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07 03:02
이중섭 미술賞 황인기 수상기념전… '레고 산수화' 등 대표작 14점 선봬
"영예에 걸맞은 전시 되길 소망" 오는 9일 조선일보미술관서 개막
"전시를 한다는 게 꼭 아기 낳는 여인 같지요. 아들 낳고 싶다고 아들 낳는 게 아니고 딸 낳고 싶다고 딸 낳는 게 아니듯, 전시도 내가 계획한 대로 나오질 않아요. 이제 낳고 보면 딸인지 아들인지 알게 되겠지요, 하하!"
9일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제29회 이중섭 미술상 수상 기념전'을 앞둔 황인기(66) 화백은 홀가분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을 서울로 보내려 막 포장을 끝낸 뒤 차 한 잔 마시는 중이었다. 지난 3월 이중섭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충북 옥천 석탄리 작업실에서 여름내 구슬땀 흘려 완성한 신작(新作)들이다.
거의 3년 만에 여는 전시엔 신작 6점을 포함해 14점이 걸린다. 수십만 개 레고 조각과 못, 크리스털을 일일이 박아 전통 산수화에 파격적 경의를 표한 '디지털산수'가 황인기의 트레이드 마크이지만, 이번 전시는 산수에 국한하지 않는다.
9일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제29회 이중섭 미술상 수상 기념전'을 앞둔 황인기(66) 화백은 홀가분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을 서울로 보내려 막 포장을 끝낸 뒤 차 한 잔 마시는 중이었다. 지난 3월 이중섭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충북 옥천 석탄리 작업실에서 여름내 구슬땀 흘려 완성한 신작(新作)들이다.
거의 3년 만에 여는 전시엔 신작 6점을 포함해 14점이 걸린다. 수십만 개 레고 조각과 못, 크리스털을 일일이 박아 전통 산수화에 파격적 경의를 표한 '디지털산수'가 황인기의 트레이드 마크이지만, 이번 전시는 산수에 국한하지 않는다.
14m 폭의 평면 회화 대작이 대표적이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캔버스를 향해 여러 색깔 물감 주머니들을 던져 터뜨린 뒤 그 위에 금강경을 써 내려간 '아방가르드'한 작품이다. "선(禪) 수행 등 불교에 관심은 늘 있었는데 아는 건 전혀 없었죠. 누군가 불경(佛經)을 써 보면 공부가 된다기에 작품 삼아 해봤는데 아직도 모르겠어요. 선문답하듯 갈수록 아리송해지기만 하고." 화면 속 작은 종들이 매달린 풍경은 무엇을 뜻하느냐 묻자 "누구는 탑이라 하고 누구는 작은 불상이냐 묻던데 정작 나는 아이들 먹는 네모난 치즈 조각 껍질을 그린 것"이라며 크게 웃었다. "똑같은 사람을 보고도 어떤 이는 불같은 사람이라 하고 어떤 이는 너절한 사람이라고 하듯 인생과 예술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이니까요."
보도 사진, 광고 사진을 재료 삼아 팝아트로 비튼 작품도 나온다. 2009년작 '옛날옛적 헐리우드'의 주인공은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 당시 전 세계인의 선망을 받던 커플의 모습을 돈황 벽화에 빗대 석회를 바탕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 순간 아무리 빛나고 화려해도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소멸한다는 뜻으로 구상한 작품이죠. 이번 전시에 걸려고 보니 그사이 두 사람이 헤어졌다고 하더군요." 시간의 흐름과 소멸을 화폭에 구현하려 콩을 쑤어 물감으로 사용하는 식으로 영구 보존이 불가능한 작품을 만들기도 했던 그는 시커멓게 곰팡이가 슨 작품을 선보이는 파격도 가한다. "플레이보이지에 나온 누드모델을 가지고 한 작업이에요. 창고에서 꺼내 보니 세월의 흔적 잔뜩 밴 느낌이 기묘해서 걸어볼까 합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물론 '레고산수화'다. 겸재 정선이 남긴 '금강전도'를 붉은색·검은색의 플라스틱 조각 수십만 개로 재현한 높이 3m 대작(大作)을 비롯해 크리스털로 점점이 구현한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대표작. 전통과 현대, 동양 과 서양, 자연과 인공을 끊임없이 접목시키며 '서양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 했던 황인기의 결벽과 외골수 기질을 여실히 보여주는 걸작이다. "이 산중에 때아닌 장미가 피었더군요. 전시가 잘 되려는 징조일까요?(웃음) 이중섭 미술상이라는 영예에 걸맞은 전시가 되기를 소망할 뿐입니다." 전시는 이달 19일까지, 관람료는 무료. (02)724-6322, 6328
보도 사진, 광고 사진을 재료 삼아 팝아트로 비튼 작품도 나온다. 2009년작 '옛날옛적 헐리우드'의 주인공은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 당시 전 세계인의 선망을 받던 커플의 모습을 돈황 벽화에 빗대 석회를 바탕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 순간 아무리 빛나고 화려해도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소멸한다는 뜻으로 구상한 작품이죠. 이번 전시에 걸려고 보니 그사이 두 사람이 헤어졌다고 하더군요." 시간의 흐름과 소멸을 화폭에 구현하려 콩을 쑤어 물감으로 사용하는 식으로 영구 보존이 불가능한 작품을 만들기도 했던 그는 시커멓게 곰팡이가 슨 작품을 선보이는 파격도 가한다. "플레이보이지에 나온 누드모델을 가지고 한 작업이에요. 창고에서 꺼내 보니 세월의 흔적 잔뜩 밴 느낌이 기묘해서 걸어볼까 합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물론 '레고산수화'다. 겸재 정선이 남긴 '금강전도'를 붉은색·검은색의 플라스틱 조각 수십만 개로 재현한 높이 3m 대작(大作)을 비롯해 크리스털로 점점이 구현한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대표작. 전통과 현대, 동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