞추는 거, 접촉하는 거 싫어해요. 하지만 여기 친구들, 이제 다 내 눈 보고 인사해요. "사랑합니다"하면서 눈 보면, 그 친구들 눈 너무 아름다워요."
탬버린을 치듯 그가 리드미컬하게 말을 이어갔다. "나는 눈으로 말해요. ‘너하고 나, 같은 인간이다. 나, 너보다 괜찮아서 밥 주는 거 아니다. 나, 너 존중한다. 너, 못나서 여기 오는 거 아니고, 같은 인간이고 가족이라 오는 거다.’"
그의 인도에 따라 나도 노숙인 한 분 한 분과 눈을 맞추고 하이파이브를 해나갔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눈과 눈, 손과 손이 맞닿을 때마다 좋은 에너지가 전해졌다. 손바닥은 거칠었지만, 우리가 36.5도의 체온을 지닌 같은 인간이라는 결속감이 벅차게 피어올랐다. 관계가 생기고 신뢰가 쌓이면 그 누구도 자신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채였고, 식당 안에서 흥겨운 트로트가 흘러나왔다. 벽면에는 ‘안나의 집'을 후원하는 후원자 명단이 빼곡했다. 낮은 자들의 산타는 반짝이는 눈으로 ‘아름다워요!'를 연발했다.
숭실대의 찐이 궁금하다면?
-‘산타 신부님’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떠세요?
"(미소 지으며)반가워요. 그런데 저는 그냥 감자 깎는 사람입니다.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에요. 하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르지 않고 매일 굶주린 5백5십 명을 먹인 사람이기도 하지요.
"‘안나의 집'에 오는 사람들, 굶지 않아요. 그 사람들, 우리보다 못난 사람들 아니에요. 충분히 먹을 자격 있는 분들입니다."
-대부분 노숙인들이지요?
"네. 우리 사회는 너무 빠르고 복잡하고 똑똑해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못 따라갑니다. 일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정신, 성격, 육체 문제로 그런 사회를 못 따라갑니다. 경제 문제는 마지막이에요. 여기 오는 분들 다시 시작하는 사람도 많아요. 노숙 초기에 잡아주면 일어납니다."
-이분들 표정이 참 밝습니다.
"처음엔 아니었어요. 이 친구들, 거리 식당 앞에 가서 "밥 주세요"하고 죽치고 있었어요. 지저분하고 굶주리고 상대를 안해주니 억지를 부렸어요. 지금은 그런 사람 없어요. 우리 집에 샤워실, 이발실 다 있어요. 옷도 나눠줘요. 깨끗해지면 자존감 올라가요. 요일별로 프로그램도 많아요. 내과, 정신과, 통증 치료도 하고 알콜 중독과 실업, 법률까지 상담해줘요. 인문학 강좌에 미술, 운동, 음악 치료도 있어요. 많이들 재활해서 나가요."
-그런데 산발한 곱슬머리는 노숙인과 함께 어울리기 위한 헤어스타일이라고요?
"맞아요. 하하. 깨끗한 옷 입고 예쁘게 머리 깎으면 이 사람들 피해요. 지저분해야 어울립니다. 처음 시작할 땐 외국인인 데다 체격 왜소해서 저 무시했어요. "너 뭔데?" 하며 시비 걸어서 여러 번 싸웠어요. 동물 사회처럼 보스, 리더 필요해요. 술 마시고 와서 행패 부리는 사람, 엄하게 가르쳐요. "술 마셨죠? 여기, 규칙 뭐에요? 여기 5백 명 다 규칙 지킵니다!" 이제 서로 존중하니까 받아들여요(웃음)."
"(미소 지으며)반가워요. 그런데 저는 그냥 감자 깎는 사람입니다.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에요. 하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르지 않고 매일 굶주린 5백5십 명을 먹인 사람이기도 하지요.
"‘안나의 집'에 오는 사람들, 굶지 않아요. 그 사람들, 우리보다 못난 사람들 아니에요. 충분히 먹을 자격 있는 분들입니다."
-대부분 노숙인들이지요?
"네. 우리 사회는 너무 빠르고 복잡하고 똑똑해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못 따라갑니다. 일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정신, 성격, 육체 문제로 그런 사회를 못 따라갑니다. 경제 문제는 마지막이에요. 여기 오는 분들 다시 시작하는 사람도 많아요. 노숙 초기에 잡아주면 일어납니다."
-이분들 표정이 참 밝습니다.
"처음엔 아니었어요. 이 친구들, 거리 식당 앞에 가서 "밥 주세요"하고 죽치고 있었어요. 지저분하고 굶주리고 상대를 안해주니 억지를 부렸어요. 지금은 그런 사람 없어요. 우리 집에 샤워실, 이발실 다 있어요. 옷도 나눠줘요. 깨끗해지면 자존감 올라가요. 요일별로 프로그램도 많아요. 내과, 정신과, 통증 치료도 하고 알콜 중독과 실업, 법률까지 상담해줘요. 인문학 강좌에 미술, 운동, 음악 치료도 있어요. 많이들 재활해서 나가요."
