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계획 거창하게 세우면 실패하기 쉽고 자괴감만 들어
'10분씩 걷겠다'부터 시작해 성공 경험 쌓고 목표치 올려야
뇌(腦) 건강 관련 강좌를 할 때면 무엇을 먹어야 치매 예방이 되는지를 질문받는다. 정답은 '고만 먹고 운동해야 한다'이다. 젊은 뇌를 유지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보면 대부분 규칙적 운동파이다. 운동은 혈관, 심장은 물론 뇌를 위한 최고의 항노화 보약이다. 그런데 지난달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유산소운동 실천율(주 5회, 하루 30분 정도의 운동량을 실천한 사람의 분율)은 남자 52.5%, 여자 46.4%로 2년 전에 비해 10% 정도 줄어들었다. 근력 운동까지 함께 실천하는 성인은 남자 20%, 여자 10%에 그친다. 움직이지 않고 많이 먹다 남성 비만은 5명 중 2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고 여성 비만도 4명 중 1명 수준이다. 비만은 수많은 질환에 불을 지르는 기름이다.
'의사 말은 들어도 의사처럼 살면 안 된다'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건강 행동을 권하면서도 정작 의사 본인은 실천하지 않고 있음을 빗댄 말인데 머리로 이해한 건강 지식과 실제 실천하는 행동 사이에 장애물이 존재함을 이야기한다. 새해 계획에 '매일 수영을 하겠어' 같은 건강 행동 변화 관련 아이템은 단골 메뉴이다. 그러나 작심삼일(作心三日)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하나'하고 자괴감이 들어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는 분들도 있다.
작심삼일을 극복하고 새해 건강 계획을 성공시키려면 우선 건강 행동 실천을 쉽게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 운동하고 적당히 먹는 것이 어려운 것은 덜 움직이고 많이 먹는 행동에 더 쉽게 본능적 쾌감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현재는 운동 결핍과 과잉 에너지 섭취가 문제지만 과거 오랜 시간, 인류는 먹을 것이 부족했다. 먹거리를 찾기 위해 배고픔을 참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음식이 구해지면 가능한 한 많이 먹고 덜 움직여 에너지를 비축하는 쪽으로 본능이 발달했다. 세상은 변했는데 이 본능은 아직 과거처럼 작동하고 있으니 덜 먹고 더 운동하려고 하면 저항이 마음에서 발생한다. 의지만으로 이 저항을 이기는 것이 만만치 않다.
행동 변화에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자기효능감(自己效能感·self-efficacy)이 있다. 계획을 끝까지 완성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을 뜻하는데 이를 튼튼히 하는 데 '첫 성공 경험'이 중요하다. '새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하겠어'처럼 강한 계획이 성공적일 것 같지만 화끈한 계획이란 목표가 높아 오히려 실패를 경험하기 쉽다. '일주일에 단 하루 10분이라도 걷겠다' 같은 실패 확률이 거의 없는 계획으로 시작하여 성공 경험을 쌓아가면서 조금씩 목표치를 올려주는 것이 좋다. 성공 경험은 변화에 대한 동기를 강화해 더 높은 목표를 쉽게 실천하게끔 한다. 지속적인 칭찬도 동기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 몰래 운동 열심히 해 몸짱 만들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는 생각보단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내 새해 건강 계획을 소문내어 칭찬을 부탁하는 것이 더 좋다, 예를 들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하여 운동을 실천한 사진을 올리면 밀물처럼 '멋져요'란 메시지가 들어오도록 칭찬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운동이 숙제가 아닌 즐거움이어야 한다. 건강하기 위해서 운동을 하면 숙제가 된다. 운동 자체가 삶의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 내 몸의 움직임을 느끼며 자연과 내가 호흡하 는 활동은 상당한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삶의 구성 요소다. 그 활동을 즐기다 보니 마음의 긴장도 이완되고 몸의 움직임도 늘어나 자연스럽게 건강이 찾아오는 것이 맞는 순서이다. 걷기 운동을 즐겼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의 말이다. '무엇보다 걷고자 하는 열망을 잃지 않길 바란다. 날마다 나는 나 자신을 행복 속으로 바래다주고, 모든 아픔에서 걸어 나온다.'
그리고 운동이 숙제가 아닌 즐거움이어야 한다. 건강하기 위해서 운동을 하면 숙제가 된다. 운동 자체가 삶의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 내 몸의 움직임을 느끼며 자연과 내가 호흡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