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교회+복지시설+문화센터?… 소외이웃 긴급 구호·배움터 운영

최만섭 2017. 4. 13. 08:54

교회+복지시설+문화센터?… 소외이웃 긴급 구호·배움터 운영

입력 : 2017.04.13 03:03

거룩한 빛 광성교회·해피월드재단

경기 일산 거룩한 빛 광성교회(정성진 담임목사)에 들어서면 '여기가 교회인가, 사회복지시설인가?' 갸우뚱하게 된다. 교회 1층 카페 '올리브'. 커피를 주문하면 청각장애인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 준다. 지하 1층에 내려가면 아름머리방(미용실)이 성업 중이다. 10평 남짓한 이 공간에선 경력 10년이 넘은 자원봉사 미용사들이 '손님'들의 머리를 만져준다.

매주 화·수·일요일 문을 여는 이 미용실 단골 중에 정성진 담임목사를 비롯한 교역자도 많다. 비용은 일반 미용실보다 저렴하다. 수익금은 모두 선교헌금으로 사용한다. 주일엔 새터민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데 새터민은 커트와 파마, 염색까지 무료다. 교회 마당 입구엔 재활용장터인 '천사가게'가 있고, 본당 건물 왼편 별관엔 발달장애인의 일터인 장터사회적협동조합도 있다.

◇일산·파주에 복지 사각지대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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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빛광성교회와 부설 해피월드복지재단의 나눔과 섬김 사역은 일산·파주를 넘어 해외로 뻗어가고 있다. 사진은 정성진(뒷줄 가운데) 담임목사 등이 해피월드 필리핀 지부를 찾은 모습(큰 사진). 거룩한빛광성교회 건물은 전체가 교회이자 사회복지시설 그리고 문화센터 같다. 사진은 여름철 교회 옆 공터에 임시로 만들어지는 수영장(작은 사진). / 거룩한빛광성교회 제공
1990년대 일산 지역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던 전모(62)씨는 IMF 여파로 사업을 실패했다. 이후 남편과 헤어지고 홀로 자녀를 키우며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다. 몇 년 전부터는 동생이 운영하는 지하철 역 편의점 일을 도와주며 근근이 생계를 잇고 있었다. 그러던 2015년 5월 동생이 편의점 운영권을 남에게 넘겨야 할 상황이 됐다. 전씨는 직접 편의점 운영을 맡고 싶었지만 인수자금 2000만원이 문제였다. 전씨는 모은 돈도, 담보도, 사업실적도 없었다. 돈을 빌릴 곳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해피월드복지재단의 해피뱅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없이 대출 거절을 당한 상태라 반신반의했지만 심사를 거쳐 전씨에게 창업자금 2000만원이 대출됐다. 1년간 열심히 일한 전씨는 지금은 지하철 역 편의점을 넘기고 아파트 지역의 편의점을 새로 인수해 운영하며 월 매출 4000만원에 300만원 정도 월수익을 올리고 있다.

해피월드복지재단은 거룩한빛광성교회가 2007년 설립한 재단. 씨앗은 1997년 이 교회 설립 직후 시작한 '해피천사운동본부'였다. IMF 직후였던 당시 기부자들의 후원금을 바탕으로 갑자기 위기가 닥친 가정에 대한 긴급생계비, 병원비, 주거비 등을 돕는 긴급 구호·구난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2007년 해피월드복지재단으로 이어졌고, 마침 정부의 미소금융사업이 시작되면서 재단은 교부금을 지원받아 전씨처럼 자활의 의지는 있으나 현실적 어려움을 겪는 일산, 파주 지역 주민들을 돕고 있다.

해피뱅크는 지금까지 406건에 걸쳐 70억원을 지원했고, 해피천사운동 역시 474가정에 5억 8000만원을 도왔다.

해피월드복지재단은 그 밖에도 광성노인복지센터, 새터민 자녀들이 오후 3시 반부터 저녁 8시 반까지 특기활동과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새꿈터', 일산다문화교육센터, 누리다문화학교를 운영하고, 고양시덕양노인종합복지관, 파주시노인복지관, 파주시문산종합사회복지관 등을 지자체로부터 위탁운영하고 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배움터

거룩한 빛 광성교회 건물은 예배당, 복지관 외에 기능이 또 있다. 문화센터이다. 1인 3역인 셈이다. 교회 건물 곳곳엔 칸막이로 나눠진 작은 '교실'들이 즐비하다. '광성평생배움터' 교실들이다.

'온유' '인내' '기쁨' '오병이어' 등의 팻말이 달린 이들 교실에선 월~금요일 시간대별로 다양한 강의가 쉴 새 없이 열린다. 강의 과목도 오카리나·피아노·통기타·가곡·인물화 등 예술과목을 비롯해 영어·독일어 등 외국어까지 모두 120개에 이른다. 대개 '평생'이란 단어가 붙으면 '어르신' 대상으로 선입견을 갖기 쉽다. 그러나 광성평생배움터는 문자 그대로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평생' 배울 수 있도록 편성됐다.

이 교회가 배움터를 개설한 것은 교회 개척 이듬해인 1998년 문을 연 광성문화원이 시작이었다. 23개반으로 시작해 현재는 67기 650명이 '재학 중'이다. 20년이 흐르는 동안 변화도 많았다. 2012년 3월부터 12월까지는 학원법이 바뀌는 바람에 어린이 강좌를 접기도 했다. 현재는 국·영·수를 제외한 어린이 강좌를 다시 연 상태. 평생배움터는 교인뿐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무료로 열려 있다.

이 교회는 초·중학교 과정 대안학교인 광성드림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교회 길 건너편에 위치한 드림학교는 초등학교·중학교 과정. '작은 학교, 작은 학급'을 지향해 학년별 2학급, 학급별 20명, 총 18학급에 360명으로 인가를 받아 현재 337명이 재학하고 있다. 최근 거룩한빛광성교회와 해피월드재단이 정성을
기울이는 쪽은 새터민과 다문화가정이다.

새터민 자녀들이 방과 후 오후 3시 반부터 저녁 8시 반까지 머무는 '새꿈터'는 간식도 제공하고 한글과 영어, 수학 등을 가르치며 한국 적응을 돕고 있다. 접경 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교회로서 통일 한국 시대를 미리 준비한다는 의미도 있다.

기부 및 후원문의. 거룩한빛광성교회·해피월드재단 (031)915-8817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2/2017041201767.html