-그런데 산발한 곱슬머리는 노숙인과 함께 어울리기 위한 헤어스타일이라고요?
"맞아요. 하하. 깨끗한 옷 입고 예쁘게 머리 깎으면 이 사람들 피해요. 지저분해야 어울립니다. 처음 시작할 땐 외국인인 데다 체격 왜소해서 저 무시했어요. "너 뭔데?" 하며 시비 걸어서 여러 번 싸웠어요. 동물 사회처럼 보스, 리더 필요해요. 술 마시고 와서 행패 부리는 사람, 엄하게 가르쳐요. "술 마셨죠? 여기, 규칙 뭐에요? 여기 5백 명 다 규칙 지킵니다!" 이제 서로 존중하니까 받아들여요(웃음)."
노숙자와 아이들… 거리의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부르심’을 받은 김하종, 빈첸시오 보르도 신부(오블라띠 선교수도회). 그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에서 동양 철학을 공부했다. 1987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90년, 이탈리아에서 한국에 오자마자 김대건 신부의 김, ‘하느님의 종'을 따서 김하종으로 개명하고, 도시 빈민들이 많은 성남으로 왔다.
성당 부설 독거노인 점심 급식소를 운영하다, IMF 이후 쏟아지는 노숙인들을 위해 1998년 국내 최초로 저녁밥을 주는 ‘안나의 집'을 열었다. ‘안아 주고 나눠주고 의지하는 집'이라는 뜻답게, 노숙인 급식소와 기숙사, 자활센터 그리고 가출한 아이들을 돌보는 4개의 청소년 쉼터로 이루어져 있다.
김 신부는 저녁 6시부터 밤 12까지 직접 트럭을 몰고 나가 현장에서 거리의 아이들을 먹이고 상담하는 이동형 아웃리치 ‘아지트'도 운영 중이다.
성당 부설 독거노인 점심 급식소를 운영하다, IMF 이후 쏟아지는 노숙인들을 위해 1998년 국내 최초로 저녁밥을 주는 ‘안나의 집'을 열었다. ‘안아 주고 나눠주고 의지하는 집'이라는 뜻답게, 노숙인 급식소와 기숙사, 자활센터 그리고 가출한 아이들을 돌보는 4개의 청소년 쉼터로 이루어져 있다.
김 신부는 저녁 6시부터 밤 12까지 직접 트럭을 몰고 나가 현장에서 거리의 아이들을 먹이고 상담하는 이동형 아웃리치 ‘아지트'도 운영 중이다.
-인간에게 밥 이상으로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했어요. 동시에 밥 한 끼를 나누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하셨죠. 무슨 의미인가요?
"인간은 40일 동안 단식해도 안 죽어요. 하지만 4일만 사랑을 못 받아도 죽어가요. 음식보다 사랑과 인정이 먼저예요. 4시 반부터 7시까지 배식을 해요. 봉사자들에게 그러죠. "1시부터 몸으로 봉사했으니 지금부터는 마음으로 하세요.""
잠깐 어려움이 있어 식사하러 왔지만, 우리는 같은 인간이라는 메시지. 밥을 줘도 불친절하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공짜로 밥 주니 노숙인이 생기는 거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설날, 추석, 크리스마스에도 이 친구들 여기로 밥 먹으러 와요. 친구, 형제 있으면 거기 가겠죠. 명절에도 갈 곳이 없어요. 그런 날엔... (가슴께를 지그시 만지며)마음이 더 많이 아파요."
-모여서 밥 먹는 걸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반갑고 행복해요. 김이 폴폴 나는 거 퍼주면 맛있게 먹어요. 그 밥, 나도 먹어요. 점심 저녁, 나 여기서 같은 밥 먹어요. 3년 전 노숙인들과 나, 여기 식당에서 함께 환갑잔치도 했어요. 여기 기숙사에서 사는 노숙인들 3명 하고 같이 한복 입고 우리 60살 동갑 기념했어요(웃음)."
노숙인들과 함께 치른 회갑연에서 이탈리아 농부의 아들은 노래를 불렀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이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어’로 시작해 ‘너를 사랑해'로 끝나는 노래 ‘만남'. 밑바닥 형제들을 사랑해서 밑으로 내려온 신부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그들과 그렇게 몸으로 엉겨 피붙이가 되었다.
-어떻게 그토록 자연스러울 수 있지요?
"사랑한다면 당연해요. 엄마가 아이들 사랑하면 기쁘게 밥 주고 청소하잖아요."
-사랑을 받아 새 삶을 사는 사람도 있습니까?
