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파월이 날린 '비둘기'에 전세계가 환호

최만섭 2019. 2. 1. 11:05

파월이 날린 '비둘기'에 전세계가 환호

조선일보
  • 이경은 기자
  • 입력 2019.02.01 03:05

    美연준 금리 동결
    파월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로 기준금리 인상할 근거 약해져" 보유자산 축소도 속도조절 시사

    "금융시장이 원했던 모든 것을 선물로 줬다" "오늘 발표는 (월가의)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30일(현지 시각) 나온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월 정례 회의 결과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반응이다. 이번 FOMC에서 기준 금리는 동결됐다. 하지만 관전 포인트는 연준의 기준 금리 결정 발표보다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이었다. 연준은 FOMC 성명서에서 2015년 말 이후 계속 넣어왔던 '점진적인 추가 금리 인상(further gradual increases)'이란 단골 문구를 삭제했다. 그 대신 향후 금리 조정에서 '인내심(patient)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미 언론들은 연준이 그동안의 '매파(통화 긴축)' 기조를 내려놓고 뚜렷한 '비둘기파 색깔(통화 완화 선호)'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했다.

    ◇긴축정책 숨 고르기 나선 연준

    연준은 지난 2015년 말 '제로 금리' 정책 종료를 선언한 후 지금까지 9차례 기준 금리를 인상했고, 지난해에는 금리를 네 번 인상했다. 그런데 30일 연준 발표 분위기는 과거와 달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달 초에 시사했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을 공식화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FOMC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계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어 기준 금리를 인상할 근거도 약해졌다"고 밝혔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자산 축소 중단 시사까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연준이 비둘기적 성향을 더 많이 드러냈다"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가 가시화하는 시기에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퍼지자 안도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론 내린 듯 보인다"고 말했다.

    美다우지수 2만5000 돌파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0일(현지 시각) 기준금리 동결 결정과 함께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보이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미국 다우지수가 전날보다 1.77% 오른 2만5014.86에 장을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미국 뉴욕의 한 증권 트레이더가 ‘다우 25000’이라고 새겨진 모자를 앞에 두고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美다우지수 2만5000 돌파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0일(현지 시각) 기준금리 동결 결정과 함께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보이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미국 다우지수가 전날보다 1.77% 오른 2만5014.86에 장을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미국 뉴욕의 한 증권 트레이더가 ‘다우 25000’이라고 새겨진 모자를 앞에 두고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AP 연합뉴스

    또 연준은 별도 성명서를 내고 필요하면 보유 자산 축소와 관련해서도 속도를 늦출 가능성을 열어둔다고도 밝혔다. 연준의 보유 자산 축소는 긴축 카드의 하나로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므로 유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연준이 보유 자산 축소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것은 '비둘기파 연준'의 정책 기조와도 맥이 닿아 있다. 연준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 보유 자산 축소 정책을 시작, 현재 매달 500억달러 규모로 보유 자산을 줄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이례적으로 별도 성명서를 통해 대차대조표 정상화(보유 자산 축소) 프로그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며 "사실상 양적 긴축 종료 혹은 축소를 언급한 것으로 그동안 금융시장이 요구해온 긴축 완화를 대부분 수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31일 FOMC 결과에 대해 "시장 생각보다 더 완화적 입장이었다"며 "향후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문구를 삭제한 점도 연준이 이제는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세계 금융시장, 비둘기 연준에 반색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연준이 금리 인상 중단의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환호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겠다고는 선언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선 현재 수준의 금리를 계속 유지할 것이란 금리 동결론까지 나오면서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의 투자 심리도 되살아났다. 30일(미국 시각)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1.77% 상승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2% 급등했다. 반면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채권값은 떨어졌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장중 0.06%포인트가량 떨어진 2.51% 선에 거래됐다.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도 장중 0.04%포인트 안팎 하락세를 보였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에서 날아온 낭보에 아시아 증시도 호조를 보였다. 31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1.06% 상승해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지수도 장중 1% 넘게 상
    승했다.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증시도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이날 장중 2220선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개인과 기관투자자의 매도세가 몰리면서 0.06% 하락한 2204.85로 장을 마쳤다. 미국 달러 강세 흐름이 주춤해지자 신흥국 통화 가치는 오름세를 보였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3.6원 내린 달러당 1112.7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