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2018.02.09

"버버리·랑콤도 파는데… 마식령 카드로 결제됩네다"

최만섭 2018. 2. 3. 06:51

"버버리·랑콤도 파는데… 마식령 카드로 결제됩네다"

입력 : 2018.02.03 03:11

[오늘의 세상]

北 마식령 스키장 가보니

사치품 수입 제재에도 버젓이 판매
직원들, 북한産 아리랑 휴대폰 사용
南손님엔 "인삼 할인해드립네다"
인터넷 PC·인형뽑기 기계도 갖춰

"스위스 명품 '발리(BALLY)' 가방 가격이 400달러 정도 됩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사치품 수입이 금지된 가운데 북한 마식령호텔에서는 수백 달러를 호가하는 해외 명품들이 진열돼 판매되고 있다. 호텔 곳곳에서 대북 제재가 무색하게 외국산 담배와 주류, 향수, 운동복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1월 31일~2월 1일(1박 2일) 남북 스키 공동 훈련에 동행한 남측 공동취재진이 목격한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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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식령 호텔 로비 -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치적 사업으로 선전하는 마식령 스키장의 숙박시설인 마식령 호텔의 1층 로비. 지난달 31일~지난 1일 마식령 스키장 남북 공동 훈련에 참가한 우리 선수단이 이 호텔에 묵었다. 이곳에는 수백 달러를 호가하는 해외 명품들이 진열돼 판매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먼저 1층 담배 판매대에는 던힐, 로스만, 포도모(이탈리아) 등 외국산 담배가 진열돼 있었다. 지하 1층 무도장에는 악기인 야마하 드럼과 함께 시바스리갈(17년산), 발렌타인(21년산) 등 양주와 페리에(생수),하이네켄(맥주) 등이 구비돼 있었다. 2층 상점엔 나이키, 아디다스 트레이닝복, 노스페이스 등산용 백팩 등 해외 브랜드와 버버리, 랑콤, 겐조 향수 등 외국산 화장품도 판매했다.

봉사원 김일심씨는 남측 취재진에 "대외적으로 외국 손님들이 많아서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치적 사업으로 꼽히는 마식령스키장과 마식령호텔에 해외 명품을 들여다 놓고 외화벌이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마식령호텔에는 북한이 자체 생산한 제품과 특산품도 있었다. 1층 바(BAR)에는 평양주·백두산 들쭉술·개성고려인삼주·류봉술 등 북한 술을 팔았다. 2층 상점에서는 버섯, 도라지, 더덕 등 마식령산 신선 식품과 자체 생산한 '은하수' 화장품, '어깨동무' 가방이 진열됐다. 168달러짜리 인삼을 집어 든 남측의 고객이 "깎아 주시면 안 돼요?"라고 묻자 북측 봉사원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우리 같은 민족은 할인해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일부 금액을 할인해주기도 했다.

(위)발렌타인 양주에 콜라·환타까지, (아래)해외 브랜드 가방도 판매
(위)발렌타인 양주에 콜라·환타까지 - 마식령 호텔 지하 1층 무도장에서 판매되는 음료와 주류. 스프라이트, 환타, 코카콜라, 페리에 등 외제 탄산음료와 시바스리갈, 발렌타인 등 양주가 보인다. (아래)해외 브랜드 가방도 판매 - 마식령호텔 2층 상점에 진열된 가방들. 400달러가량 하는 스위스 '발리', 노스페이스 등 외국 제품이 많다. 체크무늬가 들어간 가방은 북한 자체 브랜드 '어깨동무' 제품이다. /NK News·영상 공동취재단
마식령스키장 로고가 새겨진 스키는 약 700달러, 스키복은 약 70달러에 판매됐다. 스키 장비 대여부터 호텔 내부 카페 이용까지 '마식령 카드'라는 선불식 충전 카드로 결제했고, 외화로 충전도 했다.

2층 국제통신실(비즈니스센터)에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가 2대 있었다. 이용 요금은 30분에 4.6달러(한화 4970원)였다. 하지만 남측 취재진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었다. 북한이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야간에 사용은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호텔엔 포켓볼 당구대와 인형 뽑기 기계까지 들어와 있었다. 서점에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과 관련한 서적을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한 책들을 판매했다.

호텔에서 취재진을 만난 북측 여성은 '어떤 브랜드의 휴대 전화를 쓰냐'는 질문에 "(북한산) '평양 2416'을 쓴다"고 했고, 호텔 봉사원은 "'평양 2419', '아리랑' 휴대폰 등을 쓴다"고 했다.

마식령스키장과 마식령호텔 가격은 일반 북한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는 힘든 수준이었다. 마식령스키장 하루 이용료는 성인 기준 40달러, 13세 이하 어린이의 스키장 이용료는 22달러, 마식령호텔의 숙박비도 약 190달러였다. 2014년 유엔 통계에 따르면 북한 주민 1인당 연간 소득은 696달러(약 74만원)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김정은과 측근 등 특권 층을 위한 시설"이라고 했다.

북한은 마식령스키장 홍보를 위해 언론 취재를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했다.
그간 우리 취재진이 방북하거나 북한을 떠날 때면 꼼꼼하게 노트북 검열을 했지만 이번에는 검열을 하지 않았다. 우리 취재진이 촬영한 동영상에 대해서도 편집·검열을 하지 않았다. 또 남측 취재진이 머문 호텔방 내 미니바와 냉장고에 콜라, 스프라이트, 강서약수, 탄산수, 대동강 맥주, 차, 커피, 초콜릿, 껌 등 간식과 음료를 채워 놓고 무료로 이용하도록 했다.



출처 : h
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3/201802030016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