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戊戌年, 개를 말하다
![문태준 시인](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801/01/2018010100080_0.jpg)
무술년(戊戌年)이 시작됐다. 올해는 60년 만에 맞는 '황금 개'의 해라고 한다. 십간(十干)의 하나인 무(戊)는 오행 사상에서 흙에 속한다. 흙이 황색이라 '황금 개'란 수식이 붙었다. 개는 붙임성이 좋고, 한번 맺은 관계에 헌신적이고, 흐린 데 없이 밝고 명랑한 동물이다. 쌓은 재물과 생명의 명맥을 지켜주고 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동물이다.
개만큼 사람과 오래 가까이 지내온, 사랑받아온 동물도 드물다. 소설가 김훈은 "몸뚱이로 부딪치고 뒹굴면서" 세상 공부하는 것이 '개의 공부'라고 썼다. "눈, 코, 귀, 입, 혀, 수염, 발바닥, 주둥이, 꼬리, 머리통을 쉴 새 없이 굴리고 돌려가면서 냄새 맡고 보고 듣고 노리고 물고 뜯고 씹고 핥고 빨고 헤치고 덮치고 쑤시고 뒹굴고 구르고 달리고 쫓고 쫓기고 엎어지고 일어나면서 이 세상을 몸으로 받아내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개의 공부'라고 썼다. 이 문장을 읽으면 개의 활달한 움직임이 눈앞에 절로 보이는 것만 같다. 실로 개는 구르는 원형의 바퀴처럼 동적이고, 활기와 생기로 충만한 동물인 것이다.
개는 아이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다. 아이의 눈앞에서 꼬리를 내내 흔들고, 배를 내놓고 드러눕고, 발걸음을 졸졸 따라간다. 아동문학가 윤석중의 작품 가운데 '삽살개'라는 동시를 좋아한다. "삽살개야 삽살개야 너는 너는/ 털외투를 입어서/ 겨울에도 춥지가 않겠구나/ 그 대신 도련님/ 여름이면 더워서 못 견디겠어요." 복슬복슬 삽살개와 아이가 주고받는 대화에 재치가 넘쳐난다.
개만큼 사람과 오래 가까이 지내온, 사랑받아온 동물도 드물다. 소설가 김훈은 "몸뚱이로 부딪치고 뒹굴면서" 세상 공부하는 것이 '개의 공부'라고 썼다. "눈, 코, 귀, 입, 혀, 수염, 발바닥, 주둥이, 꼬리, 머리통을 쉴 새 없이 굴리고 돌려가면서 냄새 맡고 보고 듣고 노리고 물고 뜯고 씹고 핥고 빨고 헤치고 덮치고 쑤시고 뒹굴고 구르고 달리고 쫓고 쫓기고 엎어지고 일어나면서 이 세상을 몸으로 받아내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개의 공부'라고 썼다. 이 문장을 읽으면 개의 활달한 움직임이 눈앞에 절로 보이는 것만 같다. 실로 개는 구르는 원형의 바퀴처럼 동적이고, 활기와 생기로 충만한 동물인 것이다.
개는 아이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다. 아이의 눈앞에서 꼬리를 내내 흔들고, 배를 내놓고 드러눕고, 발걸음을 졸졸 따라간다. 아동문학가 윤석중의 작품 가운데 '삽살개'라는 동시를 좋아한다. "삽살개야 삽살개야 너는 너는/ 털외투를 입어서/ 겨울에도 춥지가 않겠구나/ 그 대신 도련님/ 여름이면 더워서 못 견디겠어요." 복슬복슬 삽살개와 아이가 주고받는 대화에 재치가 넘쳐난다.
!['황금 개'의 해… 부딪치고 뒹굴며 새 시대 맞이하자](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801/01/2018010100080_1.jpg)
나는 시골에서 자라 개가 갓 태어나고, 덩치가 점점 커가는 걸 많이 봐왔다. 물론 그 시절의 개는 대개 마당귀나 대문간이나 들마루 아래 살았지만. 때때로 주인을 따라 산과 들을 가고, 목줄에서 풀려나 들판 너머 먼 곳까지 갔다 돌아오곤 했지만. 마치 화가 장욱진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평생 친구로서의 개처럼.
