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지 2공장 충주에 '첫 삽'… 7兆 넘게 투자, 年 50만대 생산
"그동안 자동차 산업에서 '패스트 팔로어(신기술을 빨리 따라잡는 자)'였지만, 수소차 분야만큼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11일 충북 충주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수소전지 2공장 기공식에서 현대차그룹의 'FCEV(수소차) 비전 2030'을 공개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제시한 핵심 비전은 "2030년까지 수소 분야에 7조6000억원을 투자해 수소차 생산 능력을 연 50만대로 늘리고, 5만1000명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11일 함박눈이 내린 충북 충주 현대모비스 수소전지 2공장 기공식을 찾은 정의선(왼쪽에서 셋째)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성윤모(왼쪽에서 첫째) 산업부 장관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812/12/2018121200011_0.jpg)
행사에 참석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오늘 기공식은 수소 경제를 여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개혁해 수소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현대차의 과감한 투자에 정부의 지원이 더해지면 수소차 대중화가 더 빨라질 수 있다. 권낙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실장은 "정부가 내년 수소차 4000대, 충전소 35기에 대한 보조금을 책정하는 등 지원 의지가 강하다"며 "수소차가 생각보다 빠르게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최대·최고 수소전지 양산 공장 구축
이날은 현대차가 3년간 개발한 야심작인 '팰리세이드'(대형 SUV) 출시 행사가 열린 날이었다. 하지만 정의선 부회장은 폭설이 내린 모비스 충주 공장을 찾았다. 그룹의 미래가 달려 있는 수소 연료 전지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첫 삽을 뜨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곳은 '세계 최초·최고·최대의 수소 전지 공장'이 될 전망이다.
작년 하반기 충주에 세운 1공장은 이미 세계 최초 수소 연료 전지 시스템 양산 공장이다. 2공장이 완공되는 2022년엔 생산 능력이 현재 연 3000대에서 연 4만대로 커지고, 2030년엔 연 50만대까지 늘린다. 세계 최대가 되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미 세계 최고의 수소 전지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국내 출시된 수소차는 2013년 투싼ix와 지난 3월 나온 넥쏘 2종이다. 투싼은 세계 최초 양산 수소차로 지난달까지 국내에 207대, 해외에 709대가 팔렸다. 넥쏘는 출시 후 국내 587대, 해외 194대가 팔렸다. 완충 시 주행거리(609㎞)가 세계 최대이고, 전지 효율·정숙성도 최고라는 평을 받지만, 충전소가 부족해 판매량은 미미하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말까지 35기, 민간이 40기의 충전소를 운영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판매도 빠르게 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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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모 자동차부품연구원 팀장은 "수소차 판매가 늘어나면 부품 납품 업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자동차 산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전기차가 1만9000개로 내연기관차(3만개)에 비해 크게 줄지만, 수소전기차는 2만4000개 정도다.
◇수소 전지 기술로 신사업도 추진
현대차그룹은 연료 전지를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 업체, 선박·철도·지게차·발전기 등에도 공급하는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2030년, 수소차 용도로 쓰일 50만개의 수소 전지 외에 약 20만개의 전지 생산 능력을 추가로 갖춘다는 계획이다. 판매 사업을 위한 전담 조직도 만들었다.
대형 승용차나 버스·트럭뿐 아니라 배·기차 등 다양한 운송 수단에서 ‘친환경’이 요구되는 시대에 수소가 대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수소와 산소를 촉매 반응 시키면 전기가 만들어지고 배출되는 것은 물뿐이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수소가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전이 용이해, 2030년까지 기차·선박·지게차 등 모든 운송 수단의 소유 비용을 10%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2030년까지 수소 연료 전지가 550만~650만개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아마존과 월마트가 지분을 보유한 미국의 수소 연료 전지 업체 플러그파워는 수소 전지로 움직이는 지게차를 판매하고 있다. 연료 전지 지게차는 유해 가스 발생이 없어 장시간 실내 작업이 필요한 대형 물류센터나 공장에서 필요하다.
수소 기차도 현실화되고 있다. 프랑스의 알스톰은 캐나다 연료전지업체 하이드로제닉스와 독일에서 연료전지 기차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수소 전지로 움직이는 드론도 가능한 신사업이다. 배터리 드론 대비 장시간 비행이 가능해 발라드나 싱가포르 호라이즌 같은 업체가 적극 추진 중이다. 이런 방식이 보편화되면 수소 가격이 하락해 수소차의 운영비가 전기차 수준으로 떨어지고, 발전 원가도 천연가스 발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 정의선 수석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란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만드는 수소 연료 전지, 수소·공기 공급 장치, 열관리 장치 등으로 구성된 발전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