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의만 옳다’ 독선 대신 ‘공동의 정의’ 이끌어내야
뒷감당 힘든 최저임금 인상 등
도덕적 당위 앞세워 밀어붙이면 정의로운 사회 앞당길 수 있나
정의과잉 시대의 전철역 안내판 ‘승차는 정의롭게, 여행은 자유롭게
![](http://dimg.donga.com/wps/NEWS/IMAGE/2017/07/19/85419550.1.jpg)
그 굽힐 수 없던 확신에 변화가 생긴 것은 한참 뒤였다. 가난하고 몸 약한 자신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아무 대가 바라지 않고 도와준 사람들 덕분에 얻은 깨침이었다. ‘예수는 정의가 아닌 사랑을 베풀기 위해 오셨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데 8년이 걸렸다’고 회고하는 그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다. 이 97세 철학자는 최근 정의의 본질에 관해 이런 글을 썼다. 수학과 달리 사회과학은 하나의 물음에 다양한 해답이 나올 수밖에 없고 정의 역시 그렇다는 것. 오늘 우리가 정의로 생각하는 것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조언이다.
원로의 말씀을 새삼 떠올리는 것은 또 하나의 폭염처럼 쇄도하는 ‘정의의 폭주’ 때문이다. 미2사단 100주년 콘서트 파행,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우표 발행 취소,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등. ‘정의’란 단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한국인의 오래된 본능을 교묘하게 자극하는 사안을 정권과 시민운동권이 동시다발적으로 터뜨리고 있다.
치밀하게 전개되는 이 시리즈의 공통점은 ‘내 식대로 정의’를 밀어붙이는 열기다. 예전에 출판시장에서 정의 열풍이 불붙더니, 요즘 다시 대한민국의 화두처럼 떠올랐다. 저마다의 정의를 내세우며 국가공동체의 대의를 뿌리째 뽑아 올리는 형국이다.
예정된 공연에서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만든 것도 자칭 정의 실현이 빌미였다. ‘2002년 효순 미선 양 사고를 일으킨 부대’라는 조직적 반발은 “6·25전쟁 때 미 본토에서 출병한 첫 번째 부대”라는 상식에 한판승을 기록한다. 박정희 우표 논란도 비슷했다. ‘국가를 위해 큰 업적을 남긴 점은 역사적 사실’이란 일반적 평가는 ‘독재자 미화’란 한마디에 간단히 꺾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