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1% 성장률 가시화, 경제실정을 일본 탓으로 돌릴 판
구조개혁, 규제완화, 노동개혁… 제대로 한 게 하나라도 있는가
![이진석 사회정책부 차장](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07/24/2019072402651_0.jpg)
저녁 자리에서 내기가 붙었다. 올해 성장률 맞히기였다. 한 전직 경제 관료가 신랄했다. "아마 문재인 정부가 1%대 성장률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 같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2.4~2.5%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그는 "2%가 안 될 것"이라고 했다. 4명 가운데 3명이 "그럴 수 있겠다"고 했다. 1명은 "그렇기야 하겠느냐"고 했다.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뒤 우리나라 연간 성장률이 2%를 밑돈 적은 세 번뿐이다. 2차 석유파동을 겪었던 1980년(-1.7%),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이다. 그러니 1%대 성장률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현실이 된다면 57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은 이미 2%가 안 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모건스탠리와 일본 노무라는 1.8%, ING그룹은 1.4%라고 했다.
이틀 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에서 성장률 전망에 대해 무서운 말을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악화되면 성장률 전망을 더 낮출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당초 올해 성장률을 2.5%로 예상했지만, 며칠 전 2.2%로 낮췄다. 거기서 거기처럼 보이지만, 한은이 직전 예상보다 0.3%포인트나 한 번에 낮춘 것은 드물고 이례적인 일이다.
더 이례적인 일도 벌어졌다. 6조원 규모로 추진 중인 추가경정예산안의 효과를 미리 반영해서 성장률을 계산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추경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성장률 전망에 반영한 것은 기억에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공들여 내놓은 숫자가 겨우 2.2%인데 "(전망을) 더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더 악화되면 경제에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떨어지면 일본 탓이라고 할 모양이다.
청와대와 여당도 비슷한 분위기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한국 경제에 대한 '침략'이라고 열을 올린다. 전쟁 상황인데 성장률이나 따지면 친일(親日)이고, 이적(利敵)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연일 친일, 매국(賣國) 등의 단어를 써가면서 일본과 싸워야 한다고 독려하는 중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전국적으로 일본 상품 불매 운동까지 벌어진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가 우리 경제에 닥친 위기의 주된 요인은 아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 불안으로 소비가 얼어붙고 있는 것이 문제다. 세계 경제가 식어가면서 반도체 등 주력 산업 수출까지 줄어들고 있는 것이 문제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이 정부의 경제 실험으로 성장과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문제다. 규제 개혁, 노동 개혁, 부실기업 구조조정, 산업구조 개편은 말잔치만 무성하고, 친(親)노동에 기울어진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런 경제 실패로 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게 됐는데 다 일본 탓으로 돌리고 넘어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성장률 내기를 하고 저녁 자리에서 일어설 때 금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