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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최만섭 2018. 1. 9. 09:30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출처 : 네이버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 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이 시를 쓴 곽재구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시 사평역에서,의 원래 모델은 남광주역입니다
    시에 나타난 풍경들도 남광주역의 풍경이지요
    시를 다 쓰고 나서 제목을 붙이는데 남광주역이라고 붙일 경우 너무 사실적이어서 환기력이 약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적절한 역이름을 찾아야했는데 그때 찾은 이름이 사평이었습니다
    사평이라는 지명은 강이 있고 모래가 좋은 곳에 붙이는 지명인데 우리나라에 이 지명이 꽤 많이 있습니다
    평사리 또한 사평과 같은 내력을 지닌 지명이라 할 수 있지요
    가장 한국적인 냄새가 나면서도 시적인 여운이 있는 지명, 그러면서도 기차역이 없는 역명을 찾다보니 사평역이라는 이름을 찾게 되었지요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두루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곽재구 드림  (모셔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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