"식사하러 와서 감사한 마음에 빗자루 잡고 청소하던 요한이란 사람이 있었어요. 너무 예뻐서 ‘노숙하지 말고 같이 살자' 했어요. 직원으로 들어와서 감사패도 받고 공무원도 됐어요. 손기술 좋은 노숙인은 국제 대회에서 상도 받고 주얼리 디자이너가 됐어요. 여기 작업장에서 꾸준히 일하면 한달에 150만원 이상 벌어요(웃음)."
"인간은 40일 동안 단식해도 안 죽어요. 하지만 4일만 사랑을 못 받아도 죽어가요. 음식보다 사랑과 인정이 먼저예요. 4시 반부터 7시까지 배식을 해요. 봉사자들에게 그러죠. "1시부터 몸으로 봉사했으니 지금부터는 마음으로 하세요.""
잠깐 어려움이 있어 식사하러 왔지만, 우리는 같은 인간이라는 메시지. 밥을 줘도 불친절하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공짜로 밥 주니 노숙인이 생기는 거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설날, 추석, 크리스마스에도 이 친구들 여기로 밥 먹으러 와요. 친구, 형제 있으면 거기 가겠죠. 명절에도 갈 곳이 없어요. 그런 날엔... (가슴께를 지그시 만지며)마음이 더 많이 아파요."
-모여서 밥 먹는 걸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반갑고 행복해요. 김이 폴폴 나는 거 퍼주면 맛있게 먹어요. 그 밥, 나도 먹어요. 점심 저녁, 나 여기서 같은 밥 먹어요. 3년 전 노숙인들과 나, 여기 식당에서 함께 환갑잔치도 했어요. 여기 기숙사에서 사는 노숙인들 3명 하고 같이 한복 입고 우리 60살 동갑 기념했어요(웃음)."
노숙인들과 함께 치른 회갑연에서 이탈리아 농부의 아들은 노래를 불렀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이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어’로 시작해 ‘너를 사랑해'로 끝나는 노래 ‘만남'. 밑바닥 형제들을 사랑해서 밑으로 내려온 신부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그들과 그렇게 몸으로 엉겨 피붙이가 되었다.
-어떻게 그토록 자연스러울 수 있지요?
"사랑한다면 당연해요. 엄마가 아이들 사랑하면 기쁘게 밥 주고 청소하잖아요."
-사랑을 받아 새 삶을 사는 사람도 있습니까?
"식사하러 와서 감사한 마음에 빗자루 잡고 청소하던 요한이란 사람이 있었어요. 너무 예뻐서 ‘노숙하지 말고 같이 살자' 했어요. 직원으로 들어와서 감사패도 받고 공무원도 됐어요. 손기술 좋은 노숙인은 국제 대회에서 상도 받고 주얼리 디자이너가 됐어요. 여기 작업장에서 꾸준히 일하면 한달에 150만원 이상 벌어요(웃음)."
그가 스마트폰으로 노란 태권도복을 입은 꼬마 사진을 보여주었다. "너무 예쁘죠? 6살인데 우리 공동 가정의 막내예요. 얘 아빠가 청소년 쉼터에서 자립해 나갔다가 아이가 생겼어요. 아빠는 여기서 직장 다니고, 이 아이는 우리가 키워요."
-신부님은 어디 사세요?
"저는 근처에서 신부 3명과 함께 살아요. 출근하면서 가출 아이들 쉼터와 양육공간을 방문해요. 한 명 한 명 안아주고 "사랑해. 너는 ‘안나의 집' 식구다" 하고 얘기해줘요. 보호하는 선생님 바뀔 수 있지만, 소속감 확실히 주면 아이들, 괜찮아요."
-가출 청소년 이야기를 해보지요. 안아주고 나눠주고 의지할 수 있는 집이 ‘안나의 집’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가정이 얼마나 될까요. 서로 불화하고 밀어내니 아이들이 집을 나오는 것일 테지요?
"(심각한 표정으로)아이들이 집 나오는 이유는, 폭력 때문이에요. 가정 폭력을 피해서 거리로 나와요. 노숙인의 상당수도 대부분 버림받은 아이들이에요. 거리에 몰린 아이 중 우리 집에 와서 도움 못 받으면 자라서 노숙인이 되는 거예요. 어릴 때 사랑과 교육을 제대로 못 받으면 자신감이 없고, 자신감 없으면 사회생활 못해요. 빠르고 복잡하고 똑똑한 사회, 못 따라가요."
-특별히 가슴에 남는 아이가 있습니까?
"(손목을 가리키며)여기 이 팔찌, 한 소녀가 줬어요. 저한테 이거 주면서 ‘신부님, 이거 보면서 저 위해서 기도해주세요' 하면서 성매매하러 떠났어요. 잡았지만 뿌리치고 가버렸어요. 맘 아파요. 사무실에 있으면 이런 현실 몰라요. ‘아지트' 트럭 몰고 나가면 하루 80명 만나요. 길거리의 아이들 경계에 있어요. 나쁜 어른 만나면 나쁜 길로 가고, 좋은 어른 만나면 좋은 길로 가요. ‘아지트'에서 쉬고 먹는 아이들 보면, 참 아름다워요."
