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2018.02.09

"난 문꿀오소리… 단일팀 결정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최만섭 2018. 1. 19. 09:37

"난 문꿀오소리… 단일팀 결정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2030, 이유있는 분노] [上] 북한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 대학생들, 文정부 비판
"내가 뽑은 대통령에게 배신당해"
어제 靑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북 단일팀 반대' 1만명 서명

- 서울 12개大 총학에 물었더니
모두 "北환영행사 열 계획 없다"

2002년 9월 북한 응원단이 부산아시안게임 참석차 한국에 왔을 때 부산 지역 대학생 등 860명은 'one Corea'라고 쓰인 셔츠를 입거나 한반도기를 든 채 부산 다대포항으로 나가 환영했다. 전국 대학마다 '한민족 응원단'이 꾸려지고, 인터넷에는 '북한 미녀 응원단'을 띄우는 글이 올라왔다.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 때도 대학마다 통일 관련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이런 풍경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17일 평창올림픽 공동 입장, 북한 응원단 파견, 북한 마식령 스키장 공동 이용 등을 합의하자 2030세대에서 '환영' 대신 '비판' 목소리가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북한은 환호할 대상도 도와줄 을(乙)도 아니다"고 했다.

본지가 18일 서울 12개 주요 대학의 총학생회에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을 위해 환영 행사나 공동 응원 행사를 열 계획이 있느냐'고 물은 결과 12개 대학 모두 "아니다"고 답했다. 신재용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환영 성명을 내거나 행사를 열 계획이 없다" 고 말했다. 유상빈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올림픽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지만, 북한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이날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이화여대 5개 대학 게시판과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전날 남북 회담을 비판하는 글과 댓글이 3000건 이상 올라왔다. 서울대생들이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인 '스누라이프'에는 북한 마식령 스키장 공동 이용에 대한 비판 글이 올라왔다.

한 학생은 "김정은이 북한 사람들 굶어 죽는 와중에 스키 리조트 지었다고 비웃은 게 언제인데 거기서 공동 훈련? 솔직히 너무 비현실적인 발표라 저렇게 발표한 게 맞는지 몇 번 봤다"는 글을 올렸다. 연세대생들이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인 '세연넷'에는 "마식령 스키장은 인권 탄압의 상징 아님?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나 알고 올림픽에서 홍보해주는 거냐"는 얘기가 나왔다.

북한이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어린이를 포함한 주민까지 동원한 것을 들어 남북 합의 내용을 비판한 것이다. 국회의장실·S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9~10일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20대와 30대는 82%가 남북 단일팀 구성에 반대했다. 60대 이상의 반대 의견(67.1%)보다도 높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글도 많았다. 주로 대회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선수들을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합류시키기로 한 결정이 도마에 올랐다. 서강대생 인터넷 사이트인 '서담'에는 "국가가 개인의 노력으로 따낸 출전 기회를 박살 내며 (남북 단일팀을) 추진하는 게 무슨 대의(大義)냐" "북한이랑 단일팀을 왜 해? 연평도(포격)를 사과했느냐 천안함(폭침)을 사과했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대학생 최규민(26)씨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 '피해자가 배제된 합의'라 비판한 정부가 남북 단일팀 구성 때는 선수들 동의도 안 구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김중원(21)씨도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정부가 이 같은 독단적 선택을 한 것에 분노한다"며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에게 배신당했다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18일 하루 동안에만 1만명이 '남북 단일팀 반대 청원'에 서명했다.

전문가들은 천안함 폭침·북한 핵실험 등으로 젊은 층에 쌓여 있던 반북(反北) 정서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터졌
다고 했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공부와 취업으로 바빠 북한에 무관심했던 20·30대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독재국가라는 북한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며 반감을 표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경호(22)씨는 "북한은 더 이상 우리가 환호할 대상이 아니다. 올림픽 직전까지 핵으로 위협하던 '어제의 적'을 왜 정부가 환대하려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9/201801190031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