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BUSINESS 용어

'은퇴 크레바스'(crevasse)

최만섭 2018. 11. 7. 22:00

'은퇴 크레바스'도 건널 수 있어요, 이 네 가지만 있다면

입력 2018.11.07 03:07

[노후 대비 돈모으기] 한화생명 은퇴백서

'100세 인생'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원로 철학자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100년을 살아보니'라는 저서에서 "60세부터 75세까지가 인생에서 황금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올해 백수(白壽·우리 나이 99세)를 맞았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김 명예교수와 달리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공포심마저 느낀다.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이 2015년 30~50대 가구주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80% 이상이 '실버 푸어(Silver Poor·노년 빈곤층)'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포심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100살이 됐을 때 "내 인생 최고의 황금기는 은퇴 이후였다"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말을 하려면 결국 은퇴 후 삶을 얼마나 준비하는가에 달렸다.

'은퇴 크레바스'를 뛰어넘자

우리는 대부분 '은퇴 크레바스'라는 혹독한 시기를 거쳐야 한다. 은퇴 크레바스란 은퇴 시점부터 연금이 개시되기 전까지의 소득 단절 구간을 뜻한다. 빙하 속의 깊이 갈라진 틈을 뜻하는 영어 단어 '크레바스(crevasse)'에서 따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 중 정년퇴직 연령이 60세 이상인 곳은 10곳 중 4곳에 불과하다. 대부분 50대에 반평생 다니던 회사를 나오게 된다. 퇴직 후에는 수입이 없거나 있더라도 예전보다는 훨씬 줄어든다. 국민연금은 60세(1952년 이전 출생자)~65세(1969년생 이후)나 되어야 나온다. 연금이 개시된다 하더라도 목표했던 노후 생활 자금보다 부족하기 마련이다.

은퇴 크레바스 그래픽

감소한 소득만큼 허리띠를 졸라매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목돈을 써야 할 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보통 첫째 자녀는 결혼을 준비하고, 둘째 이후 자녀는 대학생일 가능성이 크다. 본인과 배우자의 건강 문제로 예상치 못한 의료비 지출이 발생할 확률도 점점 높아진다. 은퇴 크레바스와 결혼 자금·학자금·의료비 지출이 겹치는 것이다.

'몇 년 허리띠 졸라매고 살면 되겠지' '퇴직하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낙관적인 생각은 100세 시대에 위험하다. 은퇴 후 3년 내 현금 흐름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지금 당장부터 은퇴를 철저하게 계획해야 하는 이유다.

노후자산 황금비율과 골든타임을 지켜라

우리나라 은퇴자 대부분은 '집 한 채'가 전 재산이다. 우리나라는 개인자산 중 부동산자산 비중이 70% 수준이다. 미국은 33%, 일본은 39% 수준이다. 부동산에 자산이 집중되면 일단 현금화가 어렵다. 또 외부 충격으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집값이 급락할 위험성도 있다.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연금과 금융자산은 늘려야 한다. 많은 은퇴설계 전문가가 꼽는 은퇴자산의 황금비율은 '4·3·3'이다. 연금·부동산·금융자산의 비율을 4:3:3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노후 준비에도 '골든 타임'이 있다. 물론 노후 준비는 빠를수록 좋으며 일찍 시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하지만 늦어도 55세 전에는 노후 준비 '막차'를 타야 한다. 은퇴 이후의 삶은 인생의 3분의 1인 30년이라는 긴 기간이다. 은퇴 부부의 기본 생활비를 월 250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30년이면 9억원이 필요하다. 일찍부터 계획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수억원의 목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특히 55세 전후로 인생이 한 번 요동치기 쉽다. 퇴직, 정년, 병환, 사업 기회, 재취업 등 신변의 변화와 이에 따른 리스크가 발생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전환점인 55세 전에 노후준비를 해 두는 게 현명하다.

의료비 불확실성 줄이고, 노후 자금은 잊어라

은퇴 시점 이후 질병이 생길 확률인 유병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실제 한 사람의 인생에 발생하는 의료비는 대부분 65세 이후 노후에 몰려 있다. 소득이 부족한 시점에 의료비 지출이 많이 늘어나면 '실버 푸어'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언제 아플지, 치료비가 얼마나 들지 모르는지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실손보험은 기본으로 미리 가입하고, 여유가 있다면 종신보험·CI보험 등도 고려할 만하다. 은퇴 전 수입이 있을 때 보험료 납입이 완료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좋다.

노후자금을 모으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중간에 필요할 때 꺼내 쓸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캐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노후자금은 넣어두고 잊어라'라고 했다. 가계 자금을 운용할 때 자금 목적에 따라 단기·중기·장기로 나누고, 운영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바로 필요한 단기 자금은 입출금 통장에 넣어두고, 중기는 예·적금이나 펀드, 장기 자금은 연금 등에 가입하는 식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 묘비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고 한다.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다.' 우물쭈물하지 않고 지금 당장 노후를 준비하면, 물러나는 은퇴(隱退)가 아닌 반짝반짝 빛나는 은퇴(銀退)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역 -BUSINESS 용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0) 2018.11.21
에지 컴퓨팅  (0) 2018.11.15
'바나레'-'멀리하다'  (0) 2018.10.01
'힘퍼시(himpath'  (0) 2018.10.01
휴머노이드[humanoid]  (0) 2018.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