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인류 아이젠(iGen)] [중]
PC세대는 '아고라'서 정치 활동
아이젠은 소셜미디어 '대나무숲'서 기사 퍼나르고 댓글 달며 소통
기부 등 오프라인 활동에도 적극
◇소셜미디어로 활발한 정치·사회 발언
최훈민(22)씨는 7년 전 트위터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최씨는 학생 신문을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학교 측이 거절한 후 '교장 선생님이 학생 신문 만드는 것을 불허했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글이 순식간에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갔다. 언론과 국회의원들이 '혹시 학교에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고 생각하면 도움을 주겠다'고 연락해왔다. 그는 "당시 나도 놀랐다. 우리는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경험을 통해 아는 세대"라고 했다. 최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IT 기업을 창업해 지금은 노쇼 방지를 위한 예약·고객 관리 프로그램인 '테이블 매니저'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한 아이젠 이전 'PC 세대'도 온라인에서 청원 운동을 하며 정치·사회적 목소리를 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같은 커뮤니티가 그 예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긴 글'을 올리며 토론하고 논쟁했다. 아이젠은 스마트폰을 들고 언제, 어디서든 소셜미디어로 기사를 퍼 나르고 댓글을 단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활동에 나서는 아이젠도 있다. 천안함 배지를 만들어 페이스북을 통해 판매한 후 수익금을 기부한 고등학생도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불합리한 처지를 고발하는 '특성화고등학생 권리연합회'처럼 집단 목소리를 내는 단체도 소셜미디어에서 자신들의 제안을 홍보한다.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은 "아이젠은 광장에 모이는 대신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사회 이슈로 만들 수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안다"며 "질 나쁜 급식이 나오면 학교에 직접 항의하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려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다.
아이젠은 익명 활동에 익숙하다. 국내 주요 대학마다 있는'○○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에는 대학교수 비리를 고발하거나 학내 불만을 제기하는 글들이 종종 올라온다. 한번 글이 올라오면 비슷한 제보가 댓글로 달리고 언론 취재가 이어져 기사화된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예전이라면 대학이나 경찰에 고발할 사안도 대나무숲에 올리는 게 사건을 크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익명의 부작용도 만만찮다. 확실한 증거 없이 '마녀사냥' 식으로 누군가를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지방의 한 대학 '대나무숲(익명 페이스북)'에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이뤄진 성희롱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사건과 관련 없는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무분별한 정치·사회 이슈화의 부작용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치·사회 문제를 접한 아이젠은 투표에 적극적이다. 20대 초반 투표율은 국회의원 선거 기준 32.9%→45.4%→55.3%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아이젠의 정치적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들의 여론을 붙잡기 위해 기성 정치는 고민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과거엔 정치인들이 길거리에서 명함을 돌리고 우편함에 전단을 넣었다. 지금은 '페이스북 라이브'로 의정 활동을 알린다. 청와대는 지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때 일부 일정을 소셜미디어로 생중계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치·사회 참여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아이젠들은 인터넷에서 영향력이 있는 소수 사람의 의견에 쉽게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동아대 하승태 교수는 "아이젠 세대가 인터넷 공론장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해 주는 순기능이 있지만, 온라인 여론에 지나치게 휩쓸리고, 다른 사람을 무차별 공격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