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5.08 03:04
![신동흔 산업2부 차장](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705/07/2017050701701_0.jpg)
SBS는 지난 3일 아침 뉴스 프로그램 '모닝와이드'에서 새벽부터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전날 밤 저녁 8시 메인 뉴스에서 세월호 인양 시기가 늦어진 배경에 문재인 대통령 후보자 측과 해양수산부 사이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한 지 10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기사는 이미 인터넷에서 원본이 삭제된 뒤였다. 저녁에는 8시 뉴스 진행자인 김성준 보도본부장이 나서서 5분30초 동안 보도 경위까지 해명했다. 일반 뉴스 3꼭지 이상을 내보낼 수 있는 시간을 사과 방송에 할애한 것이었다. 4일에는 박정훈 사장이 사내 담화문 형식을 통해 한 차례 더 사과했다. 이번 일로 SBS가 얼마나 다급했는지 보여준다.
SBS 보도가 논란을 일으킨 것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극히 이례적이다. SBS는 지난 3월 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국가정보원이 헌법재판소를 사찰했다는 주장을 단독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보도는 관련자 육성이나 진술, 근거가 될 만한 문서 하나 없는 내용이었다. 국정원은 물론 헌재까지도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발했지만, 사과나 뉴스 삭제 같은 후속 조치는 없었다.
이번 일로 방송가에선 "유력 대선 후보 진영의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SBS가 역대 정권에서 보여온 모습도 다시 회자된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이남기 전 SBS 미디어홀딩스 사장이 현직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직행했고, 작년 10월 청와대 참모진 개편으로 물러난 김성우 홍보수석도 SBS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하금렬 대통령실 실장, 최금락 홍보수석도 SBS 출신이었다. 방송·통신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송도균 초대 부위원장과 3기 방통위 허원제 상임위원도 SBS에서 요직을 거쳤다. 방송·통신 업계에 민감한 현안이 생길 때마다 "SBS 출신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더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돌았다.
이는 SBS가 노무현 정부 시절 겪은 호된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SBS는 2004년 방송 재허가 심사에서 의결이 세 차례나 보류되면서 허가 취소 직전까지 갔었다. 1990년 방송을 시작한 후 처음 맞는 위기였다. 당시 SBS는 300억원의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조건으로 간신히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공적 지배 구조인 KBS나 MBC와 달리 재허가에 회사의 명줄이 달렸음을 절감한 사건이었다.
SBS는 차기 정부에서도 재허가 절차가 예고돼 있다. 3~5년마다 반복되는 방송 재허가가 방송사의 목 을 죄고 있는 것도 맞다. 그러나 지금 SBS가 보여주는 모습이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차기 정권의 의중을 살펴 지레 몸을 사리는 것은 아니기 바란다. SBS가 해명 방송에서 밝힌 보도 준칙에 나와 있는 대로 권력과 자본의 부당한 외압으로부터 독립하기를 바란다. 차제에 방송사들에 재갈을 물리는 후진적인 방송 재허가 방식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SBS 보도가 논란을 일으킨 것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극히 이례적이다. SBS는 지난 3월 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국가정보원이 헌법재판소를 사찰했다는 주장을 단독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보도는 관련자 육성이나 진술, 근거가 될 만한 문서 하나 없는 내용이었다. 국정원은 물론 헌재까지도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발했지만, 사과나 뉴스 삭제 같은 후속 조치는 없었다.
이번 일로 방송가에선 "유력 대선 후보 진영의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SBS가 역대 정권에서 보여온 모습도 다시 회자된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이남기 전 SBS 미디어홀딩스 사장이 현직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직행했고, 작년 10월 청와대 참모진 개편으로 물러난 김성우 홍보수석도 SBS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하금렬 대통령실 실장, 최금락 홍보수석도 SBS 출신이었다. 방송·통신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송도균 초대 부위원장과 3기 방통위 허원제 상임위원도 SBS에서 요직을 거쳤다. 방송·통신 업계에 민감한 현안이 생길 때마다 "SBS 출신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더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돌았다.
이는 SBS가 노무현 정부 시절 겪은 호된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SBS는 2004년 방송 재허가 심사에서 의결이 세 차례나 보류되면서 허가 취소 직전까지 갔었다. 1990년 방송을 시작한 후 처음 맞는 위기였다. 당시 SBS는 300억원의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조건으로 간신히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공적 지배 구조인 KBS나 MBC와 달리 재허가에 회사의 명줄이 달렸음을 절감한 사건이었다.
SBS는 차기 정부에서도 재허가 절차가 예고돼 있다. 3~5년마다 반복되는 방송 재허가가 방송사의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