그러고 보니 장욱진의 그림에는 강아지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모자 쓰고 자전거 타고 황톳길 가는 주인의 뒤를 묵묵히 뒤따르고, 푸르고 높은 가로수 길을 가족과 황소와 함께 나란히 가고, 아이와 수탉과 놀며 낮의 한때를 행복하게 보내기도 한다. 그만큼 가족과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며 따뜻한 행렬을 이뤄 살아온 동물이 바로 개가 아닌가 싶다.
시인 백석의 시 '개'에는 궁벽한 산골 마을 겨울밤의 무섬증을 몰아내는 존재로 개가 등장한다. "접시 귀에 소 기름이나 소뿔등잔에 아즈까리 기름을 켜는 마을에서는// 겨울 밤 개 짖는 소리가 반가웁다.// 이 무서운 밤을 아래 웃방성 마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있어 개는 짖는다." 이 대목을 읽을 때 우리 집에서 함께 살던 개가 생각난다. 찬 겨울밤을 지키고, 흰 눈 소복히 쌓이는 새벽을 지키다 동이 트면 내 작고 차가운 발등 아래 반갑게 와 서던 그 개가 생각난다.
나도 개띠다. 새해에 살림을 어떻게 가꿀지 헤아려본다. 신의 두터운 개처럼 세연(世緣)을 소중히 여겨 살 일을 생각해본다. 그리워하던 사람을 만나게 된 때처럼 누군가 기쁘게 반겨 맞는 일을 생각해본다. 깜깜한 겨울밤의 공포를 향해 홀로 맞서 컹컹 짖는 개처럼 굳세어서 끄떡없기를 소 원해 본다. 젖 먹이는 어미 개처럼 품 안에서 어린 사랑 키울 것을 작정해본다. 종일 아이와 뒹구는 강아지처럼 천진하게 웃고 살 일을 마음먹어본다. "몸뚱이로 부딪치고 뒹굴면서" 살 것을 작정해본다. 무엇보다 "우리 똥개야, 똥개야!"라고 불리던 시절처럼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표정이 둥글둥글하고, 또 평범하게 무탈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러고 보니 장욱진의 그림에는 강아지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모자 쓰고 자전거 타고 황톳길 가는 주인의 뒤를 묵묵히 뒤따르고, 푸르고 높은 가로수 길을 가족과 황소와 함께 나란히 가고, 아이와 수탉과 놀며 낮의 한때를 행복하게 보내기도 한다. 그만큼 가족과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며 따뜻한 행렬을 이뤄 살아온 동물이 바로 개가 아닌가 싶다.
시인 백석의 시 '개'에는 궁벽한 산골 마을 겨울밤의 무섬증을 몰아내는 존재로 개가 등장한다. "접시 귀에 소 기름이나 소뿔등잔에 아즈까리 기름을 켜는 마을에서는// 겨울 밤 개 짖는 소리가 반가웁다.// 이 무서운 밤을 아래 웃방성 마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있어 개는 짖는다." 이 대목을 읽을 때 우리 집에서 함께 살던 개가 생각난다. 찬 겨울밤을 지키고, 흰 눈 소복히 쌓이는 새벽을 지키다 동이 트면 내 작고 차가운 발등 아래 반갑게 와 서던 그 개가 생각난다.
나도 개띠다. 새해에 살림을 어떻게 가꿀지 헤아려본다. 신의 두터운 개처럼 세연(世緣)을 소중히 여겨 살 일을 생각해본다. 그리워하던 사람을 만나게 된 때처럼 누군가 기쁘게 반겨 맞는 일을 생각해본다. 깜깜한 겨울밤의 공포를 향해 홀로 맞서 컹컹 짖는 개처럼 굳세어서 끄떡없기를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