-신부님은 어디 사세요?
"저는 근처에서 신부 3명과 함께 살아요. 출근하면서 가출 아이들 쉼터와 양육공간을 방문해요. 한 명 한 명 안아주고 "사랑해. 너는 ‘안나의 집' 식구다" 하고 얘기해줘요. 보호하는 선생님 바뀔 수 있지만, 소속감 확실히 주면 아이들, 괜찮아요."
-가출 청소년 이야기를 해보지요. 안아주고 나눠주고 의지할 수 있는 집이 ‘안나의 집’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가정이 얼마나 될까요. 서로 불화하고 밀어내니 아이들이 집을 나오는 것일 테지요?
"(심각한 표정으로)아이들이 집 나오는 이유는, 폭력 때문이에요. 가정 폭력을 피해서 거리로 나와요. 노숙인의 상당수도 대부분 버림받은 아이들이에요. 거리에 몰린 아이 중 우리 집에 와서 도움 못 받으면 자라서 노숙인이 되는 거예요. 어릴 때 사랑과 교육을 제대로 못 받으면 자신감이 없고, 자신감 없으면 사회생활 못해요. 빠르고 복잡하고 똑똑한 사회, 못 따라가요."
-특별히 가슴에 남는 아이가 있습니까?
"(손목을 가리키며)여기 이 팔찌, 한 소녀가 줬어요. 저한테 이거 주면서 ‘신부님, 이거 보면서 저 위해서 기도해주세요' 하면서 성매매하러 떠났어요. 잡았지만 뿌리치고 가버렸어요. 맘 아파요. 사무실에 있으면 이런 현실 몰라요. ‘아지트' 트럭 몰고 나가면 하루 80명 만나요. 길거리의 아이들 경계에 있어요. 나쁜 어른 만나면 나쁜 길로 가고, 좋은 어른 만나면 좋은 길로 가요. ‘아지트'에서 쉬고 먹는 아이들 보면, 참 아름다워요."
그가 아이들이 썼다는 시와 랩을 보여주었다.
‘나를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름으로 불렸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만으로 난 좀 변했고 이제야 나대로 가고, 멈추고, 울었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강하게 하고 평범한 불행 속에서 살게 한다(생일-고영우)’
에누리 없는 자기 인식과 직면의 언어에 머리에 아득해졌다. 스산한 마음으로 거리를 누비던 아이들의 목소리는 이러하구나…
-그래도 자기 목소리가 크고 울림이 강렬합니다.
"노숙인들, 아이들… 거리로 몰린 사람들은, 처음엔 자신감 없어서 목소리 못 내요. 심리 치료, 음악 치료받으면서 자신감 생기고 목소리 나와요.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주며)이거 보세요. 아름답죠? 노숙인 합창단이에요. 전국에 하나뿐 일 거에요. 우리 친구들, 상 여러 번 받았어요. 처음엔 목소리 안 나왔어요. 이젠 너무 잘해요."
-긍휼의 샘이 어떻게 마르지 않고 계속 차오릅니까?
"(잠시 생각에 잠기며)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어릴 때 나는 난독증 앓았어요. 청소년기에 학습장애와 열등감으로 어려움 겪을 때, 예수님 사랑으로 극복했어요. 아파본 사람은 알아요. 그래서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더 정이 가요."
나는 질문을 멈추고 가만히 이 갈색 눈의 이탈리아 남자를 바라보았다. 1990년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 땅을 밟는 순간 ‘이제 한국인이 내 민족이다'라고 외쳤다는 33살 청년은 어느새 백발이 듬성한 63살 노인이 되었다.
30년간 성경 대신 주걱을 들고, 성수 대신 설거지물에 손을 담가, 노숙인의 품에 십자가 대신 밥 한 공기를 안겼다. 그에게 밥과 사랑은 동의어였다.
-지금, 건강은 어떠신가요?
"얼마 전까지 안 좋았어요. 2년 전엔 성당 미사 중에 쓰러졌어요. 눈뜨니 병원이었어요."
-어디가 문제였지요?
"마음이요. 우울증으로 마음이 힘들어서 2년간 고생을 했어요."
‘나를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름으로 불렸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만으로 난 좀 변했고 이제야 나대로 가고, 멈추고, 울었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강하게 하고 평범한 불행 속에서 살게 한다(생일-고영우)’
에누리 없는 자기 인식과 직면의 언어에 머리에 아득해졌다. 스산한 마음으로 거리를 누비던 아이들의 목소리는 이러하구나…
-그래도 자기 목소리가 크고 울림이 강렬합니다.
