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노조 등 '내부자' 챙기는 現정부 정책, 고용파국 불러"

최만섭 2018. 10. 18. 18:29

"노조 등 '내부자' 챙기는 現정부 정책, 고용파국 불러"

  • 이준우 기자
  • 입력 : 2018.10.18 03:01

    盧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 지낸 김대환 명예교수 인터뷰

    9월 취업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4만5000명이 늘었다는 발표가 나오자 정부와 여당에서는 한숨 돌리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의 진단은 다르다. 그는 "마이너스를 면했다고 고용이 개선된 것으로 착각하면 결코 안 된다"고 했다. 노동경제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참여연대 원년 멤버로 활동했고, 박근혜 정부 땐 노사정 위원장을 지냈다.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는“혁신 성장이 가능하려면 고착화된 노동시장 이중 구조(정규직 과보호, 비정규직 양산)를 해소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이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고용 위기의 주원인은 뭔가?

    "성장률이 둔화되는 추세 속에 노동시장에 충격을 가하는 일련의 경제정책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다. 1만원에 맞추기 위해 최저임금을 2년 만에 30%나 끌어올렸다. 사업자들에게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급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도 최저임금 인상이 과도하다고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배 구조를 개선해라' '총수 지분을 팔아라' 등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면서 기업의 투자가 감소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경직적인 근로시간 단축도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원인이다."

    ―정부는 인구구조 변화도 거론한다.

    "인구구조는 장기 추세로 봐야지, 단기 고용 악화 원인으로 갖다 붙일 게 못 된다. 지난해 9월의 경우 15세 이상 인구는 전년 대비 31만7000명 늘었고, 취업자 증가 수는 31만4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9월의 경우 15세 이상 인구는 1년 전보다 25만1000명 증가해 숫자가 줄긴 했지만, 취업자 수는 4만5000명 증가에 그쳤다."

    ―정부는 '고용의 질(質)은 좋아졌다'고 강변한다.

    "고용 정책은 일단 양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이후 질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데 순서가 바뀌었다. 정부는 공무원을 늘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놓고 '상용직 근로자가 늘었다'고 강조하는데, 그것은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공무원 증원은 국민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든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고, 미래에 상당한 재정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정규직화를 진행 중인 기관들도 그 과정에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의 단기 일자리를 늘려가며 고용을 쥐어 짜내고 있는데, 고용은 기업 활동 가운데 나오는 것이다. 어떻게라도 일자리를 늘려보겠다는 충정은 이해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자동차, 조선업 등 주력 제조업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던 분야들이 중국 등 후발 주자에 따라잡히면서 산업 기반이 부식되고 있다. 반도체 등 몇 개 업종이 우리 경제 전체를 지탱하다시피 하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 성장'은 굉장히 추상적인 개념에 머물고 있다. '혁신'은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이후 모든 정부에서 외치던 구호다. 정부가 나서서 '혁신 성장하겠다'는 것은 늘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다."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까지 총동원해‘일자리 짜내기’를 하는데도 고용 사정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혁신 성장이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중요한 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키워 고착화된 이중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다.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정규직화 등 노동정책은 이미 일자리 시장에 진입한 '내부자'들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는 '외부자'들은 더욱 취직이 어려워졌다. 이중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킨 셈이다. 내부자에 대해서는 유연성이 필요하고, 외부자에 대해서는 안정성 강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반대로 가는 것이다. 현 정부는 유독 노동시장 이중 구조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 같다."

    ―노조들이 노동시장 유연화에 저항하고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도 노조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꾸준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정부가 노조의 비위를 상하게 할까 봐 노심초사해선 안 된다. 노동시장 전체, 근로자 전체, 국민 전체를 보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소득 주도 성장은 논리적으로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다. 성장이 곧 소득 증대다. '소득을 늘려주면서 소득을 증대시키겠다'는 순환논법에 불과하다. 말로는 성장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주려는 분배 정책이다. 정부는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주면 내수가 좋아지고, 투자와 고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제 현실은 이와 다르다. 글로벌 경제하에서는 소비의 상당 부분이 수입품이나 해외 소비로 유출되기 때문에 내수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소득 주도 성장이 효과가 있다면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왜 이 정책을 안 쓰겠나. 소득 주도 성장이 정부 경제정책의 메인 캐치프레이즈가 되도록 방관한 경제학자들이 반성해야 한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18/2018101800261.html#csidxfe0cb23aab058d885028c68e12403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