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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유력설' 돌던 김진표, 범여권 반대에 가로막히나

최만섭 2019. 12. 5. 20:02

'총리 유력설' 돌던 김진표, 범여권 반대에 가로막히나

입력 2019.12.05 16:02 | 수정 2019.12.05 16:41

정의당 윤소하 "김진표 총리로 지명하면 상당한 반발"…민주노총·참여연대도 반대
親文 네티즌, "김진표는 민주당 탈을 쓴 한국당"…총리 반대 국민청원도 올라와
한국소프트웨어기술인협회·소상공인연합회·외식업중앙회는 "김진표 총리 지지" 성명

문재인 대통령은 5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하는 원포인트 개각을 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이달 중순 이낙연 국무총리 교체를 포함한 중폭 개각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법무장관 후보만 지명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진표 의원이 이 총리 후임으로 유력 검토됐으나 친여 성향 시민단체 등 지지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여권에선 지난달부터 김 의원이 총리 후보로 유력하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김 의원 본인도 지난달 25일 기자들과 만나 총리 지명설에 대해 "지금 뭐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국정기획을 한 사람으로서,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공직 생활에서 더 크게 기여하고 헌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 지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 의원은 경제 관료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를 지낸 4선 의원이다. 총리 후보자 경력으로는 흠잡을 데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이날 문 대통령이 추 의원만 법무장관 후보에 지명하는 개각을 하면서 김 의원 총리 지명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여당 지지자를 비롯해 범(汎)진보 진영 안에서 '김진표 총리는 안 된다'는 반발 조짐이 일고 있다. 그가 과거 종교인 과세와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고,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차별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 등이 반대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김진표 총리 지명 이야기가 있었는데 시민단체 등의 반대 때문에 임명이 미뤄진다는 보도가 있다'는 물음에 "언론에서 이야기한 것을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입장을 말하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 의원에 대해 친여 성향 정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라디오에서 "김 의원은 국내에 전술핵을 배치하자고 했고, 교육부 장관 시절 국립대 등록금을 사립대 수준으로 올리자고 했다. 종교적 편향도 상당히 강하다"며 "김 의원이 총리 후보자로 확정된다면 상당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는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증) 김진표 의원"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혐오정치를 시작할 것인가"라고 했다. 정의당과 민주당이 김 의원의 총리 지명을 이유로 멀어진다면,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공조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노동계와 친여 성향 시민단체에서도 김 의원 총리설에 반발이 나왔다. 민주노총은 지난 3일 성명에서 "김 의원은 경제부총리 시절 재벌단체나 외국 자본가를 만난 자리에서 비정규직 문제도, 외국 자본 투자 기피도 대기업 노조 탓으로 돌리며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퇴행을 거듭해 온 문재인 정부가 김 의원을 총리로 거명하며 '참여정부 시즌 2'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경실련도 지난달 26일 성명에서 "차기 총리는 관련 정부부처와 국무위원들을 움직여 재벌개혁을 통한 경제구조 개혁과 민생경제 회복에 나설 수 있는 인사라야 한다"며 "지금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김진표 의원 등 후보자들이 이러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매우 강한 의문이 든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일 논평에서 "김진표 의원이 참여정부 경제부총리 재임 중 시행했던 법인세 인하 등 기업중심 정책들이 경제개혁에 역행했고 지속적으로 종교 편향 문제가 지적된다"며 "정권 후반부를 책임질 국무총리에 부적절한 인사가 거론된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2003년 재정경제부 장관 시절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 '원가 공개가 포함됐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더 강력한 정책(원가 공개)은 사회주의적인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김 의원 발언을 들어 현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 친(親)기업적이라고 반발하는 셈이다.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은 "(김 의원의 총리 지명이) 사실이라면 이 정부 집권후반기 슬로건은 '경제는 경제를 잘 아는 관료와 기업에게' 쯤이 될 듯하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김진표 총리' 카드에 반발하는 쪽에서는 그가 종교적으로 편향돼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김 의원이 과거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고, 동성애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2017년 5월 말 종교인 과세에 대해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2018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면) 불 보듯이 각종 갈등과 마찰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 해 종교인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같은 해 8월엔 '한국 교계 긴급 현안 국회 보고회'에서 "입법을 통해 동성애나 동성혼이 합법화될 소지는 그리 크지 않다"며 "이보다는 사법재판에서 동성애·동성혼 인정 판례가 나오는 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달 25일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 의원을 차기 국무총리로 임명하는 것에 많은 국민이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정부는 여론에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김 의원을 총리로 임명하는 것에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이 대통령의 임명권에 대한 국민들의 도전이라 생각한다면, 민심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친문 성향 네티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 의원을 총리로 지명하는 순간 민주당은 내년 선거에서 참패할 것" "민주당 탈을 쓴 자유한국당 김진표를 총리로 임명하는 건 끔찍하다"는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17·18대 국회 때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회에서 신성장포럼 활동을 같이 하는 등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 여권의 주류 그룹인 운동권 출신들과는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의원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13회)에 합격해 재정경제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근무한 뒤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교육부총리 등을 지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의원은 학생운동을 한 '86세대'들과 전혀 다른 인생 경험을 했다. 그래서 청와대 내 일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경제계에서는
김 의원 총리 지명을 촉구하고 나왔다. 한국소프트웨어기술인협회는 5일 "문재인 정부 성공의 조건은 무엇보다도 경제"라며 "이를 위해선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장과 민주당의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으로 활동해 온 김 의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한국외식업중앙회도 성명을 내고 "차기 총리로는 경제 전문가가 절실하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05/201912050241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