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25 03:02
[테이트 명작전 - NUDE] [3] 인간 본질 파헤친 '문제적 누드'
당대 '생존하는 가장 위대한 사실주의 화가'로 불렸던 루치안 프로이트(1922 ~2011) 누드는 대표적이다. '베네피츠 슈퍼바이저 슬리핑'은 거구의 여성이 소파에 누워 잠든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200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생존 작가 최고 경매가인 353억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테이트 명작전'에선 그의 또 다른 걸작 '헝겊 뭉치 옆에 선 여인'을 볼 수 있다. 대리석 피부를 지닌 고전주의 누드와는 딴판으로 늘어진 군살, 얼룩덜룩한 피부의 여인을 거칠고 두툼한 질감으로 표현했다. 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손자이기도 한 그는 "육체를 통해 삶의 진실이 드러난다"고 믿었다.
트레이시 에민(54)의 사진 '너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날 버리고 떠나지 마였다'에는 초라한 알몸의 처녀가 등장한다. 헛간 구석에 등 돌려 앉은 여자는 작가 자신이다. 어린 시절 성적 학대, 우울증, 자살 시도로 이어진 트라우마를 예술로 치유해온 에민의 작품들은 섬뜩하면서도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묘한 힘을 지녔다.
폴 델보(1897~1994)의 '잠자는 비너스'는 시대의 공포를 느끼게 하는 누드다. 관능적 자태로 누워 있는 비너스 앞에 해골이 서 있다. 2차 대전 나치에 맞선 벨기에의 음울한 상황을 극적으로 드러낸 작품. 그뤼베(1912~1948)의 '욥' 역시 나치 점령하의 프랑스를 깡마른 사내의 몰골로 은유한 사실주의 작품이다. 쭈글쭈글 늙어가는 남자의 몸을 클로즈업해 촬영한 코플란스(1920~2003)의 '자화상'도 인상깊다. 몸에 기록된 삶의 기억을 되짚어가는 초로의 남성, 그 쓸쓸함이 느껴져 가슴 뭉클하다. 피카소가 87세에 그린 '목걸이를 한 여성 누드'와 성적(性的) 관음증을 묘사한 판화도 놓쳐선 안 된다. 죽음이 다가옴을 의식한 거장의 성(性)에 대한 집착과 그 절망감을 목격할 수 있는 진귀한 작품이다.
테이트 명작전이 열리는 소마미술관은 오는 28일부터 10월 30일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122점 명작들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월요 포토데이'와 입장료 할인 이벤트를 실시한다.
영국 국립미술관 테이트 명작전-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