"노숙인들, 아이들… 거리로 몰린 사람들은, 처음엔 자신감 없어서 목소리 못 내요. 심리 치료, 음악 치료받으면서 자신감 생기고 목소리 나와요.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주며)이거 보세요. 아름답죠? 노숙인 합창단이에요. 전국에 하나뿐 일 거에요. 우리 친구들, 상 여러 번 받았어요. 처음엔 목소리 안 나왔어요. 이젠 너무 잘해요."
-긍휼의 샘이 어떻게 마르지 않고 계속 차오릅니까?
"(잠시 생각에 잠기며)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어릴 때 나는 난독증 앓았어요. 청소년기에 학습장애와 열등감으로 어려움 겪을 때, 예수님 사랑으로 극복했어요. 아파본 사람은 알아요. 그래서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더 정이 가요."
나는 질문을 멈추고 가만히 이 갈색 눈의 이탈리아 남자를 바라보았다. 1990년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 땅을 밟는 순간 ‘이제 한국인이 내 민족이다'라고 외쳤다는 33살 청년은 어느새 백발이 듬성한 63살 노인이 되었다.
30년간 성경 대신 주걱을 들고, 성수 대신 설거지물에 손을 담가, 노숙인의 품에 십자가 대신 밥 한 공기를 안겼다. 그에게 밥과 사랑은 동의어였다.
-지금, 건강은 어떠신가요?
"얼마 전까지 안 좋았어요. 2년 전엔 성당 미사 중에 쓰러졌어요. 눈뜨니 병원이었어요."
-어디가 문제였지요?
"마음이요. 우울증으로 마음이 힘들어서 2년간 고생을 했어요."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이런 이야기를 해도 독자들에게 괜찮은지 내게 물었다. 어떤 말이든 괜찮다고 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인간은 신이 아니고 우울과 슬픔은 언제든 우리를 침범한다.
-무슨 일로 번민하셨습니까?
"2016년에 힘들었어요. 20년 무료 임대가 끝나 2018년엔 ‘안나의 집'을 비워줘야 했어요. ‘그때는 나도 62살이니 정리하고 쉬어야지...'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안나의 집’ 문 닫으면 이 친구들, 어디서 밥 먹어요? 너무 고민을 하니까 쓰러졌어요. 성당 가서 예수님 앞에서 무릎 꿇었어요. "예수님, 저는 쉬고 싶지만, 이 친구들 생각하면 안 돼요. 저 계속할게요. 이제까지 그리하셨듯이 도와주세요.""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새집을 지을 땅도 돈도 없는 상태에서, 우연찮게 성당 맞은편 공터가 그린벨트에서 풀렸다. 땅값이 12억이라 포기했더니, 교구에서 돈을 지원했다. 공사비가 40억이라 다시 포기했더니, 때마침 KBS ‘이웃집 찰스'와 ‘인간극장'에서 그를 취재하고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대가 없이 헌신하는 ‘산타 신부'를 보고 사람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안나의 집'을 찾았다. 결혼 패물 판 돈 들고 온 아주머니, 첫 월급 기부한 스무 살 아가씨도 있었다. "신혼 여행비 500만 원을 두고 간 신혼부부, 감자 다섯 가마니를 놓고 간 농부도 있었죠. 호암상으로 받은 상금 3억, 부모님께 받은 2억까지 합쳐서 집 지었어요. ‘인간극장'의 힘이 컸습니다."
-기적을 겪으며 우울증도 치료가 됐겠군요!
"돈이 들어와도 부족하고 빚을 지니, 그 걱정에 더 힘들었어요. 매일 주방일에 쉼터의 애들 보고, ‘아지트’ 하러 거리로 나가고, 굉장히 힘들었어요. (두 손을 비비며)처음 이 이야기를 해요. 다행히 기도해주신 분들 많아서 많이 괜찮아졌어요."
그 일로 더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어두운 터널에도 끝이 있다는 거. 5km, 10km, 30km…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끝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해요.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면서요. 조금씩 앞으로 가면 터널 밖으로 나와요. 기도하고 자전거 타며 기나긴 시간을 버텼어요. 빚도 이제 다 갚았어요(웃음)."
-무슨 일로 번민하셨습니까?
"2016년에 힘들었어요. 20년 무료 임대가 끝나 2018년엔 ‘안나의 집'을 비워줘야 했어요. ‘그때는 나도 62살이니 정리하고 쉬어야지...'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안나의 집’ 문 닫으면 이 친구들, 어디서 밥 먹어요? 너무 고민을 하니까 쓰러졌어요. 성당 가서 예수님 앞에서 무릎 꿇었어요. "예수님, 저는 쉬고 싶지만, 이 친구들 생각하면 안 돼요. 저 계속할게요. 이제까지 그리하셨듯이 도와주세요.""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새집을 지을 땅도 돈도 없는 상태에서, 우연찮게 성당 맞은편 공터가 그린벨트에서 풀렸다. 땅값이 12억이라 포기했더니, 교구에서 돈을 지원했다. 공사비가 40억이라 다시 포기했더니, 때마침 KBS ‘이웃집 찰스'와 ‘인간극장'에서 그를 취재하고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대가 없이 헌신하는 ‘산타 신부'를 보고 사람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안나의 집'을 찾았다. 결혼 패물 판 돈 들고 온 아주머니, 첫 월급 기부한 스무 살 아가씨도 있었다. "신혼 여행비 500만 원을 두고 간 신혼부부, 감자 다섯 가마니를 놓고 간 농부도 있었죠. 호암상으로 받은 상금 3억, 부모님께 받은 2억까지 합쳐서 집 지었어요. ‘인간극장'의 힘이 컸습니다."
