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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인데… 이제 물 어디서 끌어오나"

최만섭 2017. 5. 26. 06:32

"가뭄인데… 이제 물 어디서 끌어오나"

입력 : 2017.05.26 03:15

[水門 개방 앞둔 공주보 가보니]

"공주보 수위 25㎝ 내려가면 일부 양수장 스톱"… 속타는 農心

금강 물 끌어다쓰던 농민 "공주보 개방은 농사 짓지 말라는 얘기"
보와 거리 먼 곳이 큰 문제… 가뭄 계속땐 공업용수 공급도 차질

水門개방에 농업·공업용수 비상
달성보 수위 1.5m 이상 낮아지면 일부 농업 양수장 가동에 지장
"가뭄 피해 발생 않도록 관리를"

- 지자체 수변개발계획도 차질
72인승 유람선 운영하는 달성군 "물높이 1.5m 이하땐 접안 못해"
조정경기장·황포돛배나루터 등 줄줄이 개발한 레저시설도 타격

25일 오전 충남 공주시 우성면 공주보(洑) 일대에서 만난 농민들은 시름이 가득했다. 공주보는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수문을 열라고 지시한 곳 중 하나다.

세종시 금남면 원봉리 농민 이모(81)씨는 "최근 4~5년간 가뭄이 계속돼 그나마 금강물을 끌어다 써서 버티고 있다"면서 "공주보 개방은 농사를 짓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곳 원봉리와 옆 마을 영곡리 농민들은 원봉양수장에서 퍼올린 공주보 물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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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이 공주보에서 끌어올린 금강 물" - 25일 오후 세종시 금남면 원봉리에서 한 농부가 금강 공주보 상류에서 끌어올린 물을 논에 대고 있다. 지난 22일 청와대는 녹조 우려가 있는 6개 보를 6월부터 상시 개방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원래 금강물을 끌어다 농사를 지었던 농민들은“보가 열려 양수장(揚水場) 수위가 낮아지면 더 이상 물을 끌어다 쓸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신현종 기자
물을 끌어들이는 양수장 취수구는 8.5m 높이로 설치돼 있다. 현재 공주보 수위는 8.75m, 불과 25㎝ 차이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위가 25㎝ 더 낮아져서) 양수장 취수구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 공기만 빨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공주보 물을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장기1·소학양수장은 그나마 취수 가능 높이가 각각 7.5m, 6.8m로 여유 있는 편이다. 그러나 공주시 소학동에서 농사를 짓는 최모(여·63)씨는 "가뭄 와중에 농민들이 잘 쓰고 있는 금강물을 흘려 보내겠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농민들에게 물 부족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별 평년 대비 강수량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161.1㎜다. 평년 대비 57.2% 밖에 안 되는 비가 내린 것이다. 현재와 같은 관측 시스템을 갖춘 1973년 이후 둘째로 심각한 가뭄이다. 가뭄에 속이 타는 농민들은 보(洑) 수문 개방 방침까지 나오자 '물 부족 공포'를 실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남도는 지금 같은 가뭄이 다음 달까지 이어질 경우 '공업용수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산임해산업지역(이하 대산단지)에 하루 16만 9500㎥ 공업용수를 공급해 온 대호호(湖) 저수율이 25일 현재 33.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낙동강 고령보·달성보·창녕보·함안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등 여섯 보를 다음 달 1일부터 즉시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보로 가둬둔 물을 흐르게 해 '녹조 라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화된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렇게 가둬둔 물은 상당수 지역에서 농업·공업용수로 활용되고 있다. 보의 수문 개방으로 '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보 수문 개방 소식에 인근 농민들 우려

대구 달성보 주변에서 만난 농민들도 농업용수 공급 차질을 걱정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고령달성지사는 달성보가 개방돼 수위가 1.5m만 낮아져도 일부 양수장 가동에 지장이 생길 수 있고, 수위가 7m 정도 내려가면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용 양수장 5곳 가동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달성군은 "달성보의 전면 개방으로 양수장 가동이 중단되면 1367㏊의 농토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달성군 구지면 대항2리 김상태(66) 이장은 "4대강 사업 이후 가뭄 걱정 없이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녹조를 없애기 위해 보를 개방한다니 어이가 없다"면서 "보를 개방할 경우 농업용수 취수가 어려워져 농촌 주민 생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앞다퉈 개발한 수상 시설도 위기


전국 주요 저수지 저수율
대구 달성군과 경북 구미·상주시 등 낙동강 유역 대구·경북 지역 지자체들은 4대강 사업 이후 강변 관광지와 수변 레포츠 시설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왔다. 보를 상시 개방하면 이 시설들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당장 달성군에 비상이 걸렸다. 달성군에는 강정 고령보와 달성보 등 두 보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3년 11월 달성보 상류 사문진 나루터 화원유원지 일대에 조선 보부상 분위기를 살린 주막촌을 복원하고 72인승 유람선과 26인승 쾌속선을 낙동강에 띄워 운영해 왔다. 나루터를 끼고 있는 사문진 역사공원에는 지난 한 해에만 123만여 명이 방문했다.

25일 오후 찾아간 사문진 나루터에서는 72인승 유람선이 손님 70여 명을 태우고 막 출발하고 있었다. 공원은 내달 상시 개방 대상인 낙동강의 강정고령보와 달성보 중간에 있다. 사문진 나루터 일대 수위가 1.5m 이하로 낮아진다면 유람선 접안이 어려워 유람선을 운항할 수 없게 된다. 이곳에서 만난 김춘의(51)씨는 "사문진 나루터는 매년 피아노 100대를 동시에 연주하는 행사가 장관인데 운항이 중단된다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덕제(68)씨도 "굳이 녹조 때문이라면 다른 방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달성군 측은 "오는 8월에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하버드 등 세계 유수 대학들이 참여하는 세계 명문 대학 초청 조정 경기 대회가 열릴 예정인데 수량 부족으로 대회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충남 금강 공주보(洑).
하늘에서 내려다본 충남 금강 공주보(洑). 청와대는 금강 공주보를 비롯, 녹조 발생 우려가 높은 6개 보를 6월부터 상시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신현종 기자
전라남도 영산강에는 승촌보와 죽산보가 있다. 이 중 죽산보의 수문이 열리는데 이 때문에 전남 나주시 황포돛배 운항에 차질이 우려된다. 죽산보에서 상류로 하천 거리 기준 9.5㎞ 떨어진 나주 영산포 선착장(영산강 황포돛배 나루터)에서 시가 직영하는 황포돛배는 모두 다섯 척이다. 97t급 왕건호(96인승), 48t급 영산강호(83인승) , 24t급 나주호(49인승), 3.3t급 빛가람 1·2호(각 12인승)이다. 내달 1일부터 죽산보 수문을 상시 개방할 경우 중량이 무거운 왕건호와 영산강호는 낮은 수심 때문에 출항이 어려울 수 있다. 나주시 관광문화과는 "최고 평균 2m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렇게 되면 나주호와 빛가람호 등 소형 유람선 세 척만 운항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26/20170526002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