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데스크에서] 회사야 망하든 말든…

최만섭 2017. 9. 1. 08:52

[데스크에서] 회사야 망하든 말든…

입력 : 2017.09.01 03:14

김기홍 사회정책부 차장
김기홍 사회정책부 차장

"경영이 어렵다면 (대우조선해양처럼)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면 되지, 왜 구조조정을 추진하려고 하는가?"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5일 발행한 쟁위대책위 소식지에 이 같은 취지로 회사의 구조조정 추진 방침을 강력히 비판했다. 사측이 최근 '일감 부족으로 연내에 유휴 인력 5000여 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조에 교육·휴직·휴무 등 고통 분담을 요청하자, "회사 방침은 파렴치한 작태"라며 반발한 것이다.

조선업계는 지난해까지 계속된 극심한 수주 가뭄으로, 현재 모든 업체가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조선업 활황이던 2007년 148척을 수주했지만, 지난해엔 수주 실적이 24척에 그쳤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강경 투쟁 방침을 거두지 않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전면 파업 8회를 포함해 파업을 70여 회 벌였고, 1일에도 4시간 부분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은 국민 혈세 투입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면서 "노조의 행태는 정부 지원을 받아서라도 자기 밥그릇을 챙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일부 대기업 노조가 극도의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는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회사가 절체절명의 경영 위기 상황에 부닥쳐도, 노조는 고통 분담에 동참하기는커녕 오히려 임금 인상 등 무리한 요구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2016년 7월20일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와 현대중공업 노조, 플랜트 건설 울산지부, 금속노조 울산지부 등 노동자 1만여명이 집회를 갖고 있다. /조선일보 DB
현대자동차는 최근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지난 29일 임단협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기본급 동결 대신 호봉 승급분(월 4만7879원)만큼만 올리자는 사측 제시안이 성에 차지 않는다며 협상을 깨버렸다. 현대차는 올해 파업 등으로 대수로는 3000여 대, 금액으로는 8000억원 생산 차질을 빚었다.

한국GM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투쟁 방침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누적 적자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GM 본사가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오는 10월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회사가 자칫하면 없어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노조는 여전히 임금을 대폭 올려달라는 요구만 하고 있다.

'우리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대기업 노조 때문에 대기업·중소기업 근
로자 간 임금과 처우의 양극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기업 노조가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임금을 받는 '모순'을 유지하기 위해 파업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기업 노조에 고통 분담을 요구할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하다못해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를 혁파할 방안을 고민하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31/201708310352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