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자식 떠나보낸 기러기 1년 차… 자유와 해방감에 날아갈 듯하더니
절간 같은 집에서 '혼밥' 먹다가 마누라 악다구니마저 그리워졌네
우울증에 名藥은 물걸레질과 빨래… 살림 재미 터득하니 心身이 무탈
자유와 해방. 이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요. D데이가 다가올수록 '마누라'란 이름 석 자의 굴레와 억압, 히스테리에서 벗어난다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르더군요. 뭐, 공항에서 잠시 울컥하긴 했습니다. 그 독한 마누라가 눈자위 벌게져서는 "밥 잘 챙겨 먹어" 하며 손 흔드는데, 오~ 이 낯선 당혹감이라니요. 그러나 슬픔도 잠시. 불알친구들과 코가 비뚤어지다 못해 뭉개지도록 술을 마셔도 악다구니할 여자 없다고 생각하니 차 지붕을 뚫고 날아오를 것 같더군요. 거실을 활보하며 알파치노처럼 담배를 피우고, 호박돔 잡으러 갯바위 낚시도 가고요. 마누라와 두 자식 등쌀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뭉크처럼 절규하던 시간이 마침내 종을 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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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1년도 못 돼 그 자유란 놈이 저의 뒤통수를 때렸습니다. 토요일 낮 열두 시까지 대자로 뻗어 자도, 퀴퀴한 양말과 담뱃재 뒤엉켜 마룻바닥을 뒹굴어도 벼락 치는 사람 없건만, 기분이 그닥 짜릿하지 않으니 어인 일인가요.
절간 같은 집에서 득도도 할 참인데 기쁨은커녕 고독이 사무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요.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잔불 하나 없는 컴컴한 집으로 들어설 때입니다. 한번은 실수로 거실 등(燈)을 켜고 출근했더니, 퇴근길 창문으로 불빛이 환합니다. 어찌나 설레던지, 아무도 없는 줄 알면서도 초인종을 두 번이나 눌렀지 뭡니까. 돼지우리 같은 집에 들어서기 싫어 찜질방으로 도망친 적 있다면 믿으실까요? 자유가 무한대로 널린 유토피아가 공포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외로움 따위 문제없다 자신했습니다. 자취 10년 발판으로 족발도 찌고 수육도 삶고 치즈 그라탱도 만들고요. 하지만 딱 한 달 만에 때려치웠지요. 황제의 밥상도 둘이 먹고 셋이 나눠야 즐거운 법. 동네 맛집을 발굴하라고요? 그 또한 고역이더군요. 어느 비 오던 날, 소주 한 병에 삼겹살 시켜 구워 먹는데 사람들 동정 어린 시선이 사방에서 달려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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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1년도 못 돼 그 자유란 놈이 저의 뒤통수를 때렸습니다. 토요일 낮 열두 시까지 대자로 뻗어 자도, 퀴퀴한 양말과 담뱃재 뒤엉켜 마룻바닥을 뒹굴어도 벼락 치는 사람 없건만, 기분이 그닥 짜릿하지 않으니 어인 일인가요.
절간 같은 집에서 득도도 할 참인데 기쁨은커녕 고독이 사무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요.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잔불 하나 없는 컴컴한 집으로 들어설 때입니다. 한번은 실수로 거실 등(燈)을 켜고 출근했더니, 퇴근길 창문으로 불빛이 환합니다. 어찌나 설레던지, 아무도 없는 줄 알면서도 초인종을 두 번이나 눌렀지 뭡니까. 돼지우리 같은 집에 들어서기 싫어 찜질방으로 도망친 적 있다면 믿으실까요? 자유가 무한대로 널린 유토피아가 공포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외로움 따위 문제없다 자신했습니다. 자취 10년 발판으로 족발도 찌고 수육도 삶고 치즈 그라탱도 만들고요. 하지만 딱 한 달 만에 때려치웠지요. 황제의 밥상도 둘이 먹고 셋이 나눠야 즐거운 법. 동네 맛집을 발굴하라고요? 그 또한 고역이더군요. 어느 비 오던 날, 소주 한 병에 삼겹살 시켜 구워 먹는데 사람들 동정 어린 시선이 사방에서 달려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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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왜 보냈냐고요? 한국이 싫어서요. 1등만 하라 가르치는 교육에 넌덜머리 나서요. 내가 1등하고 100점 맞으면 누군가는 꼴찌를 하고 50점을 맞아야 하지 않나요? 성적으로 줄 세우고, 남을 밟고 일어서게 하는 교육이 싫었습니다. 아이들 가 있는 그 나라는 우리는 모두 다르다는 것부터 가르친다더군요. 수학은 못하지만 달리기는 잘하는 아이, 과학은 못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
성적표에도 무엇을 못한다 대신 이렇게 하면 훨씬 더 잘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지요. 학교에도 서열이 없습니다. 축구 잘하는 학교, 오케스트라 잘하는 학교는 있어도 아이비리그 잘 보내는 학교는 없답니다. 봄이면 마을 전체를 마라톤 하며 뛰놀고, 여름이면 대자연으로 캠프를 떠나고요. 대학 안 가도 행복해질 수 있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 서울서 학원 뺑뺑이에 시달렸던 아이들 두 볼이 웃음으로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이 저를 다시 소처럼 일하게 합니다.
