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2018.02.09

올림픽은 안 보이고… 북한과 美日의 각축장이 된 평창

최만섭 2018. 2. 8. 09:52

올림픽은 안 보이고… 북한과 美日의 각축장이 된 평창

[평창의 남과 북]
마주 달리는 국제정치 무대로 변질, 우리 정부 입지는 좁아져

北, 평창 참가를 '시혜'로 여기며 체제 선전 국제마당으로 활용
美日은 세계에 북핵 심각성 알려 평창 이후 對北압박 더 조일 태세

개막을 하루 앞둔 평창올림픽이 남북한과 미국·일본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국제정치 무대로 변질되고 있다. 김정은은 친동생 김여정까지 보내면서 올림픽을 자신의 체제 선전장으로 만들고 있다. 대북 제재에 대한 국제 공조를 허무는 실익도 이미 일부 달성했다. 올림픽 참여 대가로 한·미 군사훈련의 영구 중단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과 일본은 단호한 동맹을 과시하면서 이번 올림픽을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북한 참가로 '평화 올림픽'을 기대했던 우리 정부의 입지는 이들 사이에서 점점 좁아지는 분위기다.

◇청구서 목록 늘리는 北

올림픽 참가를 '대남 시혜'로 여기는 북한은 연일 한국에 '청구서'를 보내고 있다. 올림픽 참가 대가로 북이 요구하는 것들은 한결같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와 한·미 동맹을 흔드는 내용이다. '마식령 스키 훈련에 전세기를 띄우라' '만경봉호로 갈 테니 기름을 달라' 등의 요구는 유엔 안보리와 미국 정부의 제재와 정면 충돌하는 것들이다. 7일에도 고위급 대표단 명단에 미국과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 명단에 오른 김여정과 최휘를 버젓이 포함시켰다.

북한이 매년 4월 25일에 기념해오던 조선인민군 창건일을 올해 갑자기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인 2월 8일로 당기고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 중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은 "올림픽 정신의 훼손이자 국제사회를 향한 정면 도전"이라며 반발한 반면, 청와대 관계자는 7일 "(북 열병식에 대한) 공식 입장은 없다"고 했다.

◇美·日은 "올림픽 계기 북 압박 최대화"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미국을 떠난 펜스 미국 부통령은 7일 일본에 들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대북 압박을 강조했다. 한반도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겠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특히 미·일에 한국을 포함한 3국이 대북 압박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연대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관계 개선에 집중하는 우리 정부를 향해 사실상 "한국은 어느 편에 설 것이냐"고 물은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일본 방문에 앞서 알래스카 공군 기지에 기착했을 때에도 "한국 방문 기간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평창 오기 전… 아베·펜스의 건배 - 마이크 펜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 저녁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열린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평창 오기 전… 아베·펜스의 건배 - 마이크 펜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 저녁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열린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 와중에 일본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문제 삼는 우리 정부의 태도를 국제사회에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아베 총리는 이미 "올림픽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겠다"고 공언했다.

◇북과 미·일 사이에 낀 南

정부는 올림픽을 치르면서 이미 대북 제재를 일부 해제하고 한·미 군사훈련도 연기했다. 그러나 북의 요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미·일의 대북 압박 강도는 세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미 훈련에 대한 정부의 태도도 모호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진 "올림픽이 끝나면 정상 실시한다"(최현수 국방부 대변인)고 했지만, 지난 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낙연 총리는 "올림픽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훈련) 재개 얘기가 적절한지는 의원님도 판단이 있을 것"이라며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북·미 간 대화 모멘텀이 형성되길 기대하고 있다. 무리한 북한 요구를 대부분 들어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냉정하다. 방한 중인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이날 세종연구소 관계자들과 만나 "미국이 먼저 (북한에) 손을 내밀 수 없다. 미국이 먼저 대화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제로"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8/201802080032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