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위원장 "민노총, 자신들이 중심이란 생각은 잘못
탄력근로제 합의가 대화 성공 척도, 한노총 역할 중요해져"
노사정(勞使政) 사회적 대화를 이끄는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더는 기다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 위원장은 지난 10일 본지 인터뷰에서 "준비가 안 된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들어와 봐야 큰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위원장은 과거 민노총 산하 금속연맹 위원장 등을 지냈고, 현재도 민노총 경남본부 지도위원으로 민노총에 속한 인물이다.
문 위원장은 지난해 8월 경사노위(옛 노사정위) 위원장에 임명된 뒤 그때부터 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지난달 22일에는 청와대에서 열린 경사노위 출범식에선 문 대통령을 앞에 두고 "경사노위법이 개정된 지 반년이나 지나 이제야 출범한 것은 민주노총과 함께하고자 하는 이해와 애정 때문이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민노총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문성현 위원장은 "민노총을 설득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내 능력이 부족했다"고 했다.
―민노총이 경사노위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민노총 참여를 바라며 1년 3개월을 왔는데도 안 됐다. 내가 (민노총을 설득할) 적임자라고 생각했는데 내 능력이 역부족이었다. 이제 민노총 참여에 연연하지 않는다. (민노총 대의원 대회가 예정된) 내년 1월 오면 오고, 안 오면 어쩔 수 없다. 경사노위에 들어온다 한들, 또 나간다고 할지 모른다. 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대해 성찰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통해 절충해 합의안을 만들어내려는 준비가 안 돼 있으면 민노총이 와봐야 의미가 없다."
―11월 민노총이 총파업했을 때 '민주노총 총파업 잘했다'고 발언했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는 어느 정도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총파업이 민노총이 비정규직을 옹호하려고 한 줄 알았다. 그때는 현대·기아차 노조가 주도한 걸 몰랐다. 그걸 알았다면 그런 발언 안 했을 것이다."
―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것 같나.
"현재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과 경총·대한상의 등이 탄력 근로제 확대에 합의하면 대단히 어려울 거라고 본다. 대화를 근원적으로 거부하는 세력은 '그럴 줄 알았다. 저렇게 하는데 들어갈 거냐'고 반드시 나올 거다. 민노총 내부 구성이 사회적 대화를 하기에는 (머릿속이) 복잡하고, 현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 지도부가 그걸 돌파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대화에 참여하는 한국노총보다 강경하게 나오는 민노총이 여론의 주목을 더 받는 것 같다.
"민노총을 욕해봐야 큰 의미 없다. 마치 자기들이 중심이고 (정국을) 주도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잘못됐다. 한노총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용기 내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게 큰 의미가 있다. 지금부턴 한노총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해지는 시기다. 한노총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합의하고, 타협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의 DNA'를 갖고 있다. 김주영 한노총 위원장은 '어용(御用)'이라는 비판조차 '어려울 때 용기를 내는 것'이라고 맞받아칠 정도로 책임감 있게 나오고 있다."
―탄력 근로제(일정 기간 내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이면서 조절하는 제도)를 놓고 노사 이견이 크다.
"탄력 근로제에 대한 노사 합의 여부가 사회적 대화 성공의 척도다. 노동계도 맹목적으로 반대 안 하고, 다른 쟁점과 연동해 논의하면 합의가 가능할 거다. 건강권 보장과 임금 보전 문제 등을 논의하면 대화를 통해 절충한 합의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최저임금이 2년간 29%나 올랐다. 어떻게 평가하나.
"최저임금을 (기업이) 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도 같이 해야지, 최저임금 올리는 것만 하면 안 됐다. 그런데 지금은 (환경 조성이
―노사정 대화 기구의 수장이 노동계 출신이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있다.
"나는 노사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발언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취임 후) 1년 3개월이 지났는데, 경영계가 우려를 많이 했지만, 최근엔 '현 정부 내에서 할 말 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