문제는 우울증. 10년 차 기러기가 두 가지 처방을 일러주더군요. 하나는 여자친구 만들기. 돈과 시간이 남아돌아야 한 대서 바로 포기했습니다. 둘째는 청소입니다. 황당하지요? 뜻밖에 효험이 있더군요. 일주일에 한 번 물걸레질만 해도 집안 공기가 확 달라지는 겁니다. 구석구석 뽀송해지니 밥 짓고 조기 구워 소찬도 즐기고요. 크린토피아에 맡겼던 빨래도 내 손으로 합니다. 와이셔츠 칼같이 다려 차곡차곡 걸다 보면 실타래 같던 머릿속도 가지런해지니 일석이조(一石二鳥). 거실 등 켜고 나오는 일도 없습니다. 전기료가 얼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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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황제 크라머의 질주를 보면서 새 목표도 세웠습니다. 입만 열면 "사내는 역시 갑바야" 노래하는 여자 상사(上司)를 '미투'는 왜 안 잡아가나 했더니, 서른두 살 스케이터의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근육에 남자인 저도 무너지더군요. 낼모레면 쉰. 더 나 이 먹기 전에 내 생애 복근이란 걸 가져보려고 마라톤을 시작했습니다. 여친이 생겼냐고요? 그럴 리가요.
여름 휴가 때 마누라한테 보여주려고요. 마누라는 다 늙어 뜀박질하다 다리라도 부러지면 병원비는 어쩔 거냐 타박하겠지만, 그 지청구 들으며 낮잠 한번 푸지게 자는 게 소원입니다. 상봉까지 D-150일. 잔소리가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요.
그러게 왜 보냈냐고요? 한국이 싫어서요. 1등만 하라 가르치는 교육에 넌덜머리 나서요. 내가 1등하고 100점 맞으면 누군가는 꼴찌를 하고 50점을 맞아야 하지 않나요? 성적으로 줄 세우고, 남을 밟고 일어서게 하는 교육이 싫었습니다. 아이들 가 있는 그 나라는 우리는 모두 다르다는 것부터 가르친다더군요. 수학은 못하지만 달리기는 잘하는 아이, 과학은 못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
성적표에도 무엇을 못한다 대신 이렇게 하면 훨씬 더 잘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지요. 학교에도 서열이 없습니다. 축구 잘하는 학교, 오케스트라 잘하는 학교는 있어도 아이비리그 잘 보내는 학교는 없답니다. 봄이면 마을 전체를 마라톤 하며 뛰놀고, 여름이면 대자연으로 캠프를 떠나고요. 대학 안 가도 행복해질 수 있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 서울서 학원 뺑뺑이에 시달렸던 아이들 두 볼이 웃음으로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이 저를 다시 소처럼 일하게 합니다.
문제는 우울증. 10년 차 기러기가 두 가지 처방을 일러주더군요. 하나는 여자친구 만들기. 돈과 시간이 남아돌아야 한 대서 바로 포기했습니다. 둘째는 청소입니다. 황당하지요? 뜻밖에 효험이 있더군요. 일주일에 한 번 물걸레질만 해도 집안 공기가 확 달라지는 겁니다. 구석구석 뽀송해지니 밥 짓고 조기 구워 소찬도 즐기고요. 크린토피아에 맡겼던 빨래도 내 손으로 합니다. 와이셔츠 칼같이 다려 차곡차곡 걸다 보면 실타래 같던 머릿속도 가지런해지니 일석이조(一石二鳥). 거실 등 켜고 나오는 일도 없습니다. 전기료가 얼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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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황제 크라머의 질주를 보면서 새 목표도 세웠습니다. 입만 열면 "사내는 역시 갑바야" 노래하는 여자 상사(上司)를 '미투'는 왜 안 잡아가나 했더니, 서른두 살 스케이터의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근육에 남자인 저도 무너지더군요. 낼모레면 쉰. 더 나
여름 휴가 때 마누라한테 보여주려고요. 마누라는 다 늙어 뜀박질하다 다리라도 부러지면 병원비는 어쩔 거냐 타박하겠지만, 그 지청구 들으며 낮잠 한번 푸지게 자는 게 소원입니다. 상봉까지 D-150일. 잔소리가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