-기적을 겪으며 우울증도 치료가 됐겠군요!
"돈이 들어와도 부족하고 빚을 지니, 그 걱정에 더 힘들었어요. 매일 주방일에 쉼터의 애들 보고, ‘아지트’ 하러 거리로 나가고, 굉장히 힘들었어요. (두 손을 비비며)처음 이 이야기를 해요. 다행히 기도해주신 분들 많아서 많이 괜찮아졌어요."
그 일로 더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어두운 터널에도 끝이 있다는 거. 5km, 10km, 30km…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끝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해요.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면서요. 조금씩 앞으로 가면 터널 밖으로 나와요. 기도하고 자전거 타며 기나긴 시간을 버텼어요. 빚도 이제 다 갚았어요(웃음)."
-신부님에게 보통 사람들의 짐인 빚과 우울증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그러나 말씀을 들어보면 결국 돕는 일의 연쇄 작용에 놀라게 됩니다.
"맞아요. 우리 뇌 안에 그런 기능이 있어요. 거울 뉴런이라고. 거울처럼 보는 데로 따라 하려는 속성, 있어요. 좋은 행동 보면 좋은 일 하고 싶고, 나쁜 행동 보면 나쁜 일 하고 싶어요. 신경학과 논문에도 있어요. 슬픔도 즐거움도 연쇄 작용이에요. 덕분에 ‘안나의 집' 좋은 일 많이 생겼어요. 내가 열심히 하면, 그거 보고 서로 열심히 해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부부도, 형제도, 친구도, 한쪽이 먼저 좋은 마음을 먹으면 다른 한쪽이 슬며시 그 행동을 모방하게 된다고. ‘안나의 집'의 ‘거울 뉴런'은 어찌나 효과가 좋은지 봉사하러 무당도 스님도 이곳을 찾아왔다. "우리는 무당이 신 내리는 데 쓴 쌀도 과일도 다 감사히 받아요(웃음). 선행은 종교와 상관없어요."
"맞아요. 우리 뇌 안에 그런 기능이 있어요. 거울 뉴런이라고. 거울처럼 보는 데로 따라 하려는 속성, 있어요. 좋은 행동 보면 좋은 일 하고 싶고, 나쁜 행동 보면 나쁜 일 하고 싶어요. 신경학과 논문에도 있어요. 슬픔도 즐거움도 연쇄 작용이에요. 덕분에 ‘안나의 집' 좋은 일 많이 생겼어요. 내가 열심히 하면, 그거 보고 서로 열심히 해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부부도, 형제도, 친구도, 한쪽이 먼저 좋은 마음을 먹으면 다른 한쪽이 슬며시 그 행동을 모방하게 된다고. ‘안나의 집'의 ‘거울 뉴런'은 어찌나 효과가 좋은지 봉사하러 무당도 스님도 이곳을 찾아왔다. "우리는 무당이 신 내리는 데 쓴 쌀도 과일도 다 감사히 받아요(웃음). 선행은 종교와 상관없어요."
그러나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노숙인과의 동행이 늘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2000년 전 유대인들이 예수에게 그랬듯, 그들은 오직 섬기러 온 이탈리아 신부를 비방하고 구타하는 일도 있었다. 외국인 신부가 횡령하고 도둑질한다는 험한 말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은 날, 그는 견딜 수 없이 비참해서 울었다.
-이탈리아로 돌아가고 싶으셨겠어요.
"네. 저도 사람이니까요(웃음). 한번은 체격이 큰 한 노숙인이 줄 서서 기다리는 다른 분을 괴롭혔어요. "아저씨, 그러지 마세요" 말렸더니 "야, 이 새끼야. 죽고 싶어?" 하면서 달려들었어요. "안 돼요. 도와주세요" 했는데 아무도 안 도와줬어요. 여기저기 얻어맞는데, 몸보다 마음이 아팠어요. 주방 팀에 ‘밥 나눠주세요' 하고는 혼자 구석진 곳에 가서 울었어요. 매일 밥 주고 사랑을 줬는데, 다들 모른 채 했다는 게 너무 슬펐어요."
