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마겟돈, 대격변의 시대] [上] GM 디트로이트 공장 르포
지난달 11일(현지 시각) 미국 디트로이트의 심장 격인 최고층 마천루 GM르네상스센터. GM 본사 건물인 이곳 곳곳에는 위기감이 배어 있었다. 구조조정 여파로 짐을 싸는 직원들로 어수선했다. 단순 실적만 보면 위기라 하기 힘들다. 최근 2년간 실적이 고꾸라진 현대차에 비해 GM은 2016~2017년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영업이익이 25% 늘었다. 하지만 GM은 2009년 금융 위기로 파산했던 당시 수준의 가혹한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본지는 디트로이트 본사에서 구조조정을 지휘하는 앨런 베이티 GM 북미총괄사장에게 구조조정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우리는 외부에 의한 구조조정을 원하지 않았다. 그럴 바엔 스스로 먼저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5년 전 자율주행 투자 안 했다면… 지금 구글 하도급 업체"
그는 "향후 5년간 진행될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지난 50년간 있었던 변화보다 더 클 것이라는 게 메리 바라 GM 회장의 생각"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5년 전 자율주행 기술 투자를 결단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애플의 폭스콘 같은 위탁 조립 업체 신세가 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미시간주 GM 플린트 조립 공장에서 직원들이 품질 검사를 하고 있다. GM은 작년 11월부터 북미 공장 5곳 폐쇄, 직원 1만4000여명 감원 등의 강도 높은 선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02/08/2019020800311_0.jpg)
GM은 지난 2015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현 GM크루즈)을 10억달러에 인수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GM은 구글 웨이모를 제외하고, 전통 차 업체 중 가장 자율주행 기술이 우월하다는 평을 받는다. GM은 작년 11월 이 회사 사장에 댄 암만 전 GM 총괄사장을 CEO로 임명했다. 베이티 사장은 "댄 암만 같은 거물을 보낸 건 GM이 얼마나 이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베이티 사장은 "올해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 운행 중"이라며 "내년에는 이를 상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연기관차→무인 전기차, 기계공학→전자공학 인력 전환
![미래 대비하는 GM](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02/08/2019020800311_1.jpg)
GM은 구조조정을 통해 2020년까지 60억달러(약 6조7428억원)를 절감해 '전기 자율주행차' 등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베이티 사장은 "지금 기술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금 누가 앞서간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혼자 기술 변화를 다 따라잡기는 힘들다. 투자할 여력(돈)을 확보해 놓고 필요한 기술·기업이 있을 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GM이 추구하는 방향은 '제로 제로 제로' 자동차 기업이다. 탄소 배출 제로(Zero Emmision), 교통사고 제로(Zero Crashes), 교통 체증 제로(Zero Congestion)다. 베이티 사장은 "이 세 가지는 결국 '전동화'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의 역사인 GM이 내연기관차와 결별하고 친환경 자율주행차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것이다.
베이티 사장은 "이를 위해 회사의 모든 자원을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연구 인력 중 기계공학 전공자가 70%, 전자공학이 30%였다면 이 비중을 반대로 전환하려 한다"며 "
GM은 모빌리티(이동성) 서비스에 대한 투자에도 집중하고 있다. 2016년 미국 2위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에 투자한 데 이어 자체 차량 공유업체 메이븐을 설립했다. 베이티 사장은 "지금 완성차 업체들은 전례 없이 많은 영역의 기업들과의 경쟁에 놓여 있다"며 "시장을 선도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좌초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