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신생아 4만명 줄면, 초교 200개 사라진다

최만섭 2017. 6. 8. 05:32

신생아 4만명 줄면, 초교 200개 사라진다

입력 : 2017.06.08 03:11

[이토록 심각했나… 인구절벽의 현장] [2] 올해 첫 30만명대로 추락 위기

- 삼신할미도 못막는 3대 악재
가임여성·혼인건수 모두 감소, 여성 혼인 평균연령 30세 돌파
산모 4명 중 1명, 35세 넘는 고령… 분만실보다 고위험 병실이 북적

35세 이상 고령 산모 급증 그래프

지난 2일 서울 필동의 제일병원 분만실. 이날 아침 9시부터 12시간 동안 이 병원에선 자연분만 3건, 고령 임신·조기 진통에 따른 제왕절개가 6건 이뤄졌다. 산모 9명 중 20대는 딱 한 명. 나머지는 모두 30대였다. 38세 초산도 있었다. 김문영 산부인과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한 달 800건 넘던 분만 건수가 요즘엔 350건 정도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올해 신생아 30만명대 시대가 분만 현장에서 먼저 감지되고 있다. 신생아가 35만~36만명 수준으로 줄어 작년(40만6300명)보다 약 4만명 감소할 경우 신입생이 200명인 초등학교 200곳이 단번에 사라지게 된다.

치명타는 가임 여성·결혼 감소

올해 신생아의 급감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3대 요인을 꼽는다. 우선 가임 여성(20~39세)이 2006년 799만명에서 작년 685만명으로 10년 새 113만명이나 줄었다. 특히 30대 초반 여성(30~34세)의 감소 폭이 가장 크다. 2013년 197만명에서 작년 175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혼인 건수도 매년 떨어져 최근 5년 새 4만8000건 줄었다. 가임 여성과 혼인 건수 감소가 신생아 축소로 이어진 것이다. 혼인 연령도 매년 늦어져 고령 임신이 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 평균 혼인 연령이 30세를 넘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결혼 기반을 마련하지 못해 2030세대 결혼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미혼 대국'이라는 일본을 추월할 정도가 됐다.


현재의 인구구조 변화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실히 보여준다. 100만명이 태어난 1970년생이 부모가 된 2000년엔 63만명이 태어났다. 하지만 2017년생 35만~36만명이 부모가 되는 2047년이면 신생아 수가 20만명 정도로 예상된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980~1990년대는 산아 제한으로 아기가 줄었어도 가계소득이 늘어나 인구 보너스(bonus) 시기였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아기가 더 적어진 반면 고령화로 부양할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인구 오너스(onus·부담) 시대로 급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과 고령 임신 맞물린 구조

제일병원에서 산모들이 많이 몰린 곳은 분만실이 아닌 그 옆 고위험 임신 집중 관리실이었다. '임신 18주 자궁 경부 무력증' '임신 26주 임신중독증' '임신 28주 쌍둥이' 등 입원 상황판에는 7명 고위험 임신부 이름이 올려져 있었다. 태아 상태 모니터링 장치를 달고 임신부가 절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든 이곳 병상은 6개밖에 안 돼 한 명은 집중 관리실 밖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다. 병원 측은 "임신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큰 35세 이상 고령 산모가 2006년 전체 산모의 19.3%에서 지난해엔 46.4%나 됐다"고 말했다. 저출산과 고령 출산이 맞물린 위기 상황이 국내 대표적인 산부인과 병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채워지지 않는 아기들의 빈자리 - 7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신생아실. 초록색 카트가 소독을 마친 상태로 커버를 씌워 놓은 빈 카트다. 이 신생아실에는 49개의 신생아 카트가 있는데 이날 현재 신생아 수는 16명이었다. 카트의 3분의 1에만 아기들이 있는 것이다.
채워지지 않는 아기들의 빈자리 - 7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신생아실. 초록색 카트가 소독을 마친 상태로 커버를 씌워 놓은 빈 카트다. 이 신생아실에는 49개의 신생아 카트가 있는데 이날 현재 신생아 수는 16명이었다. 카트의 3분의 1에만 아기들이 있는 것이다. /이태경 기자

'젊은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험관으로 쌍둥이 임신 18주 차인 허모(39)씨는 '자궁 경부 무력증'으로 양막이 파열돼 쌍둥이 중 한 명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허씨는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 후 10년간 임신을 미루다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를 두 번 시도한 끝에 임신했다"면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8/201706080028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