-그럴 땐 어떤 기도를 합니까?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도와주세요. 그런데 그거 ‘바보 기도’였어요. 문제와 고통은 피할 수 없어요. 그래서 다시 기도했어요. 이런 문제 생길 때, 나 든든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힘주세요."
-여전히 밤에 잠들면 신선한 채소와 갓 구운 빵을 노숙인들에게 원 없이 나눠주는 꿈을 꿉니까? 그들 중에 예수가 있다고 믿으면서요?
"(환하게 웃으며)그렇습니다. 한 명 한 명 다, 나한텐 예수님이에요. 부활하신 예수는 낮은 공동체 안에 있어요. 버림받고 고통당하셨던 예수의 손엔 상처의 흔적이 있어요. 약한 자들, 버림받은 자들도 예수님처럼 상처 있어요. 그래서 모시고 살아요. 다 위대한 분들이에요."
-이탈리아로 돌아가고 싶으셨겠어요.
"네. 저도 사람이니까요(웃음). 한번은 체격이 큰 한 노숙인이 줄 서서 기다리는 다른 분을 괴롭혔어요. "아저씨, 그러지 마세요" 말렸더니 "야, 이 새끼야. 죽고 싶어?" 하면서 달려들었어요. "안 돼요. 도와주세요" 했는데 아무도 안 도와줬어요. 여기저기 얻어맞는데, 몸보다 마음이 아팠어요. 주방 팀에 ‘밥 나눠주세요' 하고는 혼자 구석진 곳에 가서 울었어요. 매일 밥 주고 사랑을 줬는데, 다들 모른 채 했다는 게 너무 슬펐어요."
-그럴 땐 어떤 기도를 합니까?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도와주세요. 그런데 그거 ‘바보 기도’였어요. 문제와 고통은 피할 수 없어요. 그래서 다시 기도했어요. 이런 문제 생길 때, 나 든든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힘주세요."
-여전히 밤에 잠들면 신선한 채소와 갓 구운 빵을 노숙인들에게 원 없이 나눠주는 꿈을 꿉니까? 그들 중에 예수가 있다고 믿으면서요?
"(환하게 웃으며)그렇습니다. 한 명 한 명 다, 나한텐 예수님이에요. 부활하신 예수는 낮은 공동체 안에 있어요. 버림받고 고통당하셨던 예수의 손엔 상처의 흔적이 있어요. 약한 자들, 버림받은 자들도 예수님처럼 상처 있어요. 그래서 모시고 살아요. 다 위대한 분들이에요."
-호암상에 국민훈장 동백장, 지난 개천절에는 대한민국 국민대표로 태극기 들고 만세삼창도 하셨습니다. 로마 교황청에서도 모범 사례로 뽑혔지요. ‘스스로 대단하다’는 생각도 할 법합니다만.
"(웃으며)나, 정말로 대단하지 않아요. 그 상 설겆이 잘 해서 준 거예요. 하지만 자기 의심 생길 때 바깥에서 인정해주면 용기 생겨요. 현실로 오면 나는 매일 월급 걱정해요. ‘안나의 집' 직원만 50명이에요. 하루에 쌀 120kg, 김치 60kg 나가요. 지자체 보조금 50%에 후원금 50%로 유지하는데, 당장 다음 달도 몰라요. 그래서 겸손해져요."
-마음이 가장 충만한 날은 언제인가요?
"12월 31일이에요. 성당에서 무릎 꿇고 감사 기도해요. 올해도 안전하게 깨끗하게 마쳤습니다."
-마음이 가장 가난한 날은 언제인가요?
"1월 1일이에요. 올해 경기 안 좋아서 후원자 많이 떠났어요. 새해 아침 되면 늘 빈 창고로 새로 시작해야 해요(웃음)."
"(웃으며)나, 정말로 대단하지 않아요. 그 상 설겆이 잘 해서 준 거예요. 하지만 자기 의심 생길 때 바깥에서 인정해주면 용기 생겨요. 현실로 오면 나는 매일 월급 걱정해요. ‘안나의 집' 직원만 50명이에요. 하루에 쌀 120kg, 김치 60kg 나가요. 지자체 보조금 50%에 후원금 50%로 유지하는데, 당장 다음 달도 몰라요. 그래서 겸손해져요."
-마음이 가장 충만한 날은 언제인가요?
"12월 31일이에요. 성당에서 무릎 꿇고 감사 기도해요. 올해도 안전하게 깨끗하게 마쳤습니다."
-마음이 가장 가난한 날은 언제인가요?
"1월 1일이에요. 올해 경기 안 좋아서 후원자 많이 떠났어요. 새해 아침 되면 늘 빈 창고로 새로 시작해야 해요(웃음)."
-안나의 집에 가장 필요한 건 뭐지요?
