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자는 땅다람쥐에게서 뇌졸중 극복할 신물질 발견
가을에 비축한 지방 써가며 대사율 낮추고 뼈 손상 막으려
동면 때 당뇨병 걸리는 곰 능력… 우주여행 활용 가능성도 모색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이불에서 나오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이럴 때면 추운 겨울에 아무 일 안 하고 잠을 실컷 자는 곰이 부럽다. 어디 동면(冬眠) 휴가를 주는 회사는 없을까. 과학자들도 최근 동물의 동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구가 지겨워져 잠이나 푹 잤으면 하고 바라는 게 아니다. 과학자들은 동물의 동면에서 질병 치료부터 우주여행에까지 활용할 신기술을 찾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신경 질환과 뇌졸중 연구소(NINDS)의 존 할렌벡 박사 연구진은 지난 16일 '미국 실험생물학회 연합(FASEB)' 저널에 "땅다람쥐가 동면할 때 뇌를 보호하는 과정을 모방해 허혈성 뇌졸중(중풍) 환자의 뇌를 회복시킬 치료 물질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허혈성 뇌졸중은 혈관에 피가 엉겨 붙어 잘 흐르지 않고, 뇌세포 생존에 필수적인 포도당과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생긴다. 가능한 한 빨리 피가 엉겨 붙은 혈전(血栓)을 제거하지 않으면 뇌세포 손상을 막을 수 없다.
땅다람쥐는 동면하는 동안 뇌로 흐르는 피가 크게 줄어들지만 뇌세포가 손상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땅다람쥐가 겨울잠을 잘 때 뇌세포에 '수모(SUMO)'라는 단백질이 전보다 훨씬 많이 달라붙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다른 조절 효소가 수모 단백질이 세포에 달라붙는 것을 막는다. 연구진은 화합물 4000여종 중에서 조절 효소의 수모 단백질 차단 기능을 막는 물질을 하나 찾아냈다. 동물세포에 이 물질을 주입하자 수모 단백질 결합이 늘면서 산소와 포도당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세포가 손상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 치매 역시 동면에서 치료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동면을 하면 동물의 뇌에서 신경세포들의 연결, 즉 시냅스가 크게 줄어든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리면 마찬가지로 시냅스가 줄어들어 기억력이 크게 손상된다. 반면 동물은 동면에서 깨어나면 시냅스 연결이 크게 늘어 예전 상태를 회복한다. 말하자면 소프트웨어로 전날 저장한 컴퓨터 메모리를 다시 저장하는 것과 같다.
곰은 동면에 들면서 생존을 위해 일부러 병에 걸리기도 한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와 제약사 암젠 공동 연구진은 지난 2014년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회색곰이 동면하는 동안 인슐린을 활용하지 못해 일종의 당뇨병에 걸린 상태가 된다"고 발표했다. 인슐린은 세포가 혈액에서 당분을 흡수하도록 유도한다. 성인이 주로 걸리는 2형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나와도 세포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아 생긴다.
회색곰도 성인 당뇨 환자처럼 동면 중 인슐린을 이용하지 못한다. 세포가 혈액에서 당분을 흡수하지 못하면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 결국 곰은 겨울잠을 자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비축한 지방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일부러 당뇨병에 걸리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동면에서 깨어난 곰이 다시 인슐린을 쓰는 과정을 모방하면 획기적인 당뇨병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우주여행도 동면 메커니즘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 공간에서 생활하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간다. 구소련의 미르 우주정거장에 체류한 우주인들은 한 달 평균 1~2%씩 뼈 무게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병에 걸려 오랫동안 누워 지낸 환자도 마찬가지다. 신체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으면 뼈 밀도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우주인들은 뼈 손실을 막기 위해 매일 몸을 고무줄로 묶어 잡아당기는 힘을 준 상태에서 달리기를 한다.
2015년 미국 오거스타대학 연구진은 흑곰에게서 우주인의 고민을 해결할 단서를 찾았다. 연구진은 흑곰 13마리에게서 동면 전후로 피를 뽑아 분석했다. 그 결과 동면 중 뼛속 미네랄이 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단백질이 동면 전보다 15배나 많이 나왔다. 반대로 새로 뼈를 만들게 하는 세포는 동면 전 2%에서 0.15%로 줄었다. 결국 흑곰은 동면 중에 에너지가 많이 드는 뼈 합성보다는 뼈 손실을 막는 쪽을 선택해 뼈 강도를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흑곰을 모방하면 우주에서 뼈 손실을 막는 약을 개발할 수 있다.
SF(공상과학) 영화를 보면 태양계 너머로 여행할 때 우주인들이 동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장거리 우주여행 동안 인체가 손상되거나 노화하지 않도록 아예 겨울잠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기 이식이나 심장 수술 과정에서 체온을 낮춰 가사(假死) 상태에 빠지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치료용 저체온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화성 탐사가 일상화되면 지구에서 잠들었다가 화성에서 눈뜰 수 있을지 모른다. 그사이 당뇨와 뇌졸중 치료는 덤으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회색곰도 성인 당뇨 환자처럼 동면 중 인슐린을 이용하지 못한다. 세포가 혈액에서 당분을 흡수하지 못하면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 결국 곰은 겨울잠을 자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비축한 지방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일부러 당뇨병에 걸리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동면에서 깨어난 곰이 다시 인슐린을 쓰는 과정을 모방하면 획기적인 당뇨병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우주여행도 동면 메커니즘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 공간에서 생활하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간다. 구소련의 미르 우주정거장에 체류한 우주인들은 한 달 평균 1~2%씩 뼈 무게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병에 걸려 오랫동안 누워 지낸 환자도 마찬가지다. 신체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으면 뼈 밀도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우주인들은 뼈 손실을 막기 위해 매일 몸을 고무줄로 묶어 잡아당기는 힘을 준 상태에서 달리기를 한다.
2015년 미국 오거스타대학 연구진은 흑곰에게서 우주인의 고민을 해결할 단서를 찾았다. 연구진은 흑곰 13마리에게서 동면 전후로 피를 뽑아 분석했다. 그 결과 동면 중 뼛속 미네랄이 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단백질이 동면 전보다 15배나 많이 나왔다. 반대로 새로 뼈를 만들게 하는 세포는 동면 전 2%에서 0.15%로 줄었다. 결국 흑곰은 동면 중에 에너지가 많이 드는 뼈 합성보다는 뼈 손실을 막는 쪽을 선택해 뼈 강도를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흑곰을 모방하면 우주에서 뼈 손실을 막는 약을 개발할 수 있다.
SF(공상과학) 영화를 보면 태양계 너머로 여행할 때 우주인들이 동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장거리 우주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