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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공격 투자 DNA가 되살아났다

최만섭 2018. 2. 8. 09:50

삼성의 공격 투자 DNA가 되살아났다

  • 박건형 기자입력 : 2018.02.08 03:00
  • [평택 반도체 제2공장 건설 확정]

    30兆 투자해 생산량 대폭 늘려 시장 주도권 강화하고 중국 견제
    어떤 반도체 생산할지 결정 않고 일단 건물부터 짓는 '속도전'

    세계 1위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 반도체 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새 공장을 짓는다. 반도체 생산량을 대폭 늘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5세대(5G) 통신 등 새로운 반도체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평택 공장과 같은 규모의 쌍둥이 공장으로 총건설비에 무려 30조원이 투자될 전망이다.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화도시에 있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전경. 삼성전자는 7일 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를 열어 1공장 옆(흰 점선)에 2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평택 2공장은 이르면 2020년 가동될 전망이다.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화도시에 있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전경. 삼성전자는 7일 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를 열어 1공장 옆(흰 점선)에 2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평택 2공장은 이르면 2020년 가동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7일 오전 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를 열어 평택 반도체 2공장 건설안을 확정했다. 권오현 회장, 윤부근·신종균 부회장 등 삼성전자 사내이사들로 구성된 경영위원회는 삼성전자의 주요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최종 결정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곧바로 2공장의 기본 골조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순조롭게 건설이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쯤 건물이 완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클린룸(청정실)' 공사와 장비 도입 등을 거쳐 이르면 2020년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평택 2공장이 지난 5일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 석방 이후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경영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형적인 삼성式 선제적 투자

    삼성의 공격 투자 DNA가 되살아났다
    삼성전자가 평택 2공장 건설에 나선 것은 과감한 선제 투자로 기술 주도권과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와 반도체 업계가 올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공격적인 시설 투자를 통해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공장에서 생산할 반도체를 결정하고 착공하는 경쟁사들과는 달리, 반도체 종류를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장부터 짓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리 공장 건물을 지어놓고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발전과 시장 상황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생산은 물론 삼성전자가 최근 육성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나 시스템 반도체 공장으로도 전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2공장이 현재 가동하고 있는 1공장과 같은 규모로 지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1공장과 비슷한 30조원 수준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2층으로 이뤄진 평택 1공장은 1층에서 3차원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고 2층에는 D램 반도체 라인 건설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평택 2공장 건설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 반도체 단지는 2014년 이건희 회장이 투병을 시작한 뒤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이 추진한 첫 대규모 투자였다. 당초 삼성전자는 평택 1공장 완공 및 가동 시점을 2018년 하반기로 계획하고 있었지만 이 부회장은 이를 1년 이상 앞당겼다. 이 결정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발판이 됐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평택 단지를 처음부터 최대 4개의 공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미 1공장을 지으면서 변전소와 폐수처리시설 등 부대시설은 4개 공장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구축해놓은 상태이다.

    "시장 파이 키우는 전략" 해석도

    삼성전자가 새 공장 건설로 반도체 생산량을 대폭 늘려 반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센터장은 "공급 확대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 스마트폰과 PC 제조업체들은 물론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렴해진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를 탑재하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수요를 확대하면서 계속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 증대는 최근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는 데도 효과적으로 평가된다. 푸젠진화, 칭화유니 등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량이 늘면 한국이나 일본 업체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 업체들은 시장에서 자리 잡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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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8/2018020800054.html#csidxb1ca21bb53e8613844138e9d6279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