"우리 매일 550명 밥 먹여요. 직원 50명, 키우는 청소년 아이들 40명, 기숙하는 노숙인 30명도 있어요. 큰집이에요. 걱정 많아요. 돈이 가장 필요한 것 같지만, 아니에요. 마음을 담은 기도예요. 돈 있어도 예수님 도와주지 않으면 이 일 못 해요. 안나의 집, 대표는 나 아니고 예수님이에요. 그래서 저는 아무런 계획도 못 세워요(웃음)."
‘오병이어'의 기적은 하늘의 일, 예수의 일이고, 부양은 땅의 일, 사람의 일이다. 한 해에 드는 돈만 20억 남짓. 그가 진 부양의 의무, 먹일 입과 돈을 가늠해보면, 그 무게에 내 무릎이 꺾이는 것 같았다.
-늘 우연과 기적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삶이 불안하지 않습니까?
"불안 있어요. 우울증도 여전히 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웃음)."
-많은 노숙인은 거리에서 죽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자살해서 애통했던 한해였어요. 신부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나는 많이 배워요. 이 친구들, 나한테 3가지 가르쳐줬어요. 첫째, 이 친구들은 생활이 어려워도 자살 안 해요. 겨울에 바깥 잠을 자도 이듬해 봄, 기다려요. 생활이 위대한 선물이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걸, 알아요. 여태껏 자살하는 부자는 봤어도 자살하는 노숙인은 못 봤어요.
둘째, 고통은 아프지만 기회예요. 나는 난독증을 겪고 이 일을 시작했어요. 고통은 마음먹기에 따라 좋은 기회도 나쁜 기회도 돼요. 나는 신학교에서 책으로 예수 배웠지만, 뭔가 부족했어요. 이 친구들 보면서 예수의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했어요.
셋째, 행복은 다른 데 있지 않아요.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거예요. 내가 가진 시간, 돈, 집, 자동차 지키려고만 하면 뺏길까 봐 늘 긴장해요. 나만 감싸 안으면, 밖에서 오는 상처는 안 받아도 공허해요. 손 펴고 팔 벌려서 안아주면, 상처받을 위험 있지만 행복해요. 나누면 채워지고 행복해져요. 그건 진리예요."
"우리 매일 550명 밥 먹여요. 직원 50명, 키우는 청소년 아이들 40명, 기숙하는 노숙인 30명도 있어요. 큰집이에요. 걱정 많아요. 돈이 가장 필요한 것 같지만, 아니에요. 마음을 담은 기도예요. 돈 있어도 예수님 도와주지 않으면 이 일 못 해요. 안나의 집, 대표는 나 아니고 예수님이에요. 그래서 저는 아무런 계획도 못 세워요(웃음)."
‘오병이어'의 기적은 하늘의 일, 예수의 일이고, 부양은 땅의 일, 사람의 일이다. 한 해에 드는 돈만 20억 남짓. 그가 진 부양의 의무, 먹일 입과 돈을 가늠해보면, 그 무게에 내 무릎이 꺾이는 것 같았다.
-늘 우연과 기적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삶이 불안하지 않습니까?
"불안 있어요. 우울증도 여전히 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웃음)."
-많은 노숙인은 거리에서 죽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자살해서 애통했던 한해였어요. 신부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나는 많이 배워요. 이 친구들, 나한테 3가지 가르쳐줬어요. 첫째, 이 친구들은 생활이 어려워도 자살 안 해요. 겨울에 바깥 잠을 자도 이듬해 봄, 기다려요. 생활이 위대한 선물이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걸, 알아요. 여태껏 자살하는 부자는 봤어도 자살하는 노숙인은 못 봤어요.
둘째, 고통은 아프지만 기회예요. 나는 난독증을 겪고 이 일을 시작했어요. 고통은 마음먹기에 따라 좋은 기회도 나쁜 기회도 돼요. 나는 신학교에서 책으로 예수 배웠지만, 뭔가 부족했어요. 이 친구들 보면서 예수의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했어요.
셋째, 행복은 다른 데 있지 않아요.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거예요. 내가 가진 시간, 돈, 집, 자동차 지키려고만 하면 뺏길까 봐 늘 긴장해요. 나만 감싸 안으면, 밖에서 오는 상처는 안 받아도 공허해요. 손 펴고 팔 벌려서 안아주면, 상처받을 위험 있지만 행복해요. 나누면 채워지고 행복해져요. 그건 진리예요."
사랑과 밥을 나눠 행복한 김하종 신부는 그 행복이 너무 커서 죽으면 몸을 나눌 거라고 했다. 그가 지갑에서 장기 기증과 시신 기증 증서를 꺼내 보여주었다.
"이게 내 마지막 꿈이에요. 나 죽으면 7~8명 살릴 수 있어요. 예수님도 돌아가시면서 우리에게 새 생명 주셨어요.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에요!"
"이게 내 마지막 꿈이에요. 나 죽으면 7~8명 살릴 수 있어요. 예수님도 돌아가시면서 우리에게 새 생명 주셨어요.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