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대선' 출구조사에서 '경제성장' '통합' 희망이 '부패·비리 청산'만큼 많아
中道 성향 유권자에 눈 돌려야
지난주(11월 16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52%를 기록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임기 1년 반을 넘긴 대통령 지지율로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하지만 5주 연속 내림세인 데다, 그 요인이 '이영자(20대, 영남, 자영업자) 이탈 현상' 때문이란 분석에 여권에서도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집권 세력 지지층 일각에선 '촛불 정체성 후퇴가 지지율 하락을 불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진단은 그들이 '촛불 민심'의 분출이라 부르는 지난해 5·9 대선의 표심(票心)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KBS·MBC·SBS 3사(社)는 지난 대선 당일 공동 출구 조사를 하면서 '심층 조사'를 실시해 발표했다. 심층 조사에선 당선자를 예측하는 단순 예측 조사와는 별도로 전국 투표소 63곳에서 3600명을 대상으로, 투표한 후보 결정 시점과 이유 등에 대해 물었다. 출구 조사 사상 첫 심층 조사라 얼마나 정확할까 궁금했는데 그 결과는 지금 봐도 놀랍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74.3%가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고 답했다. 투표 후보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유로는 75.6%가 '최순실 국정 농단과 박 전 대통령의 불법적 국정 운영'을 꼽았다. 이 수치는 개표 결과 박 전 대통령이 속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찍지 않은 유권자 비율(76%)과 거의 일치한다.
이는 지난 대선이 '전(前) 정부 심판' 선거였음을 보여준다. 이를 반영하듯 투표한 후보를 선택한 이유도 '부패와 비리를 청산할 수 있어서'가 20.7%로 가장 많았다. '도덕적이고 깨끗한 인물이라서'도 19.3%였다. 지난 대선 득표율이 41%였던 문 대통령이 임기 초반 70%가 넘는 지지율을 유지한 것은 '적폐 청산'이란 이름의 전 정부 사정(司正)을 통해 이런 기대 심리에 부응한 효과가 컸다.
문제는 이것이 대선 표심의 전부가 아니란 점이다. 심층 조사 결과 '경제성장·발전'(19.6%)을 선택한 이유로 꼽은 사람도 '부패·비리 청산' 못지않았다. '국민 통합'을 꼽은 유권자도 18.1%에 달했다.
그러나 현 정권은 소득 주도 성장을 고집해 청년,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더 커졌다. 또 끝을 모르는 적폐 청산 수사와 '캠코더(대선 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 탈(脫)원전 등 편향적 정책에 몰두했다. 경제성장과 국민 통합을 기대한 표심과 거꾸로 간 결과가 지지율 하락을 낳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 정권 창출 세력임을 자부하는 민노총과 참여연대는 '촛불 정체성'을 내세워 좌(左)편향 노선을 고수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심층 출구 조사에 나타난 유권자 이념 지향으로 볼 때 대선 표심을 왜곡하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 유권자 이념 성향은 '중도'가 38.4%로 가장 많았고 '보수' 27.7%, '진보' 27.1%였다. 지난 대선 표심의 주류가 좌편향이란 논리는 허구다.
현 정부는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적 실망에 기대어 임기 초반 지지율 고공 행진을 했다. 그렇다면 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