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7.16 03:11
과도한 햇빛·무더운 날씨 탓에 여름 바캉스에 우울증도 많아
여행지에서 각자 시간 보낸 뒤 저녁에 경청하면 관계에도 도움
신나는 바캉스 시즌인 여름과 우울증은 먼 듯하지만, 의외로 계절성 우울증이 겨울 다음으로 여름에 많다. 왜 여름에 우울해질까. 우선 햇빛이다. 뇌 안엔 수면과 호르몬 분비 등을 시간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하는 '생체(生體) 리듬' 시계가 있는데 해시계처럼 햇빛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겨울엔 햇빛의 양이 줄어드는 것을 겨울 우울의 중요한 원인으로 여기고 있어, 빛을 쬐는 광선 치료도 사용된다. 반대로 여름엔 과도한 햇빛이 생체 시계를 오작동시키고 뇌신경의 정보 흐름에 혼란을 주어 불면·식욕부진·불안감 같은 우울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 고온 다습한 날씨도 뇌의 에너지를 소모시켜 피로 현상으로 우울이 찾아올 수 있다.
심리적 요인도 여름 우울에 영향을 준다. 이유는 다양하다. 남들은 여름 바캉스를 즐기고 있는데 나만 땀 흘리며 일한다는 박탈감, 환상적인 여름휴가에 대한 기대에선 한참 벗어난 현실 휴가의 피로감도 있다. 거기에 휴가 후 찾아온 카드 청구서가 주는 경제적 위기감, 노출의 계절이다 보니 나보다 멋진 몸매를 가진 사람을 볼 때 느끼는 열등감 등이 여름을 우울한 계절로 만든다.
여름철 '마음 보양'을 위해선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날씨가 덥고 낮이 길어지다 보니 취침 시간이 뒤로 밀려 수면의 양과 질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침실에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고 최대한 편안하고 조용한 수면 환경을 만들어 충분한 숙면을 취하는 것이 삼계탕보다 마음엔 더 좋은 보양식이다. 마음 안의 생체 시계가 정상 리듬을 유지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경우 자녀가 방학하는 여름은 바캉스 계절이 아닌 '집중 근무 기간'이 되어버리기 쉽다. 나보다 더 소중한 자녀지만 사랑도 에너지고 쓰기만 하다 보면 마음에 피로가 찾아온다. 피로한 마음은 짜증 소통을 일으키기 쉽고 가족 갈등마저 일으킬 수 있다. 바캉스의 어원이 '자유로워짐'이라 하는데 행복에 대한 연구는 자유로움을 느낄 때 마음에 행복 반응이 원활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바캉스를 '마음 충전'하는 활동으로 본다면 충전은 행복할 때 일어나기에 내 마음에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 좋은 바캉스라 볼 수 있다. 쉽지 않겠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아 당일치기라도 부부만의 여유로운 데이트를 권한다. 이땐 잠시 부모가 아닌 남녀로서의 대화만을 하는 것이 좋다, 여행지는 어떤지, 음식은 어떤지 같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이기에 자녀라는 소중한 선물을 얻은 것인데 자녀 출산 후 '엄마 아빠의 동호회'처럼 지내다 보면 남녀로서의 느낌이 옅어진다. 나중에 자녀가 출가하면 다시 남녀로 남게 되는데 어색해서 힘들다고 하는 부부들의 고민 상담이 적지 않다.
부부 갈등이 있을 때 여행으로 풀겠다고 시도했다가 더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관계에는 이중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까워지면 따뜻해지나 단점이 보여 부딪치고, 떨어지면 자유롭지만 외로워져 배우자의 소중함이 절실해진다. 부부 갈등이 있는 상황이라면 기차 여행을 권하고 싶다. 여행지까지는 각자 좌석을 예약해 내려간다. 혼자만의 자유로움도 느끼고 창에 비쳐 흘러가는 풍경에 내 마음도 비추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각자의 시간을 보내
바캉스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지칠수록 강한 자유와 즐거움을 찾아 멀리 해외여행이나 사람 많은 흥겨운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게 되는데 더 지칠 수 있다. 기대를 낮춘 심심한 여행이 마음 충전엔 더 좋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